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_진짜 이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2


햇살이 예쁘게 내리쬔다.

겨울이라 제 힘을 제대로 펴진 못하지만

부서지는 햇살은 충분히 제 아름다움을 펼치고 있다.

그런 와중, 나는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원우
“여주야~”

목소리로 보아 원우 오빤데, 대답할 내 목소리는 잠기고 말았다.


장여주
“일어났…”

딱 거기까지.

이마저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서 겨우 나온 대답이었다.


전원우
“우리 스케줄 가야하거든…?”

차마 방에는 못 들어오고 문 밖에서 말하는데도 그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방음이 안 되거나, 오빠가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거나.

아마 후자일 거 같은데, 원우 오빠 목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가 들렸다.


김민규
“아, 좀! 이도겸 어딨어!”

대게 97즈 안에서 다툼 아닌 다툼이 자주 일어났다.


이석민
“뭐”

석민이 오빠는 일상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김민규
“청소 좀 하라규…”


이석민
“시로시로~”

바로 청소로 말이다

오빠는 치우는 쪽, 석민이 오빠는 어지르는 쪽

물론 민규 오빠도 많이 어지르긴 하지만

바로바로 치우는 게 석민이 오빠와는 달랐다.


이찬
“하하… 이 형들 여전히 시끄럽네”

목소리가 잠겨 뱉지 못하는 나 대신 찬이가 말한다.

머리는 아프지만 피식 웃음이 난다.


홍지수
“뭐, 매일 똑같잖아.”

슈아 오빠의 말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휘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준휘
“우와… 여주! 이 샌드위치 우리 거야?”


장여주
“응…”

오빠가 좋아해주니 나도 좋긴 한데,

제대로 된 반응을 해줄 목소리가 사라져있었다


홍지수
“그럼 우리 여주 몇 시에 일어난 거야…”

지수 오빠가 걱정한다.

나 5시에도 일어나던 사람이야.

이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장여주
“6시…”

갈라진 목소리를 쥐어짜내 대답한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더 누워 있고 싶은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배려하고 있겠지.

이 때는 그 배려가 나에겐 배려로 다가오지 않았다.

목소리만 듣고 아픈 걸 알아달라는 건 조금 무리이려나.


이지훈
“와… 장여주 솜씨 대박이다…”

지훈이 오빠의 말이 들리더니 준휘 오빠가 가볍게 노크한다.

들어가도 되냐는 뜻이다.

설마 아프다는 걸 알아차린 건 아니겠지.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었는데.


장여주
“응”

대답을 하자마자 13명의 장정들이 내 방 앞으로 모인다.


최한솔
“뭐야… 너 아파?”

한솔이 오빠는 세심한 관찰력으로 걱정된다는 듯 뱉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내가 아프다는 걸 눈치챈 듯 했다.

지수 오빠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빨리 내 이마에 손을 올린다.


홍지수
“열이 있다, 여주야…”


최승철
“많이 아파…? 막 기침하고 그래?”


장여주
“감기…인 것 같은데.”

퍼석퍼석 갈라진 목소리가 수분 없이 떨어진다.

나풀나풀 떨어지는 목소리가 내가 들어도 듣기 싫었다.


홍지수
“창문… 열려있네? 내가 안 닫아줬나봐…”

슈아 오빠가 자책했고, 난 그럴 필요 없다고 빙그레 웃어주었다.


김민규
“어떡해… 우리 나가야 되는데…”


홍지수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네 옆에 있고 싶다, 진짜…”

민규 오빠와 지수 오빠 둘 다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아픈 것과는 별개로 그저 내 옆에 있고 싶다는 마음.

아프다는 것 뒤로 숨어 그런 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여주
“괜찮아. 혼자 아파본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내 말에 일동 숙연.

아, 이런.

그들 중에 그 어떤 사람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본 적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아프면 부모님이 간병해주셨을 거고,

혼자 있던 적은 없었던 것이었다.


장여주
“하… 오빠들 마음 알아. 알겠는데, 일은 하고 와야지. 안 그래?”


장여주
“그래야 나를 먹여살리지”

약간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젠장, 앞으로 과거 얘기는 최대한 하지 말아야겠다.


홍지수
“진짜 미안해…”


장여주
“괜찮다니까, 진짜?”

지수 오빠를 포함한 세븐틴 멤버들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

이때까지 아플 때 혼자였던 나를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모양인가 봐.

내가 말한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최승철
“우리… 가봐야겠다”

승철이 오빠가 결국 상황 정리를 했고, 나는 누워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흔드는 바람에 머리가 조금 더 아파지긴 했지만 정말 조금이었다

다들 미안해하고, 신경 쓰이는 표정이었지만

그들은 일을 하기 위해 내 방을 나갔다.

그 중에 지수 오빠만이 남아 무릎을 꿇고 나와 시선을 맞췄다.


홍지수
“못 참겠으면 전화해… 어떤 핑계를 만들어내서라도 병원 가게, 응?”


장여주
“이러면 내가 더 전화 안 할 텐데~”

오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대로, 세븐틴은 세븐틴대로 지켜야하는 선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여성이기에 지키는 선이 많았다.

물론 고마운 일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넘어서려 하면 조금 불편해질테니까.

하지만 난 그들과 반대로 거의 없었다.

내가 지키는 선은 그들의 일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들의 허락 하에 구경 정도는 갈 수 있었지만

그들의 일을 비하하거나, 망쳐버리거나 하는 일은 내가 용납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그러면 세븐틴 멤버들은 나를 그저 작게 꾸짖을 뿐일 것이고,

본인들이 알아서 잘 마무리를 하겠지만 말이다.


홍지수
“알아… 근데, 그게 내 진심이거든”

갑자기 훅 들어온 지수 오빠의 진심이라는 말에 순간 놀라고 말았다.

전화하면 어떻게든 찾아오겠다는 말이 가식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13명 중에 그 어떤 사람도 그러지 않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는 천천히 땀에 젖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홍지수
“금방 올게. 평소보다 훨씬 일찍. 혼자 그만 아파했으면 좋겠거든.”

지수 오빠의 말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어렸을 적 혼자 많이도 아팠던 그 때완 달리

날 간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마음 앓이 때문에 아파할 땐 털어놓아달라는 간절하고 조심스러운 부탁.

그런 말은 내가 해야하는 건데.

살게 해줬고,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이제 내가 그들을 살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어야하는데.

어느새 나는 그들에게 삶의 이유이자, 행복의 조건이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장여주
“응… 기다릴게”

나도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한 답을 했다

내게 걸어오는 길을 행복으로 기다릴게,

내게 마음앓이하는 것들을 터놓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게,

나를 이해해주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대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나아가볼게.

슈아 오빠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