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18화>: 어긋남


You
"뭐야. 뭐야, 뭐야! 뭔데!"


느닷없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배진영에 한 번, 듣기 민망했던 쪽 소리에 한 번. 놀라는 걸 감추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침착한 척이나 하고 오지.

머리를 약하게 쥐어박으며 쫓아오려는 배진영을 손으로 훠이 보내고 뜨거워진 볼을 짚었다. 아.. 젠장. 이상해.

You
"김재환한테 말해야 되나."

아니야, 사사건건 이런 거 하나마다 말하기는 좀.. 어린 애 같잖아. 무심결에 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놓을 뻔했다. 갑자기 손에 힘이 풀려서 말이지.

You
"..가디건. 갖다 줘야되는데."

아래를 물끄러미 보았다. 잘 개어진 가디건이 배진영의 목도리가 빠진 빈 공간을 침범하며 조금 퍼져있었다.

발길을 틀어 한국병원으로 향했다. ᆢ, 가도 버티려나. 아까의 화끈 달아오르던 기분과 다르게 조금 아쉬움과 유사한 감정이 느껴졌다.

소독약 냄새를 한껏 풍기는 병실들을 지나치고 로비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장례식장이 이 근처였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누군가 옆으로 다가서기에 눈을 돌렸다.

You
"..누구..?"



윤 지성
"어, 아니네. 무슨 일로 왔어요? 지금 간호사들 대기 타임인데."

외과의사 한 분을 만나야 되서요. 주치의요? 이름 말씀해주시면.. 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

몇 마디가 오가고 급 서먹해진 간격에 한 걸음을 멀찍이 해서 명찰을 보았다.

윤, 지성. 외과인가? 고개를 갸웃하며 혹시 황민현이라고 아느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박 수영
"지성 오빠!"

익숙한 목소리 톤으로 내 앞의 사람에게 오는 여자였다.


박 수영
"민현이는? 안 왔어? 바빠?"


윤 지성
"징글징글하다. 얘기 중인 거 안 보이냐? 그리고 너 뛰면 안된다고 그랬지."

피- 대답 한 번에 비싸게 구네. 툴툴대며 밝은 웃음을 짓는 여자에 눈을 내리까니 손에 들린 쇼핑백을 검지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물론 내가 아니라.


박 수영
"어! 이거 내 옷이랑 똑같다! 대박! 너도 이 옷 입니?"

친화력이 좋아 보이는 이 여자가.

You
"아.. 그게 아니라.."

사람 좋은 표정을 보이며 자꾸만 내게 관심을 표하는 여자에 꼬박꼬박 바쁘게 대답을 해주니 옆에서 윤지성이라는 사람이 핸드폰을 쥐고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았다.


윤 지성
"야. 저기 오네, 니가 좋아하는 황민현."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순간 심장이 덜컥, 하고 가라앉은 것을 생각하면,.. 나에게 하는 말인줄 알았달까.


박 수영
"민현아!"

더럭 달려가 안기는 환자복의 여자가 높은 목소리로 예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민현을 안았다.

동시에 민현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황 민현
"..어."

목례를 간단히 하고 서로의 팔을 붙잡고 멀리서 한 걸음씩 걸어오는 민현에 감정이 북받쳤다. 내가 요새 너무 풀어졌나봐. 안 나오던 눈물도 나오려고 하고. 티 안나게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황 민현
"무슨 일로 왔어요? 어디 아파요?"

어느새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내게 온 민현의 옆에는 누군가가 자리를 잡았으며. 원래 그곳이 맞는 것이었단 것처럼 자연스럽고 평온해보였다.

그 여자가 꿰찬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You
"이거, 돌려주러요. 저번엔.. 감사했습니다."

정중히 딱딱한 인사를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밤이었지만, 어둡지 않았다.

이제야 민현은 내가 단순히 의지하고픈 상대가 아니였으며,

멍청히 내 마음을 늦게 알아채서, 이런 결말이라는 건가하고 후회했다.


그래. 민현은 나의 백설공주였고,

나는 그를 좋아했다.

바보같이 지금에야, 서툴었던 그 때가 아팠다.

문득 그 슬픈 이야기 속 단역, 아니 엑스트라였던 사냥꾼이 떠올랐다.


나는 사냥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