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외전1 -그의 이야기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 자그마치 10년도 더 된 이 긴 이야기를. 우리의 첫만남을 말이다.

부모님끼리의 친분으로 나름 안면있던 강의건을 데리고 둘이서 할머니 댁앞을 거닐며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갔을 때였다.

어렴풋하게나마 작은 불씨로 살아있는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그때의 너는,


김 재환
'..예쁘다.'

여전히 예뻤다.

You
'여기 오지마. 너희도 다쳐.'

물끄러미 우리를 보며 손에는 소주병조각을 쥐고 바닥을 긁어대는 네가 섬뜩하기도 했고, 어린마음에서인지 참도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갔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 백설공주를 닮았달까.

You
'..여기 사는 사람은 죽이는 걸 좋아하거든.'

그게 뭐가 됬든 말이야. 쪼그려앉아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고는 사탕 두어개를 꺼내 나의 손에 쥐여주었다.

You
'잘가. 다음에 저 사람 없을 때오면, 여기서 놀아도 돼.'

얼떨결에 같이 손을 휘저었다.



김 재환
"그 땐 그랬는데."

이게 뭐야. 암울하게 교실 구석에 박혀 애꿎은 빗자루만 탈탈 털어냈다. 청소는 무슨, 하는 애가 있어야지.


강 다니엘
"야! 김재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강의건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차준 뒤 뒷문에 다가갔다. 오늘은 또 뭐.


강 다니엘
"내일 크리스마스잖아!"

아, 맞다. 내일이 크리스마스구나. ..크리스마스니까 오랜만에,



강 다니엘
"너희 할머니 댁 동네!"

통했다, 새끼야. 세상에 강의건이 도움이 될 때도 다 있었다.


강 다니엘
"선물은 뭐줘야 되냐?"


김 재환
"..그러게나 말이다."

요새 목걸이가 유행하잖아! 황급히 떠오른 아이디어를 자랑하며 인터넷을 뒤지는 강의건에 마음이 졸여졌다.

크리스마스 선물ㅣ

크리스마스 선ㅣ

크리스마ㅣ

..식상한 건 주고 싶지 않은데. 특별한 건 없을까, 하고 여러 연관검색어를 둘러보니 눈에 딱 뜨이는 것이 바로, '연인선물'이었다.

이거다, 싶었달까.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 하나를 찾았다. 예쁘네. 잘 어울리겠다. 입꼬리가 하늘을 찌르려하는 중에 강의건이 내 화면을 보더니 풋, 하며 웃었다.


강 다니엘
"고백은, 안 하냐?"

이정도면 할 때 됐는데-, 나를 골리려는건지 참. 강의건을 째려보고 퀵서비스를 클릭했다. 전날배송 가능. 한 시름 놓았다고 기뻐하며 강의건의 입을 막았다.


김 재환
"아직은 아니거든."


강 다니엘
"지극정성이다."

나와 강의건만이 알고있는 비밀이었다.

너를 오랜만에 만나 시내구경도 하고, 여튼 근래들어 가장 재미있게 보낸 하루였던 것 같다.

배가 고프다는 너를 보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기다리라며 시키고는 강의건과 둘이서 간식거리를 사러갔다.

근데 원체 걱정이 되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조용히 사고를 치고 다니니. 강의건을 두고 주머니 속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네게 다가갔다.

어떤 남자와 히히덕거리는지, 잘생긴 얼굴로 기선제압을 하며 나타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네게 말이다.


김 재환
"..너 뭐해."

나를 친구로만 바라보는 네게 말이다.

정말 친구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쓰리구나. 작은 흉이 벌어진 느낌이다. 알고 있었는데도 물이 밀려와 쓰라리는 느낌.

너의 약지에 은색의 반지를 끼워주었다. 눈 위에 옅게 비치는 달이 아름다운 밤에,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아직도 친구인가 보다.

(재환엔딩과 이어집니다.)


김 재환
"바보같은,.."

공부를 꽤나 잘했던 너를 따라 같은 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대기 2번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나는 결국 재수를 택했다.

진짜 바보같다. 이정도면 알 법도 한데.

캠퍼스라이프에 일찍 적응을 했는지 1년동안 잘 보이지도 않다가 나타난 너는 오티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쓸데없이,

You
"..번호달라고?"

남자들한테 말이다.



김 재환
"고백. 빨리 해야되는데."

선배타령에 웃음을 짓는 네가 보였다. 연하취향인가ᆢ. 일부러 술자리에서 너의 앞자리를 고집했다. 티나지 않게 완벽하게. 임무 성공.

"야, 마셔 마셔!"

복학생이라는 새끼가 자꾸 술을 마시게 하는 통에 하나 둘 픽픽 쓰러져가는 옆자리 아이들과 너에게 배운 술 몰래 버리기라는 스킬을 획득해 멀쩡한 나만 남아, 술게임이라고 흑기사를 자처하며 너의 술을 모두 받아마셨다.

아, 내 질문하는 것도 잊지 않고.


김 재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으, 껄끄러운 존대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내뱉어졌다. 그나마 다행인가-,

You
"개새, 아, 아니. 없어. 절대."

역시나 너는 아직도 내가, 친구인가보다.

몇 년전에 끼워준 커플링이 너의 손에서 어두운 조명을 반사했다.

역시나 나는 아직도 너를, 좋아하나보다.


강 다니엘
ㅡ그냥 확 질러라. 사나이답게.


김 재환
"..그래야겠지, 끊는다."

너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랜만인 오후공강이었다. 후우, 자그마치 14년을 좋아했는데.


김 재환
"..차이든 어쩌든."

고백은 해보자.

하교를 하려는 너를 붙잡았다. 너에게 주었던 반지와 똑같은 반지를 내 약지에도 끼었다. 부적의 의미였다.

안 뿌리던 향수도 뿌리고, 도수가 낮은 분위기 있는 술집에서 말을 건넸다.


김 재환
"넌 휴대폰에 내가 뭐라고 저장되있냐."

전부터 궁금은 했는데.

You
"김재환."

음, 진짜 말해야겠지.


김 재환
"..냉정하네."

시덥잖게 두어 마디를 하고는 잠시 찾아온 정적에 긴장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땀이 찬 손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니 손에도 있잖아, 바보야.

눈치 좀 채달란 말이야.


김 재환
"..절교하자."

그러니까 백설공주님, 제발요.


김 재환
"절교하고 처음부터ᆢ"

나 지금 떨려죽겠으니까, 눈치 없는 예쁜 우리 공주님을 위해서 내가 먼저 갈테니까.

다른 왕자 찾아 떠나가지 마시고 저 좀 봐주세요.

-

성공적으로 끝난 고백에 강의건한테 자랑질을 몇 번을 해대고 뺨도 때려봤다. 한낱 작은 산책도 데이트가 될 수 있다니. 옆에서 걷는 너를 미소지으며 보았다.


은색 반지 예쁘다. 그지. 너랑 잘 어울려. 오래 끼고 다니기까지 했으면서 뭐가 또 특별해보이실까, 반지를 보며 연신 감탄하는 너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공주님, 이성이 약지에 끼워주는 반지는요.

청혼의 의미라고요.

You
"뭘 그렇게 봐?"



김 재환
"으응. 그냥, 예뻐서."

몇 년전부터 꼈던 당신의 반지는 이미 내 고백이었다고.

평생 모르고 살거다, 너는.

-


작가(?)
아직 외전도 남아있답니다,, 완결은 언제일지..(먼산


작가(?)
그리고 저 좀 숨을게요,, 아니 이렇게 재환이 번외를 못 쓸줄이야(심각).. 너무 오글거려..


작가(?)
재환엔딩 보시면 갑자기 고백하는 재환이지만ㄴ 사실 몇 년전부터 고백준비만 하고 있던 거였죠,, 작품 초반에 크리스마스 선물 반지 준것도 작가의 빅픽쳐..☆ 그것 하나가 재환이 첫 고백이었답니다.


작가(?)
이상! 오글거리는 거 극혐하면서 오글거리는 거 버리고 가는 자까였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