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외전3- 아무도 모를 이야기


평탄하게 지냈다.

다른 하나의 굴곡도 없이 중간 즈음을 쭈욱, 그렇게 누구보다 평범하게 지내던 나였다.

ᆢ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You
"왜 이렇게 안 먹냐, 강의건?"


강 다니엘
"아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너를 보며 지내서 괜찮았다.

그 모든 시기에 너를 보며 지내는 낙으로 살았다.

재미없는 일상에 김재환과 네가 들어와,

너무 예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실은,



김 재환
"나, 좋아하, 끅, 는데.."

추억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추억팔이하며 혼술이나 할까, 하고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편의점을 향했다.

젖은 감성이 메마르길 기도하며 네가 있을 편의점을 지나쳐 가장 먼 곳으로 걸었다.

이제야 허탈하다.

모든 것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허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너와 작은 사탕이 맴돌았을 뿐이고, 그게 호기심으로 발전했을 뿐이었다. 정말 그것들이 다였다.

처음 김재환과 골목길에서 너를 보았을 때는 앙상해진 몸에 난 멍이 가득 새겨져서, 푸른색과 보랏빛이 피부를 덮은 모습이었다.

아픈걸까, 그렇다면 왜,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들에 다음 달도 그 다음 달도,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김재환에게 엉겨붙었다. 할머니 댁에 간다는 핑계로 말이다.

그 때마다 너는 공허한 눈을 하고 늘 그렇듯 사탕 몇 개를 쥐여주고는 가라 손짓했지만, 그런 너라도 보기위해서 우리는 매일같이 찾아갔다.

그냥, 친구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 혼자 썩혀두었던 속마음은,

날이 갈수록 너에게만 이성적이지 못했다.

비가 오는 날,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날에, 매 주말마다 찾아가려했던 너의 집에 가려 그날도 신발을 구겨신고 있었다.

김재환의 전화를 받고 똑같이 지하철역까지 걸었고, 우산을 돌리며 장난도 치며. 여느 때와 같은 오전이었다.


김 재환
"할 말이 있는데,.."

무시할 걸. 왠지 모르게 들던 꺼림칙했던 그 기분을 그저 넘기지 말걸. 그러면 이 빌어먹을 친구사이도,


김 재환
"너도,.. 좋아, 끅, 하는 것 같아,서.."

이어가지 않았을 텐데.

울음을 참고 말하는 김재환이, 언제나 착했던 김재환의 그 능글맞음이 보이지 않고 쭈욱, 끅끅 대며 힘들게 말하는 김재환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강 다니엘
"착각하지 마라. 내 좋다는 아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 안 좋아하거든?"

어렸을 적부터 습관이 되어버린 부산 사투리로 어벌쩡하게 상황을 모면하고,

김재환의 웃는 표정을 되찾아주었다.

비록 그날 이후부터는 컨디션 핑계로 너와의 만남도 저버린지 오래였지만 말이다.

그 날 돌아가면서 개여 버린 구름들 사이로 빗방울들이 나를 놀리는 기분이었다.

거짓말쟁이라고.


강 다니엘
"크리스마스 선물!"

김재환이 몰래 연인 선물이다 뭐다 반지를 사는 것을 보고는 사실, 마지막 승부수로 나마 목걸이를 너에게 건네었다.

눈치 없게 진짜,.. 연인들끼리 목걸이 선물하잖아. ᆢ나도 내가 걸어주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진짜 포기하기 전에, 딱 한 번만 안아보고 싶어서 꼼수 쓴 거였는데. 이런 것도 안 받아주냐.

김재환이 일부러 너를 찾으러 간식을 사러간 것도, 몰래 약지에 반지를 끼라며 속닥이는 것도 보았다. 못 들은 척 하자. 눈치 없는 친구 역할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참, 민폐야 김재환.

그냥 흔한 소꿉친구의 포지션에서 정해진 이야기 속 왕자님은 김재환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 너에게는 나보다 김재환이 잘 어울렸다.

욕심을 내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겁이 많았던 과거의 나를 탓하리라.


강 다니엘
"..미쳤냐?"


김 재환
ㅡ..재수가 뭐 어때서..

이런 천하의 바보를, 허.. 공부하랄 때는 죽어라 안하다가 좋은 대학이 목표라는 너의 말을 듣고 수능 두 달전에야 문제집이란 것을 산 김재환에 기가찼다.


강 다니엘
"일부러 둘이 꽁냥질 하라고 대학까지 피해줬는데."

이렇게 배려심 깊은 내가 참, 어쩌다 변한 건지. 답답한 가슴에 툭툭, 손으로 명치를 쓸어내렸다.

베란다 끝에 매달려서는 밤 공기를 숨차도록 마셨다. 냉기가 볼을 때렸다.



강 다니엘
"..지랄맞다."

굳이 너를 피해 온 넓은 편의점에서 술을 사 빈 벤치에 앉아 조용히 꼴깍, 꼴깍 들이켰다.

무슨 일이냐고. 고백에 성공했다며 동네방네 소리치는 김재환의 전화를 받고 알바에 간 너를 지나친, 그런 일이다.


강 다니엘
"..이만큼이나 도와줬네."

내가 먼저 좋아해서.

내가 혼자 끝낸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너무 예뻤던 너는,

나에게서 면죄부를 얻었다.

그래도 끝까지 너와 김재환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었길 바란다.

안주도 없이 벌컥 벌컥 술을 들이부으며, 사람 한 명 없는 인적 드문 공원을 걸었다.

아무도 모를 이야기, 눈치 없는 친구로 왕자님과 공주님을 이어준,

사냥꾼의 이야기.

공주님을,

이제 정말 공주님을,


놓아줄테니-.

따뜻한 액이 얼굴 위로 흘렀다. 아무도 모를 이야기가 혼자서 쓸쓸히 막을 내리고, 없는 관객을 홀로 슬퍼하며 자발적으로 박수를 쳤다.

잊혀지더라도, 아니, 분명히 잊혀지겠지만,

언젠가 내가 옆에서 열렬히 불태웠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


작가(?)
헣.. 다녤은 여주를 짝사랑했으나 재환이가 간접고백을 하자 이어주기로 결심.. 실상 이야기 속에서도 사냥꾼이 살려주지 않았다면 공주는 왕자를 못 만나니까 두 명이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녤 덕분이죠..

외전 3 에서는 다녤이가 사냥꾼이군요^♡^ 한마디로 재환엔딩에 등장하지 않았던 사냥꾼은 = 다녤입니다. 민현엔딩에서는 수영이가 사냥꾼이였죠!

진영엔딩에서는 포지션이 없습니다만 그 까닭은 진영이는 난쟁이와 같은 역할이에욥ㅂ... 공주님을 부둥부둥해주었던,,..

그리고 진엔딩, 즉, 제가 원래 구상하고 꾸몄던 진짜 엔딩은 다음화에 나옵니다! 후기도 있으니 기다려주시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