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04. 의문의 테러 (2)


사람 한 명이 죽을 뻔했던 사건이기에 국회의원 취임식은 바로 취소됐고, 상황을 자세히 들어야겠다며 국회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에 전담 경호팀과 특별수사반을 불러모았다.

마치 종을 부리는 듯한 모습에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특별수사반 입장에서도 이 사건은 하마터면 살인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기에 조용히 국회의원을 따랐다.

모두가 국회의원의 사무실에 모이니 조금 비좁았다. 자리가 남는데도 앉으라는 소리 한 번 하지 않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참… 성품 수준 알 만했다.

"감히 내 취임식을 망쳐?!?!!!! 어떤 새끼야!!!!!"


김석진
"중간에 도망치는 바람에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피해 남성 분은 많이 안 다치셔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

"내가 지금 그거 물어봤어?! 내 취임식 어떻게 배상할 거냐고!!! 그 인원들 모으는데 얼마나 쓴 줄 알아?!?! 자그마치 15억이야, 15억!!!"


김남준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의원님. 저희 팀원 중에 다친 사람이 있어서요. 병원으로 데려가도 괜찮을,"

"죄송하면 말을 하지 마!!! 죄송할 걸 알면서 왜 말을 해?!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퍽–

국회의원이 들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저 멀리 날아가 남준의 가슴을 퍽 때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누가 봐도 예의가 없는 태도에 특별수사반 모두가 얼굴을 굳혔고, 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여주가 결국 움직였다.

연여주
"아이고오! 나 죽네, 나 죽어."

"뭐야, 넌. 당장 안 일어나?! 여기가 어디라도 함부로 앉아?!?!"

연여주
"아니, 자리도 이렇게 많은데 하나 앉았다고 뭐, 세상이 무너지나? 어? 그래? 그런 거야?"

"이,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어? 나는 말이야!!! 경기도,"

연여주
"어. 알아, 알아. 다 알고 있으니까 자기소개는 그만해도 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은 여주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려가며 태연하게 말했다. 가끔 말꼬리를 길게 늘려 어린애 다루는 듯한 말솜씨는 국회의원을 화나게 할 뿐만 아니라 팀원들 또한 놀라게 만들었다.

그 중에는 여주의 태도에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특별수사반인지 전담 경호팀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하나둘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 뭐야!! 너 당장 잘리고 싶어?!?! 내가 특별히 높은 분들께 얼굴 좀 비추라고 불어줬더니만… 이따위로 굴 거면 당장 가!!!"

연여주
"아 진짜? 나 나가도 돼? 그럼 원 플러스 세븐으로 우리 특별수사반도 싹 다 데리고 나가는 건 어때?"

"허, 참. 너 진짜 잘리고 싶어? 어디 소속이야!!!"

연여주
"어디 소속이긴!!!!"

쾅–!!!

연여주
"특별수사반 소속이지."

웃고 있던 표정을 싹 지우곤 국회의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테이블을 친 반동으로 인해 위에 올려져 있었던 음료수들이 떨어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여주는 주머니에서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하나 꺼내 던지듯 테이블에 올려두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민의 어깨를 톡톡 쳤다.

연여주
"안 나가요?"


박지민
"진짜…… 또라이."

언제 분위기를 휩쓸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안 나가요?"라며 묻는 여주에, 지민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석진
"범인을 찾게 된다면,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만, 저희는 바빠서."

석진은 정중하되 단호하게 인사를 드리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석진이 먼저 빠져나가니 다른 팀원들도 차례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사무실을 나갔고, 마침내 특별수사반 팀원 중 혼자만 남은 여주는 얼이 빠진 국회의원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연여주
"행동 조심해. 그렇게 잘난 얼굴,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기 싫으면."

그럼 수고하시고. 국회의원의 어깨를 가볍게 꾸욱 누르며 마저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여주의 미소는 사악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여주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새까만 차 한 대가 여주의 앞에 멈춰 섰다. 멀뚱하게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그제야 차 문이 열리고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김남준
"뭐해요. 안 타요?"

연여주
"아, 난 또–. 저 두고 가는 줄 알았죠."

장난스러운 남준의 말에 여주는 코를 찡긋거리며 얼른 차에 올라탔다. 겉만큼 속도 새까만 게 여주의 취향에 딱이었다.

연여주
"오, 근데 이 차는 누구 거예요? 정부가 경찰한테 이렇게 큰 차를 지원해 줄 만큼 마음이 넓진 않을 텐데."

"우, 우와… 이 차는 누구 거예요? 저희 그 경찰차 하나밖에 지원 안 해줬잖아요."


김석진
"……제 거예요. 정부에서 지원해준 차가 있긴 한데, 너무 작아서 그냥 새로 하나 샀어요."

연여주
"진짜요? 대박, 완전 좋은데요?"

석진은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꽈악 쥐었다. 아닌 걸 알면서도 자꾸 연여주가 하는 말이 김여주가 하는 말과 오버랩이 되어 들렸다.

방금 스쳐지나간 기억은 오직 김여주와 석진만의 추억이었는지라 다른 팀원들은 태연했고, 오직 석진만이 입술을 짓누르며 슬픔에 잠기려는 걸 어떻게든 막아냈다.


박지민
"또라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회의원한테 나대는 거야."

연여주
"꼭 무슨 생각이 있어야만 나댈 수 있는 건가? 저쪽이 먼저 깠잖아. 지가 무슨 벼슬인 줄 아나. 어차피 총구 앞에선 다 똑같이 하찮은 목숨일 뿐인데."


박지민
"미친아, 그렇다고 항상 총구를 들이밀 순 없잖아. 진짜 또라이네.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렇게 나댄거냐?"

연여주
"내가 설마 진짜로 생각 없이 나댔겠냐."

여주는 귀 옆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미쳤다고 말하는 지민을 가뿐히 무시하곤 자켓 주머니에 꽂아두었던 펜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여주와 국회의원이었다.

— 아이고오! 나 죽네, 나 죽어.

— 뭐야, 넌. 당장 안 일어나?! 여기가 어디라도 함부로 앉아?!?!

— 아니, 자리도 이렇게 많은데 하나 앉았다고 뭐, 세상이 무너지나? 어? 그래? 그런 거야?

— 이,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어? 나는 말이야!!! 경기도,

— 어. 알아, 알아. 다 알고 있으니까 자기소개는 그만해도 돼–.


전정국
"미친…. 이게 다 뭐, 뭐야…?"


박지민
"너 설마……."

연여주
"응. 다 녹음했는데?"

끼이익–

녹음했다는 단 한 마디에 차가 급브레이크로 멈춰 섰다. 그리고 앞이든 뒤든 옆이든, 여주의 말을 들은 팀원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또라이야!!!!!!!!"

연여주
"……?"

영문을 모르는 여주는 손에 녹음기 펜을 꼬옥 쥔 채 두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경찰서로 돌아온 여주는 꼼짝 없이 일곱 명에게 붙잡혀 무릎 위에 두 손을 모른 채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주를 곱게 보지 않던 태형과 윤기도 팔짱을 낀 채 서 있으니, 말 다 했다.


정호석
"연여주 씨. 특별한 상황이 있을 때 말고는 함부로 녹음기 틀고 다니면 안 돼요. 더군다나 경찰인 우리가 그걸 몸에 소지하고 다니다가 길에 떨어트리면, 주운 사람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연여주
"어…. 증거인가?"


김남준
"그럼 그걸 증거라고 생각한 시민이 무작정 녹음기 내용을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속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이 국회의원인 걸 알면 어떻게 되죠?"

연여주
"나라가 망했구나…. 생각하겠죠?"


전정국
"그래,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한 시민이……. 가 아니잖아!!! 아니, 너 도대체 뭐야!!!"

여주를 둘러싼 일곱 명은 화가 난 듯 열변을 토하며 여주에게 설명했지만, 정작 그들의 중간에 앉아있는 여주는 이들이 이해 되지 않고 어이가 없었다.

항상 녹음기와 마취침, 총과 잭나이프는 필수로 들고 다니는게 기본 생활 방식인데 이게 무슨 문제가 있냐, 이 말이다. 다만 총기 소지가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경찰에게, 이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 더 답답했다.

그리고 나라가 망한 건 사실 아닌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무총리가 의뢰한 살인 임무를 실행한 여주였다. 밝은 면은 모를지언정 어두운 면은 누구보다 잘 아는 여주에게 나라가 망했다는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김태형
"다른 건."

연여주
"뭐."


김태형
"우리 몰래 가지고 있는 거 또 있냐고."

귀신인 줄. 여주는 자신을 끈질기게 쳐다보는 태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연기 하나는 누구보다 잘하는 그녀였다.

연여주
"뭐가 있겠어. 저것도 서장님께서 선물로 주신 거야. 특별수사반에서 함께 하게 된 걸 축하한다는 의미로?"

입술에 침을 바르지 않아도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허벅지와 허리, 발목에 묶어둔 잭나이프가 생각났지만 겉으로 드러내선 안 됐다. 이들에게는 더더욱, 안 됐다.


김석진
"그래요, 뭐…. 처음이니까 모르셨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그럴 수도 있죠. 근데요, 연여주 씨."

석진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펜을 한 바퀴 굴렸다. 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쥐곤 엄지손가락을 힘주어 갖다대는 순간, 빠득. 펜이 부서졌다.

"다음에는 이번과 같은 실수, 안 봐줍니다."

"특별수사반에 들어왔으면 특별수사반답게, 행동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