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05. 의문의 테러 (3)

아무래도 스토리상 필요할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특별수사반 행동 강령입니다.

잔뜩 혼만 나고 집으로 돌아온 여주는 신경질적으로 외투를 벗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는 총 세 대. 꺼진 화면 하나 없이 모두 다 밝게 빛났다.

연여주

"그럼 그렇게 자존심 까먹는 소리만 듣고 있으라는 거야, 뭐야. 하아, 그냥 경찰 하지 말 걸 그랬나. 쓸데없이 피곤하네."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과는 달리 여주는 눈꺼풀을 꾹꾹 누르며 뒷주머니에서 USB와 안경을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안경에 잭을 연결하니 안경에 찍힌 사진들이 컴퓨터로 넘어오고 화면이 반짝였다.

연여주

"내가 이럴 줄 알고 녹음기 복사본을 얼른 만들어 놨지–. 역시 경찰이랑은 안 맞아."

여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USB에 '김현웅 국회의원의 실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책상 아래에 놓인 서랍을 여니 이와 비슷한 형태로 보이는 USB들이 가득했고, 그속으로 방금까지 들고 있던 USB 하나가 쏙 들어갔다.

여주는 의자 바퀴를 굴려 다른 서랍에서 붕대를 두어 개 꺼냈다. 의자 위에 다리를 올리고 발목을 감싸는 모양새가 꽤 익숙해 보인다.

신발 신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양말까지 다 벗고 나니 발목이 흉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군데군데 실핏줄이 터진 건지 보랗게 변한 부분이 있었고, 반대쪽 발과는 달리 톡 튀어나온 뼈도 보이지 않았다.

연여주

"…옛날 같았으면 아저씨들이 엄청 뭐라고 했을 텐데."

추억에 잠긴 여주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붕대를 발목에 감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실금이 간 허리가 쓰렸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었다.

뼈가 고쳐지는 데에는 시간이 약이니라. 항상 의무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아저씨가 해 준 말이었다.

여주는 발목 보호대를 끼는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몸을 돌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여러 방면 각도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100% 적용된 모양이었다.

타다다다닥–

타자를 치는 여주의 손 넘어로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이 보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심지어 이탈리어까지. 이외에도 수많은 언어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여주는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연여주

"…시발. 잘도 숨겼네."

마침내 엔터를 누르자 그 많던 언어들이 사라지고 난간에서 남자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던 사람의 정면 사진이 화면에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볼 수 있는 건, 검은 마스크와 검은 모자 뿐. 어찌나 꽁꽁 감췄던지 코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주는 욕설을 내뱉으며 이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걸 포기하곤 스크롤을 내려 옷 사이로 드러난 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σαΐτα. 문신을 한 것인지 검정색으로 작게 σαΐτα라 적혀있었다. 발음으로 하자면….

연여주

"…사이타? 뭐야, 이건. 칠성 사이다도 아니고 뭐 이런 걸 문신으로 해 놨……. 아. 그리스어. 뱀이구나, 이거?"

화면을 쳐다보는 여주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나비, 도마뱀, 뱀. 프시케, 사브라, ……사이타?

연여주

"풉–. 이름을 뭐 이따위로 지었어."

이들이 연관이 있다는 것도 알았겠다, 아니 근데 이름이 정말 왜 이럴까? 분명 심각해져야 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연여주

"이렇게 큰 웃음을 주네. 안 그래, 사이타 씨?"

여주는 인쇄된 종이 속에 똑똑히 박혀있는 문신을 보며 픽 웃었다. 사브라 골려주려고 시작한 거, 이 참에 싹 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 여주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하던 일 싹 다 멈추고 그 범인부터 잡으라는 김현웅 국회의원님의 명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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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럴 줄 알았어. 그 높으신 분들은 항-상 자기 일이 먼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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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럼 다른 일들은, 아예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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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응. 다른 데 쏟아부을 시간에 범인부터 잡으래. 1시간 동안 말싸움하느라 힘들었다. 무논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석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그날 각자 뭘 봤는지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며 먼저 호석에게 턱짓했다. 3층에 있었던 호석인데,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것에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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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연여주 씨가 1층 내려간다는 말 듣고,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까 해서 화장실 갔어. 화장실 안에서는 무전기를 꺼놨었는데, 그 틈에 그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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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화장실 안에 누가 쓰러져 있다고 하지 않았어? 관계자 같다며. 신원 확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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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응. 다른 분들한테 물어보니 관계자가 맞더라고. 그 분도 잠깐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누가 뒷목을 쳐서 쓰러졌대. 내가 깨웠을 때 일어나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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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관계자는 왜 기절 시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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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내 예상이긴 한데, 옷을 바꿔입으려고 한 것 같아. 관계자 분이 입고 있던 유니폼이 없어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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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럼 처음에 범인은 사복으로 입고 오고, 중간에 관계자 유니폼으로 바꿔 입어서 그대로 퇴장한 건가?"

연여주

"아뇨. 남자를 떨어트릴 때 범인은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 검은 모자를 다 쓰고 있었어요. 그 전에 갈아입은 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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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맞아. 내가 4층에 올라갔을 때 비상구 계단에 유니폼 하나를 발견했었어. 유니폼을 입고 남자를 떨어트린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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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정리하자면, 범인은 처음에 사복을 입고 왔고, 중간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다시 한 번 옷을 갈아입고서 남자를 떨어트렸다는 거잖아."

김석진 image

김석진

"왜 굳이 그렇게 했을까. 사복을 입고 들어왔으면 굳이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이유가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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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유니폼을 입고 무언가를 했겠지. 진짜 목적은 그 남자가 아니었네."

복잡했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을 정도로 중요한 걸 했나?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어봤자 10분.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생각에 빠진 모두는 말이 넚었다.

한편, 범인이 사브라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여주는 생각하는 방향을 다르게 설정했다.

남자를 이용하려면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경찰들이 있는 그곳에서 그런 쇼를 벌였을까.

우리가 보여주기식으로 경호했던 것처럼 범인도 보여주기식이었나?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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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일단, 오늘도 한 번 가 보자. 아무것도 안 건드려서 뭔가 찾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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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거기 CCTV는 없어요? 그럼 좀 더 빨리 찾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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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 건물이 만들어진 지가 한 달밖에 안 돼서 아직 CCTV를 안 달았대. 온전히 우리가 직접 손으로 찾을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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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 가지가지하네."

CCTV가 없다라…. 그럼 범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있는 건 나 뿐인가? 그들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여주가 어젯밤 인쇄해 놓은 사진을 떠올렸다.

분명 이들에게 보여준다면 수사에 도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조금 더 지켜본 후에, 증거가 어느 정도 모인 후에, 의심이 되지 않는 선에서 놓아야 했다.

아무래도 이건…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얻은 증거가 아니니까 말이다.

김석진 image

김석진

"나는 다시 국회의원 만나러 가 봐야 하니까, 수사하러 가는 건… 연여주 씨랑 남준이, 그리고 정국이로 하자. 나머지는 경찰서에 남아서 자료 조사 좀 하고. 이상."

이들 앞에서는 특별수사반답게, 행동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