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31. 폭시 인형 가게 (10)


여주를 찾지 못하고 새벽에 서로 돌아온 남준, 지민, 정국은 아침이 돼서야 쪽지를 석진에게 넘겼다.

영어로 쓰인 문구들을 보는 팀원들의 얼굴은 굳어졌고, 거의 몇 시간 동안이나 샤워를 하던 태형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김태형
"어, 왔어? 연여주는?"


전정국
"…못 찾았어."


김태형
"뭐?"


민윤기
"자식아, 너는 뭔 샤워를 반나절 동안 해. 해 뜨는 거 안 보여?"


김태형
"과장이 좀 심하다. 아직 해 안 떴어, 형. 근데 연여주를 아직도 못 찾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박지민
"중간에 위치 추적이 끊겼어. …아무래도 휴대폰이 부서진 것 같아."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터는 지민의 뒤로, 쪽지 속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던 석진이 몸을 일으켰다. 화이트보드에 쪽지 두 장을 자석으로 고정시키곤 그 앞에 자리를 잡아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김석진
"봄베이…."


정호석
"봄베이…? 누군지 알아?"


민윤기
"2년 전, 여주 장례식장… 에서도 강력반끼리 엄청 시끄러웠잖아. 저 봄베이 하나 때문에 전국에 있는 경찰서들이 한바탕 엎어졌고."


정호석
"쟤가 그렇게 대단해?"


김석진
"…혼자서 조직 두 개를 없앤 장본인이야. 성별, 나이, 하다못해 국적까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

석진의 옆으로 다가온 윤기는 구겨진 쪽지의 끝을 펴며 필기체로 쓰인 문구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범죄 현장에는 항상 범죄자가 있습니다."


민윤기
"범인은 항상 범죄 현장 주변에 있다."

「범죄자는 항상 근처에 있다.」


민윤기
"범인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김석진
"중간에 이 쪽지들을 발견했다고?"

윤기의 목소리 끝에 잠깐의 정적이 생기자, 석진은 그 틈에 몸을 돌려 남준에게 물었다. 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여주는 사라지고,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봄베이.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준 것이 분명한데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전정국
"함정… 인가."


김남준
"함정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랑 너무 연관성이 없는데? 그렇다고… 마냥 믿을 수는 없는 거고."


박지민
"일단 지금은 연여주부터 찾자. 도대체 얘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쾅–!!

연여주
"테이블… 테이블 좀 놔 줘."

순식간이었다. 연락도 안 되고 위치 추적도 안 되었던 여주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소리쳤다.


박지민
"뭐… 뭐야, 너!! 꼴은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전정국
"연여주 너 진짜…!!! 몸은, 몸은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김태형
"야…! 너 말도 없이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너 하나 찾으려고 우리가 얼마나… 얼마나…!!!"


김남준
"여주 씨!!! 그렇게 맘대로 퇴원해 버리고 사라지면 어떡해요!!! 한참 찾으러 다녔잖아요!!!"

지민, 정국, 태형, 남준은 여주의 어깨에 업히다시피 들어온 연준은 보이지도 않는지 연신 여주를 살피며 소리 지르기 바빴다.

휴대폰은 장식이냐, 왜 연락이 안 되냐,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부터 누굴 만난 것이냐, 어디 다치진 않았냐까지. 온갖 여주를 향한 걱정의 말들 뿐이었다.

일곱 명의 시선은 오로지 여주만을 비췄지만, 여주의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들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은 연준이 먼저였다.

연여주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고, 테이블 위 좀 깨끗하게 정리해줘. …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어."


김석진
"…두 개 정도만 이어붙이면 되나?"

연여주
"키가 좀 커서 발 밑에 받칠 것도 필요해."

제일 먼저 여주의 어깨에 업힌 연준의 상태를 파악한 석진은 아직도 여주의 얼굴을 보느라 바쁜 호석의 팔을 끌어 함께 테이블을 이어붙였다.

대충 테이블이 치워진 것을 본 여주는 그대로 연준을 고쳐잡고 걸음을 옮겼다.

탁–

여주를 붙잡는 윤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민윤기
"몸은."

연여주
"치료해야 할 사람 있다니까. 나중에 얘기해."


민윤기
"나한테는 니가 더 중요해."

여주의 손목을 붙잡은 윤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연여주
"…야."


민윤기
"몸은."

연여주
"……."


민윤기
"다친 곳은."

연여주
"…괜찮아."


민윤기
"있구나."

연여주
"……."


박지민
"뭐야, 왜, 뭔데. 너 다쳤어? 그런 거야? 어떤 새끼야. 카타르티시 그놈들이지?"

윤기와 여주의 대화를 들은 지민이 이를 갈며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 귓가에 닿는 연준의 숨소리가 가냘펐다.

연여주
"나중에. 제발, 나중에 얘기하자. 얘부터 치료 끝내고 그때 해. 그때 얘기해도 되잖아."

다급해진 여주는 윤기의 손을 뿌리치고 지민의 어깨를 밀치며 석진과 호석이 준비한 테이블에 연준을 눕혔다.

사무용 가위로 피에 젖은 옷을 잘라내고 상처가 보이도록 찢어진 옷자락을 옆으로 거둬내니 울컥 터져나오는 피가 보였다.

연여주
"시발…. 최연준. 잘 들어. 지금 여기에 네 고통 없애줄 마취제 같은 거 없어."

여주의 말을 듣고 있는 건지 안 듣고 있는 건지 모를 연준의 고개가 옆으로 숙여졌다. 여주는 등에 매고온 가방을 풀어 그 안에서 포셉(절개면을 잡아놓을 때 사용하는 의료 도구)을 꺼냈다.

연여주
"정식적인 절차로 의료 행위를 배운 적은 없지만 실전에서 직접 배우고 익힌 경험은 있으니까 나 믿고. 살고 싶으면 참아."


최연준
"하아… 흐윽,"

연여주
"……시작한다."

상처를 보기 쉽게 포셉을 고정시켜두고, 이어서 봉합침과 봉합사를 꺼내 수술을 시작했다. 여주의 눈짓에 석진과 호석은 연준의 몸을 붙잡았고, 연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수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뒤에]

다행히 연준의 수술을 무사하게 마친 여주는 세상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닦으며 숙직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주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던 것인지, 여주는 '아.' 소리를 내며 자리에 멈췄다.


김태형
"…괜찮냐."

태형이었다.

연여주
"미안. 쉬는데 방해했네. 팀장님한테 대충 들었어. 지하철에서 일 있었다며. 힘들었을 텐데 쉬어."

여주는 지친 기색으로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탁–


김태형
"…괜찮냐니까."

태형은 그런 여주의 어깨를 붙잡았고, 강하게 잡지는 않았지만 약한 접촉에도 밀려오는 뒤늦은 통증에 몸을 움츠렸다.

연여주
"…아."


김태형
"어, 미, 미안. 아파? 미안해. 다쳤어?"

연여주
"아냐. 괜찮아. 호들갑 떨지 마."

사과와 걱정을 번갈아하는 태형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울렸다.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가며 인상을 쓰니 그제야 입을 다무는 태형이었다.

자신은 나가 볼 테니 편히 쉬라는 여주의 말에도 태형은 여주의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더니 되려 여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침대로 끌어 눕혔다.

얼떨결에 이불에 김밥처럼 돌돌 말려 꼼짝없이 침대에 누운 여주는 두눈만 깜빡이며 태형을 쳐다봤고, 태형은 화가 난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내려다 봤다.


김태형
"너도 환자야. 누워있어."

연여주
"…이번에도 틱틱대는 거면,"


김태형
"걱정이야. …틱틱대는 거 아니고."

자기가 말을 내뱉고도 머쓱한 듯 태형은 오른손으로 두눈을 가린 채 앞머리를 두어 번 쓸어내렸다.


김태형
"맘대로 퇴원하지 말라고 해도 네가 말을 들을 사람은 아니고…. 그냥, 앞으로 어디 갈 때는 말 좀 해 주고 가라."

연여주
"…이것도 걱정?"


김태형
"아니. 이건 교육. 너 하나 때문에 다 힘들어지잖아."

꾸욱. 태형은 침대에 누워있는 여주의 이마를 검지로 꾸욱 눌렀다. 이게 뭐냐는 듯 사나운 눈초리를 보내는 여주였지만, 지금은 김밥 신세가 되었기에 타격감 제로였다.


김태형
"일단 자. 자고 일어나서 얘기해. 핑계든 뭐든 다 들어줄 테니까."

연여주
"……."


김태형
"간다. 불 꺼 줄게."

여주의 옆에 잠시 앉아있던 태형은 별 다른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숙직실을 나갔다. 태형이 나간 문을 빤히 쳐다보던 여주는 이내 몸을 돌리며 눈을 감았다.

연여주
"…잠깐 사이에 뭔가 달라졌는데……."

길게 갈 것 같던 생각은 곧 몰려오는 잠에 이어가지 못했다.


답글 다 달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달지는 못 했어요 죄송합니다 ㅜㅜㅜㅜ 그래도 다 읽고 있어요!!! 절 이렇게 반겨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 참, 후반부 스토리를 좀 수정할 것 같아요! 이대로 가다간 완결과 영원히 멀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초큼...? 많이...? 수정했습니다!

엘퍼 추리왕!! 다시 달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