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37. 학생들의 의문의 소동 (3)



정호석
"이렇게 보니까 학생 때 생각난다. 나도 사관학교 가려고 이 악물고 공부했었는데."


김석진
"성인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니까 더 신중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창 너머로 학생들을 살피던 호석이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리자 석진도 그에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의 뒤를 따르며 반대편 교실을 살펴보던 태형이 일정 박자로 움직이던 발걸음을 천천히 늦췄다.


김태형
"⋯학생들 책상 좀 봐봐."


김석진
"책상?"


김태형
"눈에 띄게 움직이지 말고."

옆에 가까이 붙어 조심스레 전한 태형의 말에, 석진과 호석이 의아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학생들의 책상으로 옮겼다.

앉은 키의 턱까지 쌓여 올려진 책들, 칸막이에 붙여진 여러 색의 포스트잇, 그리고⋯ 비타민이라고 쓰인 약통까지. 책이나 포스트잇은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약통은 왜?

하나같이 하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비타민'이라 쓰인 약통은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책상에 단 한 자리도 빠짐 없이 자리했다.


정호석
"나 때는 빨간 배경에 흰 알약으로 똑똑 따서 먹는 거였는데, 요새는 달라졌나?"


김태형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 자세히 봐봐. 제조사가 안 쓰여있어."

어울리는 친구들마다 혹은 부모님의 영향마다 유행타는 비타민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밥만큼이나 당연히 먹던 게 홍삼과 한약, 비타민이었고, 업체의 한계가 있다 보니 주변인들과 겹쳐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표면에 제조사가 쓰여있지 않다니. 더군다나 통상적인 이름으로 '비타민' 세 자만 쓰여있는 것도 이상했다.


정호석
"저거⋯ 법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책에는 출판사를 제시해야 하는 것처럼 물품에도 제조사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법률로 지정된 것이기에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자리에 멈춰 잠시 고민하던 석진은 옆에 서 있는 호석의 어깨를 살막 밀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당황한 호석이 작은 목소리로 석진의 이름을 불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김석진
"학생, 공부 중에 미안한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김석진
"이거. 어디서 산 거예요?"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대뜸 비타민에 대해 물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은 학생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 비타민을 가리키는 손짓에 얼굴을 굳혔다.

"⋯몰라요."


김석진
"그럼, 누가 준 거예요?"

"모른다니까요."


김석진
"어디서 산 건지도, 누가 준 건지도 모른다라⋯."

"⋯저 공부해야 해요. 방해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은 앞으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석진에게 등을 돌려 자세를 바로 앉았다. 석진은 그런 강경한 태도에 미안하다 사과하며 뒤로 물러나면서도 학생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떨린다. 볼펜을 쥔 손이 자꾸 미끄러질 만큼.

석진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상체를 뒤로 빼 주변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주 작게 말했다 한들 이 조용한 곳에서 석진과 학생의 대화 소리가 안 들렸을 리 없다.


김석진
"⋯⋯."

주변에 앉은 학생들이 석진의 눈치를 봤다. 몸을 움츠리고 눈으로 석진을 살피며 손을 습관적으로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아, 당분간 마약 관련 사건은 맡지 않기로 했는데. 그동안 단련된 본능이 저 비타민이 수상하다는 것을 가리켰다.

"형사님! 학생들 공부하는데 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다시 학생에게 비타민에 대해 물어보려던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학원장이 대뜸 팔을 잡아 교실에서 끌어냈다.



전정국
"이름."

"⋯⋯."


전정국
"이럴수록 공부 시간 뺏기는 건 너야. 빨리 빨리 하자."

"⋯저 지금 참고인 조사 아닌가요? 취조 받는 것 같은데."

여주와 함께 갈 수 없게 되어서 그런가, 정국은 유난히 신경이 안 좋다는 티를 숨기지 못하며 앞에 앉은 학생의 얼굴도 보지 않고 종이를 넘겼다.

특별수사반에 몸만 담구고 있지 진짜 경찰이 아닌 연준은 남일인양 정국이 하는 행동을 보고만 있고, 책상에 손을 짚고 선 남준은 정국을 말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남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 얘가 오늘 기분이 많이 안 좋아."

"그래도 경찰이 참고인 조사를 하는 데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정국을 한 번, 남준을 한 번 보며 똑바로 말하는 학생에 놀라 남준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무미건조한 시선의 연준도 학생에게로 눈을 돌렸다.


김남준
"똑똑하네. 꿈이 뭐야?"

"⋯경찰이요."


김남준
"경찰대 준비 중이고?"

"네."


김남준
"좋은 경찰 되겠다. 똑부러지는 거 보니까."

피식 웃는 남준에 학생이 남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남준의 칭찬이 어색해 따로 할 말을 찾는 것 같았다.


김남준
"이름이 뭐야?"

"⋯⋯."


김남준
"취조 아니고 참고인 조사. 사건 해결 하는 데 필요한 수순인 거 알 테니 아는 것 좀 말해달라고 재차 부탁 안 해도 되겠지?"

남준이 의자를 끌어와 정국의 옆에 앉았다. 분명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도 그 속에 묘한 카리스마가 있어 학생이 눈치를 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이 전, 이름이 민. 외자예요."


전정국
"내가 물어볼 땐 답도 안 하더니,"


김남준
"정국아. 조용히 하고 받아적기나 해."


전정국
"⋯⋯."

입을 다문 정국이 남준을 한 번 째려본 뒤 차트에 민의 이름을 적었다. 제 이름이 적히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민은 자신을 부르는 남준의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김남준
"최근에 여기 주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 알아? 이 학원에서도 피해자 한 명 나왔다는데."

"⋯네, 뭐. 건너건너 들은 것만 알고 있어요."


김남준
"이 학원 피해자랑은 아는 사이였어?"

"아뇨. 일 생기고 난 뒤에 그런 애가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민은 남준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답했고, 남준은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학원에 와서 학생들과 면담한 지 두 시간째. 그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서 얻은 답변은 '모른다'뿐이었다.

면담을 위해 잠시 빌린 교실에는 정국의 손 안에서 볼펜이 돌아가는 소리만 울렸다. 탁, 탁. 규칙적으로 울리던 소리가 정국이 볼펜을 놓치고 나서야 멈췄다.


김남준
"쓰읍⋯. 그래. 협조해 줘서 고맙다. 시간 뺏어서 미안해. 공부하러 가도 좋아."

"저, 근데⋯⋯."

연준이게 다른 학생을 들여보내 달라며 부탁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니 그보다 빠르게 민이 남준을 붙잡았다.

"우리 학원 말고 다른 학원에서 죽은 애는 알아요."


김남준
"⋯⋯뭐?"


전정국
"누구?"

"더오름 다니던 앤데, 원래 친구였다가 점점 갈수록 이상해져서 손절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서⋯⋯."


전정국
"그 친구 이름이 뭔데?"

"가은이요. 추가은. 여자예요."


김남준
"이상해졌다는 게 무슨 말이야? 직접 본 거라도 있어?"

"음⋯⋯."

가은에 대해 회상하듯 민은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내 '아.' 하는 외마디를 내뱉으며 남준과 정국을 번갈아 쳐다봤다.

"습관적으로 계속 입술을 물어뜯고 손톱을 물어뜯고 뭔가 불안해 하는 것처럼 가만히 있질 못했어요. 아, 갑자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했고요."


김남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대뜸 책상 위나 네다섯 칸 정도 되는 계단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얘가 주말마다 다이빙을 다녀서 그러나 했죠."

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 했던 행동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의 이야기에도 완전한 답을 찾지 못해 일단 알려줘서 고맙다 말한 남준은 다음 학생을 들여보내기 위해 연준을 바라봤다.


김남준
"다음 학생 들어오라, ⋯⋯."


최연준
"⋯⋯."


김남준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민의 이야기를 듣더니 한순간에 굳어진 연준의 얼굴.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준에게 다가갔고, 의자에 앉아있던 정국도 상체를 빼 연준을 바라봤다.


최연준
"⋯난 경찰도 아니고 너희처럼 다양한 종류의 미친놈을 잡아본 적도 없거든. 그래서 확신은 못하겠는데⋯⋯."


김남준
"왜. 뭔데."


최연준
"너희도 알겠지만 질병이 없다는 전제 하에, 습관적인 떨림, 손톱이나 입술 물어뜯기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반응이야."


김남준
"⋯⋯뭐, 그래서 마약 때문에 죽은 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


최연준
"근데, 갑자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며. 주말마다 다이빙을 하는 취미가 있고. 이건 당사자가 환경을 기억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데⋯⋯."

잠시 아쿠아리움에서 일어났던 일과 인형가게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남준이 연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최연준
"⋯카타르티시가 만드는 마약의 특징과 일치해."

'하.' 누군가의 탄식 섞인 외마디가 터져나왔다.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습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갑자기 팬플 깔았다가 피탈 님의 글에서 밑줄 부분을 발견해(ㅋ) 끄적여보았습니다

이렇게 서류상 가족까지 올려주는 건 무엇... (감동)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지만 전 피탈 님께 제 작을 홍보해 달라고 한 적 전혀 없습니다! (스스로 제 작도 홍보 안 하는 편)

댓글로 제 작 추천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 계시는데, 허락 안 받으셔도 됩니다! 저야 감사한 입장이니 넙죽 절하죠!!! 🙇🏻♂️

스토리도 다시 기억할 겸 전 편들 쭈르륵 읽는데 현타와서 계삭 할 뻔했습니다...(거짓말 아님...) 하 ㅋㅋㅋ... 약간 사춘기st 같은 갬성이지만 이 갬성 이어서 가 보겠습니다... ㅋㅋㅋ...

저는 수능이 400일도 안 남았어요! 우리 다들 열심히 살아봅시다! 아자아자 파이팅! 👊🏻👊🏻

평점•댓글•응원 부탁드려요! (한번 멘트 해 보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