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의 그 남자

Ep. 9 / 단잠

피곤한 건지, 울었더 건지. 약간 충혈된 눈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혹여 더욱 당황할 그를 배려하려는 마음에 입술을 지나려던 말을 되삼켰다.

서예린

어디 갔다 왔어요?

그는 양옆으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옆에서 이쁘게 장식되어있던 물이 조금 담긴 화병 속 새빨간 장미 한 송이를 들어 나에게로 가져오더니 이내 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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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돌아갈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내일 가는 줄 알았는데,

하긴 처음 보는 남자의 집에서 이 정도 신세면 많이 진 것일 테니 더한 신세는 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만 그런 건가 잘 모르겠지만 어째 그에게 정이 들었는지 돌아가라는 그의 매정한 발걸음과 말들이 미워졌다.

아직 피곤하다니까, 반쯤 뜬 눈 사이로 그가 보였다. 잘 기세의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은 다시 벙찐 듯해 보였다.

그리고....

출발해야 하니 옷을 대충 갈아입고 그녀를 불러 같이 내려갈 생각이었다. 이 모습을 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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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갈까요?

거실에 잘 앉아있던 그녀는 그 사이 또 잠에 들어 내 목소리 따위는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깨워볼까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곤히 자고 있었기에 그 예쁜 잠을 깨우기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어찌하겠는가, 약속된 시간 내에 그녀를 다시 그 세계로 데려다줘야 복호와 그들이 내 선택에 대한 집행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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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자, 이 장미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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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장미를 기억해줘, 그리고 나를 잊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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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장미를 영원히 품어줘, 그리고 나를 버려줘.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로, 새근새근 잠든 채로, 내 품에 안겨있는 그녀였다.

막상 이곳에 오니 그녀를 홀로 내버려 둔 채 뒤를 돌 엄두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