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고양이
00. 시한부


3월의 끝자락. 벚꽃은 져간다.

방금 암 선고를 받았다. 남은 시간은 7개월.

겁이 나기도 한데 , 또 한편으론 죽어본적이 없으니 안믿겨지기도 한다.

지금 걷는 이 길에서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칼을 찔러 내가 죽는다 해도 달라질게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3년 정도 같이 산 아내와 이혼한지 , 어머니가 아버지를 따라 돌아가신지 2개월 채 되지 않았다.

나올 눈물도 없이 매마른 눈가를 한번 만져주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캡모자를 쓰고 다시 걸음을 옴겼다.

어두운 고속도로.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은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건지 쌩쌩 지나가는 차 들 사이로 손을 밀어 살살 흔들어본다.

그럼에도 매몰차게 쌩쌩 지나가버리는 차들 사이에서

너는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서 멈췄다.


민시율
안녕


박지민
...안녕요~


민시율
태워달라는거야?

그 남자의 물음에 대답대신 피식 웃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민시율
검은 머리가 , 맘에드네.


박지민
내 머리가 , 도움이 되는건 처음이네.

나는 눈썹을 한번 까딱 , 올리고 옆자리에 탔다.


민시율
몇살이야?


박지민
스물 셋-.


민시율
스물 다섯. 갈 곳은?

갈 곳이 어디냔 민윤기의 말에 나는 불현듯 아내와 살던 집 , 어머니와 살던 집이 생각났다.

그 차가운 집에서 내 남은 시간을 보내려니 너무 아까운 것 같았다.


박지민
..없어ㅎ


민시율
...없어?


박지민
응-


민시율
그럼 , 뭐. 어쩔 수 없지.


민시율
좋냐?


박지민
응- 엄청!


민시율
언제까지 있을거야?


박지민
칠개월-!


민시율
왜?


박지민
그 뒤엔 딱히 집이 필요 없을 것 같아.


민시율
무슨 말이야?


박지민
외국 가거든!


민시율
아


박지민
형, 내 방은 어딨어?


민시율
아 , 없는데.


박지민
응?


민시율
방 , 하나밖에 없어.


박지민
음 , 같이 자는것도 나쁘지 않지-


민시율
그래.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저녁인데 장 좀 보러 갔다올게.


박지민
응-!


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이제 남은 기간동안 뭐하지?


박지민
....


박지민
생각보다 따분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우우웅-


박지민
여보세요?

경찰
안녕하세요 **경찰서 강력계 형사 000입니다


박지민
아...네

경찰
....늦은 시간에 실례합니다만 , ...지민님의 어머님은


박지민
....네

경찰
...타살로 밝혀졌습니다


박지민
...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엄마 생각에 누구나 그렇듯이 눈물이 흐르고 입술은 어이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며 웃었다.


박지민
아, 네.. 가 , 감사..합니,다.

경찰
...네.. 마음 잘 추스리시고 이만 끊겠습니다.

뚝-

~~ ~~

엄마가 처다보는 안방 속 피아노를 치는 나

~~ ~

도를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누르고 엄마를 처다봤다

엄마
우리 아들 , 커서 뭐가 될거야?

나를 안아주시며 말하셨다.


박지민
음악-!

엄마
음악?

엄마
그러면 우리 아들 교향곡에 엄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박지민
응,!


박지민
하,흡.. 하아.. 으 , 아악!..

나는 거실 한 쪽 구석에 있는 피아노로 이끌린 듯이 걸어갔다

피아노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유일하게 칠 수 있는 곡.

마지막 카니발

잔잔히 선율이 들려왔다.

엄마가 남기고 간 테이프엔 이 노래만이 유일히 있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해서 피아노를 못 치게 된 나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곡.


박지민
엄,마 ,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나도 , 곧, 가,요..

나는 거의 실신한듯 눈을 감고 숨도 거의 쉬지 않았다.

손가락만 움직였다.


죽어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