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누구인가?
two. 반대자와 지지자


삐이이-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어디선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김태형
뛰어! 빨리!

모두가 순식간에 흩어지고, 여주를 보며 멈칫한 호석이 멍하니 서 있는 여주의 손목을 잡아채 바로 옆 건물로 숨어들었다.


.



하여주
이게 뭔...


정호석
쉿!

호석이 여주의 입을 막으며 숨을 죽인다.


하여주
(호석의 손을 떼어낸다)


하여주
(입모양으로) 이게, 뭔, 상황인데요?


정호석
......

호석이 바지춤에서 볼펜을 꺼내 벽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톡톡 두드렸다.


[조용히 해. X일 수도 있으니까.]


하여주
(작은 목소리로) 엑스가 어디 있ㄷ...

여주의 말소리에 화들짝 놀란 호석이 다시 한 번 여주의 입을 틀어막고는 입모양으로 들어 봐, 라며 숨을 죽였다.


터벅

터벅

터벅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하여주
...!

무언가 날카로운 게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여태까지 울리고 있는 사이렌 소리와 섞여 어지러이 흘러들었다.

여주의 몸이 떨리자, 호석이 그런 여주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


정호석
(입모양으로) 엑스는, 이틀에 한 명씩만 죽일 수 있어.


정호석
그리고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면 불리해지는 룰이 있고.


정호석
그 룰은, 나중에 말해줄게.


정호석
우선 엑스는, 둘이 있는 우리를 죽이지 않을 거야. 우리 둘을 동시에 죽이지 못하고, 만약 둘 중에 한 명을 죽이면 목격자가 생기니까.


정호석
그러니까, 숨죽이고 조용히만 있어.

한참 동안 입모양으로 말하는 호석의 입술을 쳐다보던 여주가 붉어진 눈으로 호석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바깥쪽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호석이 놀란 여주의 귀를 막아 주며 창문 틈새로 바깥을 바라본다.


정호석
하아... 사이렌 소리 멈춘 거 들었지?


정호석
이제 안전해.


하여주
......


정호석
나가자.

호석이 여주를 일으켜 세워 바깥으로 데리고 나간다.


.



김석진
다 있어? 죽은 사람?

모두
......


김석진
왜 대답이 없지?


민윤기
등신아, 죽은 사람이 없으니까 대답이 없겠지.


박지민
... 죽은 사람이 자기 죽었다고 대답하는 것도 그것대로 무서울 것 같은데.


김남준
근데 호석이랑 아까 그분은?


정호석
아, 여기 있어.


김석진
이번엔 누가 죽었으려나.


김태형
그 깡패 놈들이었으면 좋겠다. 그 새끼들은 뒤져도 싸.


박지민
동감한다. 전에 식량 다 털린 거 생각하면... 어후.


민윤기
야, 그러고 보니 우리 먹을 거 다 떨어졌어. 알아?


김남준
아... 편의점 털어야 되나.


전정국
편의점 벌써 다 털렸을걸요. 전에 우리도 한 번 털었고...


하여주
저, 근데...


박지민
어?


하여주
설명 좀 해주시면 안돼요?


박지민
... 뭘?


하여주
그냥,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런 거?


김남준
아,


김남준
저기 정국이가 제일 잘 알 거야. 나도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하여주
정국... 이요?


전정국
저요. 전정국.


전정국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도 모ㄹ...


민윤기
야.


민윤기
이름은 무슨.


민윤기
너네 저 여자에 데리고 갈 거야?

윤기가 언짢다는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민윤기
솔직히 말해서 난 싫어.


민윤기
쟤가 엑스일 수도 있고.


정호석
아니, 형. 사이렌 울렸는데 쟤 나랑 같이 있...


민윤기
호석아.


정호석
...


"왜 엑스가 한 명일 거라고 단정짓는 거야?"

여덟 명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태형이 그 정적을 깨고 말을 꺼냈다.


김태형
나도 윤기 형 말에 동의.


김태형
오랜만에 사람 만났다고 다들 들뜬 것 같은데,


김태형
기억해. 여기서 아무도 믿으면 안 돼. 언제 뒷통수 치고 뜰 지 모른다고.


김태형
잊었나 본데- 전에 류설하 그 년, 우리 식량 가지고 튀었어. 자그마치 8명이 일주일 먹을 식량을.


김태형
얘가 엑스가 아니라고 해도,



김태형
난 쟤 못 믿어. 언제 뒷통수 후려칠 지 몰라.


박지민
......


박지민
... 나 할 말 있어.

여태껏 조용히 있던 지민이 주저앉아 있던 바닥에서 일어섰다.


박지민
그렇게 따지면 남준이 형도 온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믿어?


김태형
......


박지민
태형이 너도. 온 지 한 달도 안 됐고...


박지민
여기서 47일 전, 그러니까 이 게임 시작부터 있던 사람들은 네 명 뿐이야.


박지민
윤기 형, 호석이 형, 정국이, 나.


박지민
그래도 새로 온 사람들 중에 아무도 배신 안 했잖아?


박지민
... 류설하 그 년은 예외지만. 아무튼.

지민이 말을 끝내고 여주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박지민
그래서, 넌 뭘 하다 왔지?


하여주
네?


박지민
뭘 하다 왔냐고. 여기 오기 전에.


박지민
나도 널 변호해 주긴 했는데, 사실 능력치 제로인 사람은 식량 축내는 벌레밖에 더 되나?


하여주
아......


하여주
저, 영어영문과 학생이었어요.


김석진
(멈칫)


김석진
영어영문과?


김태형
......


전정국
어? 영어영문과면 당연히 영어 잘하겠네요.


하여주
그렇지...?


박지민
... 쓸모있을 거 같은데.


박지민
우리 중에도 남준이 형이랑 윤기 형이 영어 좀 하긴 하지만...


박지민
... 둘은 보통 은신처에만 있잖아.


박지민
심지어 윤기 형은 다리도 다친 상태니까.


전정국
으음...


전정국
난 찬성.


정호석
나도 찬성. 그리고 여자 혼자 여기 두는 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해.


김남준
뭐... 나도.


김남준
솔직히 나도 혼자 해석하고 그런 거 좀 버겁긴 했어.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두세 조로 나눠서 다니면 더 효율적으로 약품이랑 식량도 구할 수 있을 테고.


박지민
태형이랑 윤기 형은?


민윤기
......

한참이나 여주를 바라보던 윤기가 앞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입을 열었다.


민윤기
어쩔 수 없지. 알아서 해.


김태형
... 뭐. 그러던지.


김태형
대신, 수상한 짓 하면 바로 버리는 거야.

태형의 말을 끝으로 정국이 싱긋 웃었다.


전정국
전정국이에요. 스무 살.


하여주
난 하여주! 스물하나야.


박지민
박지민, 스물하나. 동갑이네. 이쪽은 김태형. 얘도 동갑.

눈을 피하는 태형 대신 지민이 태형을 소개했다.


김남준
김남준이고, 스물두 살. 간단한 치료는 내가 할 수 있어.


정호석
정호석이고 남준이랑 나이 같아. 잘 부탁한다, 여주야.


민윤기
... 스물셋. 민윤기.


김석진
민윤 얘가 원래 붙임성이 없어. 난 스물넷 김석진.


김석진
그리고 말 편하게 해.


하여주
아, 응. 알겠어!


잠

잠시

잠시 후



민윤기
우리 식량 구해야 해.


정호석
아, 그렇지.


김석진
여주가 영어 잘하니까 세 조로 나누자.


김석진
나랑 남준이, 정국이는 식량 찾으러 가고.


김석진
여주, 지민이, 태형이는 상황 파악하고 와 줘. 여기 영어로 된 표지판이 많아서.


김석진
그리고 다리 아픈 윤기는 호석이랑 여기 있어.

태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주를 어깨로 치고 먼저 멀어져간다.


하여주
아! ......


박지민
......

걱정스러운 듯 여주를 살펴보던 지민이 여주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하고 태형을 따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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