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바다

🌊02. 남편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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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하아... 나 밥먹으러 갈래

지훈이는 시계를 힐끔보고 피식 웃으며 책을 덮었다. 그 모습에 해영이도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12시를 가르키는 시침을 보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해영이 역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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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박우진 배꼽시계는 틀린적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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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애들 오면 먹으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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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걔네들 기다릴 필요가 뭐있어?? 그냥 가서 먹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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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와 나빴다 박우진....

어느새 지훈이랑 우진이, 해영이가 있는 쪽으로 그들보다 한학년 어린 대휘, 그리고 한학년 선배인 웅이랑 해영이의 친오빠 동현이가 다가왔다. 웅이는 양쪽 팔을 우진이의 어깨에 올리고 턱은 머리에 올리며 체중을 실어서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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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악!!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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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우리를 두고 먹을 생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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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형, 진짜 실망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의리없게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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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니 배고픈걸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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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배고파 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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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허 사람이 참을 줄도 알아야지

동현이의 그 말에 우진이는 양볼에 바람을 한껏 넣고 자신의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아무도 우진이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딱 한명 웅이만 빼고. 아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우진이에게 관심을 준게 아니다. 우진이가 보고있던 책에 관심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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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인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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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내일이 시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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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불행하게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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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야! 10학년때 인간학은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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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너희는 신생대 마지막만 배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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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우린 그 앞까지 배운다고 ㅅㅂ 전쟁은 왜 하고들 지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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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근데 우리 건국 초기에도 그랬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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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건 맞아 전웅

웅이를 동현이랑 대휘가 집중공격하자 웅이는 꿍얼거리면서 우진이가 보고있던 책을 휙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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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 왜 덮어요!

우진이는 발끈했고 웅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진이를 바라보았다. 지훈이는 소리치는 우진이를 퍽 때렸고 우진이는 지훈이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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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쉿. 도서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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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형도 조용히하세요... 나까지 쫓겨나기 싫으니깐

웅이와 우진이 둘다 꿍한 표정으로 지훈이를 바라보았고 우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웅이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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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형, 우린 밥이나 먹으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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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콜, 오늘 밥 뭐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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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시험까지 봤는데 맛있는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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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결과는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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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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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하... ㅈㄴ 우울한 점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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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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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어떻게 생겼어?

우진이보다 키가 작았던 웅이는 우진이의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우진이를 노려보며 웃음기 가신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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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내 인간학 점수랑 너 인간학 점수랑 별반 다를게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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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박우진. 너도 비를 많이 본걸로 알고있는데 공부는 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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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윽.... ㅂ..벼락치기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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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아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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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벼락치기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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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아니!! 형들이 그러니깐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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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제발 시험 1주일 전엔 시작해요... 형들 벼락치기 해도 공부 많이 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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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래 얘들아, 다음 시험때는 꼭 1주일 전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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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웅선배 저랑 같이 다니고 싶은거 아니면 공부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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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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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아 할거야! 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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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밥이나 먹을래

웅이는 풀이죽은 표정을 하며 꿍얼꿍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푹 내쉬더니 '밥이나 먹자'하고 비실비실거리면서 식당으로 갔다.

동현이는 피식 웃고 웅이에게 달려가 그대로 웅이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그리고 웅이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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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같이가 임마

해영이도 그 둘을 향해 웃으며 걸어갔다. 그 순간 눈앞이 빙글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해영이는 중심을 잃어 비틀거렸고 위태롭게 휘청이는 해영이를 우진이가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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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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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어? 아 응!

해영이는 시아가 한바퀴 더 빙글 돌더니 그걸 끝으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 다급하게 해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시아가 위쪽으로 향한 것을 보고 쓰러졌구나를 인지한 것을 끝으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천천히 내렸다.

그게 해영이가 눈을 뜨기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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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꿈인가?'

해영이는 기절하자마자 이곳이 꿈 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쇼파에 앉아있던 해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신혼집으로 인식하고 있고 밖은 추운 겨울이 아니라 봄처럼 푸근했다. 아직 죽기 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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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결혼을 했구나'

죽는 그 순간에도 알았지만 이번엔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해영이는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요리를 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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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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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응?

누군가 해영이의 뒤에서 백허그를 하며 해영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분명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상했다. 목소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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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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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응! 아주 잘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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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맛있는 냄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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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나 배고파

해영이의 남편은 해영이 볼에 입을 살짝 마추고 해영이 앞으로 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해영이의 시아에는 해영이의 남편이 한걸음 한걸음 해영이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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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아

그는 해영이의 앞에 서서 해영이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해영이는 그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드디어 자신의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확인한 해영이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얼굴로 서있는 해영이의 얼굴을 천천히 쓸며 남편은 천천히 해영이 쪽으로 얼굴을 기울렸고 해영이는 여전히 벙찐 표정을 하고있었다. 입술에 보드러운 무언가가 닿는 기분을 끝으로 해영이는 두 눈을 감았다.

그 보드러운 촉감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눈을 떴지만 아직 비몽사몽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었는지 아직도 입술에 보드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천천히 멀어져갔다.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각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꿈이랑 이어지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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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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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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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아픈 사람한테 무슨 짓이야...

내가 눈을 살며시 뜨며 그 사람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내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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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만 더 자

그리고 내가 눈을 감자 이마쪽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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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자 해영아

마치 꿈에서 들은 남편의 목소리 같았지만 한껏 무거워진 눈꺼풀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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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남편...봐야하는데...'

결국 해영이는 어딘가 익숙한 생각을 하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