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la douleur a une prévision
02


윤여주
안면인식장애라면···, 그래서···.

그래서 나를 못 알아본 거였다. 사고가 얼마나 크게 났으면 그런 일이···.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거면 진짜 크게 난 거 같았다. 이제야 퍼즐이 좀 풀렸다.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난 그것도 모르고···.

안 그래도 힘들 텐데 내 기억을 계속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렸을 때 선배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였다. 좋았던 기억이 자꾸 맴돌았다.


김석진
내가 기억 못 하는 게 있다면, 미안해요.

윤여주
괜찮아요···! 괜찮아요···. 후···! 그 전시 말이에요. 그래도 작가님만 괜찮다면 전시 열고 싶어요. 제가 많이 도울게요.


김석진
아··· 그 10년 전부터 저의 팬이라고 하셨는데 정말이에요?

윤여주
그럼요! 제가 그걸로 거짓말하겠어요? 전 작가님 완전 초반부터 좋아했다고요.


김석진
왜 좋았는지··· 여쭤봐도 돼요?

윤여주
제가 풍경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작가님 작품은 뭔지 모르게 이끌렸어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김석진
아··· 감사해요. 사실··· 사고 이후로 그림을 접었거든요.

윤여주
네···?! 왜요, 왜 접었어요?


김석진
제 그림인데도 잘 인식을 못 해요. 어떤 걸 그린 건지 쉽게 잊히기도 하고··· 그냥 그런 제가 싫었던 거죠.

윤여주
작가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낙담하지 말아요. 작가님 팬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럴 거예요?


김석진
아, 미안해요···. 원래는 만나서 제 사정 말씀드리고 바로 거절하려 했는데 그렇게 잘 안 되네요···.

윤여주
거절하지 말고 저 작업실 구경 시켜주세요. 집이랑 작업실을 같이 사용하는 거예요?


김석진
네, 맞아요. 방 한 칸을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저도 오랜만에 들어가는 거라 좀 낯서네요.

윤여주
헐···.

내가 들어가자 했는데 첫발을 내딛자마자 그대로 얼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작품은 인별에 올라오지 않은 그림이라 처음 보는 그림이기도 한데 누가 봐도 어딘지 알 거 같았다.


김석진
왜··· 그러세요?

윤여주
네? 아···, 저 화장실 좀 잠깐 써도 될까요?


김석진
그럼요. 저기예요.

윤여주
감사합니다. 후···.

그 그림 속 그곳은 내 짝사랑이 시작됐던 곳, 선배가 우산을 씌워줬던 그 신호등이었다. 그림을 보자마자 바로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는데 작가님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윤여주
하···. 정신 차려, 윤여주. 아··· 후···.


김석진
“큐레이터님, 괜찮으세요?”

윤여주
아, 네! 나가요!

윤여주
후···.


김석진
괜찮··· 울었어요···?

윤여주
네···? 아니요? 울긴 왜 울어요. 다시 그림 보러 가요.


김석진
운 거 맞잖아요. 나도 울었다는 건 인식할 수 있어요.

윤여주
···아니에요. 괜찮아요.


김석진
나··· 때문이에요?

윤여주
작가님 때문 아니에요.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어요. 작가님 때문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김석진
······.

윤여주
저 오늘은 그만 가볼게요. 그림 나중에 또 보러 와도 되죠? 그··· 전시는 작가님 결정에 따를게요. 제가 강요하고 그럴 거는 아닌 거 같아서. 그리고 그림 접지 마세요. 저의 유일한 안식처예요, 작가님의 그림은.


김석진
저도 고민이 깊어졌네요. 생각 좀 더 해볼게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오늘 너무 미안해요.

윤여주
작가님 잘못도 아닌데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해요···. 이거 제 명함이에요. 미안하면 생각해 보고 연락 꼭 주세요. 가볼게요.

자꾸만 미안하다고 하는 작가님이 너무 미웠다. 그렇게 미안하면 기억 좀 해주던가.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내겐 지옥이었다.

왜 김석진 작가님과 나의 그 사이에는 불행이 계속 잇따르는지 모르겠다. 눈이 퉁퉁 부은 채 난 다시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김태형 큐레이터
어? 윤 큐레이터님! 큐레이터님 우셨어요?!

윤여주
뭐래, 울긴 내가 왜 울어.


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 만나고 오는 길 아니에요? 무슨 일 있었어요?

윤여주
아니야···.


김태형 큐레이터
제가 아직도 큐레이터님 표정을 못 읽을까 봐요?

윤여주
너 할 일 없어?


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은 어떻게 됐어요?

윤여주
아··· 다시 연락하신대. 아직 확답 못 받았어.


김태형 큐레이터
무슨 일 있었던 게 맞네.


김남준 관장
무슨 일이 뭔데?

윤여주
어, 관장님! 언제 오셨어요···?


김남준 관장
왔으면 보고 해야지. 뭐 하고 있어.

윤여주
아, 죄송합니다.


김남준 관장
작가님 뵙고 왔다며.

윤여주
아, 그게···.

어시 큐레이터
윤 큐레이터님! 김석진 작가님이라고 큐레이터님 찾으시는데요?


MEY메이
손팅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