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남자친구가 생긴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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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남자친구가 생긴 건에 대하여

W. 그쁨










 채여주는 눈을 떴다.





 "…아오,  미친년…."





 모텔 침대에서.





에프





 이름 채여주.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취미는 죽은 듯 잠자기, 특기는 술 처먹고 필름 끊어먹기. 채여주가 처음 필름을 끊어먹은 날이 새내기 OT에서였으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거지 같은 특기이자 술 버릇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매번 기억을 날려먹었으면 이제 술을 좀 적당히 처마실 법도 한데 채여주는 그러는 법이 없었다. 경영학과 희대의 술꾼으로 한국대학교의 역사에 한 줄 남기겠단 사명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매 술자리에 얼굴을 들이미는 걸로도 모자라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는 대로 받아쳐먹다 꽐라가 되는게 일상이란 소리였다.


 채여주가 그렇게 술을 마시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냥 술 마시는 게 좋으니까…. 그럼에도 남들 다 자제하는 술자리에서마저 미친 듯이 술을 위장에 때려 박듯 마시는 것은 같잖은 귀가 본능 하나를 믿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말이야, 술이 만땅 돼도 집은 존나 잘 찾아간다? 사고 친 적 한 번도 없어, 진짜 한 번도…, 그랬는데, 





 "…사고를 거하게 치는구나, 시발…."





 귀가 본능, 존나 개뿔이었다. 싸구려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나는 하얀 침구 아래 얼룩덜룩한 몸을 보며 채여주는 질끈 눈을 감았다. 어젯밤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려 머리를 굴려 봤지만, 특기가 술 처마시고 필름 끊어먹는 건데 술에 떡이 됐던 어제 일을 기억할 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채여주는 지금 옆에 잘 짜인 등판에 붉은 손톱자국이 좍좍 그여진 채 잘만 자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는 뜻이었다. 진짜 지랄맞은 아침이었다.


 정신 빠진 년 같으니라고…. 허물처럼 방 안에 늘어진 옷가지들을 주워 입으며 채여주가 중얼거렸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첫 경험도 아니었고, 잠자리를 가지는 게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새삼 충격적일 건 없었지만, 술 처먹고 사귀지도 않는 남자랑 뒹굴었다는 사실은 채여주에게도 제법 타격이 컸다. 내가 또 술을 처마시면 개다 개. 99% 확률로 지키지 못할 다짐을 중얼거리며 채여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머리카락으로는 목의 울긋불긋한 자국이 가려지질 않았다. 옘병할, 대체 자신의 하룻밤 상대는 누구길래 이딴 개매너짓을 했나 싶어 채여주는 성난 발걸음으로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암만 취했대도 일면식도 없는 남자랑 잤을 것 같진 않아 채여주는 망설임 없이 남자의 얼굴을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춰냈다.





 "…이,"





 미친, 욕설이 절로 튀어나오는 입을 틀어막은 채여주는 저도 모르게 거친 손길로 남자의 얼굴에 이불을 패대기치듯 다시 덮었다. 그러고는 허둥지둥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짐을 챙기고, 덜 잠긴 단추를 재빨리 여미고는 뛰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우당탕, 급하게 움직인 탓에 협탁에 있던 뭔가를 떨어트린 것 같기도 했으나 채여주는 모텔 방 문을 요란하게 열어젖힐 뿐이었다. 뒤이어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닫힌 모텔 방 문 앞에서, 채여주가 스르르 주저앉았다. 엉망인 몰골로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쥐어뜯는 꼴이 결코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 제발. 채여주가 중얼거렸다.


김석진이 왜 여기 있어….





에프





 김석진. 과장 좀 보태서 설명하자면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최고의 아웃풋. 연예인 뺨 세 대는 후려치고도 남을 미친 외모와 알음알음 떠도는 소문으로 인해 알려진 잘 사는 집안이라는 배경 덕에 유니콘 아니냐는 평을 듣는 남자…, 대충 이 정도로 소개할 수 있겠다. 


얼굴이 잘나면 어떻게든 여기저기 소문이 나는 탓에 채여주도 김석진이 끝내주게 잘생겼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태 과탑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좋다는 것 등, 김석진에 관한 소문을 몇 번 들어보긴 했다. 김석진이 군 제대 후 채여주와 같은 학년으로 복학한 뒤에는 소문만 들었던 그 김석진을 직접 마주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별 특별한 감상은 없었다. '잘생겼다더니 진짜 천상계급이네…', 김석진의 얼굴을 보며 생각한 바는 그랬고, '인생 진짜 개 피곤하겠다', 강의실에서 공개 고백을 받고 곤란한 낯으로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김석진에 대한 채여주의 평가는 거기서 끝이었다.


 여기까지만 살펴봤을 때, 같은 과 사람과 잤다는 것을 제외하면 채여주가 하룻밤 상대가 김석진이었다는 것에 대해 기겁하며 도망칠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겉으로 드러낸 적 없는 채여주만의 사정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게 아닌 드러내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니까,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사람 그 자체인 김석진이 채여주가 보기에는,





 "옆에 앉아도 될까?"





 …미친놈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가 없어서였다.


 여기요? 굳이? 제 옆에요? 껄끄러워 입안이 버석하게 메말라갔지만 채여주는 일단 웃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강의실의 상태를 빠르게 훑었다. 수업 시작 3분…, 아니, 이제 2분 전. 전공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예, 앉으세요."


 "아, 고마워."





 그러니까, '다른 자리로 꺼져주세요'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단 뜻이다. 채여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옆자리에 있던 가방을 치워야 했다. 사람 좋게 빙긋 웃어 보이곤 옆자리에 앉는 김석진을 보며 채여주의 반대쪽 옆자리에 있던 강서영이 채여주의 팔뚝을 퍽퍽 때렸다. 웬일이니, 웬일이야. 계탔다, 야, 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한 그 주먹질에 채여주가 희미하게 웃었다. 응, 아니야….


 망할. 졸지에 어제 질펀하게 뒹굴었던 상대와 어깨 스쳐가며 3시간짜리 전공 수업을 듣게 생긴 채여주는, 어쩐지 김석진이 어제 일을 죄다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피해 망상이나 다름없는 생각이긴 했지만 채여주에게는 나름 근거 있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김석진 같은 인싸가 이런 전공수업에 자리 잡아줄 친구 하나 없다는 것부터 말이나 되겠냐고. 당장 김석진이 '자리가 없네….' 하며 중얼거리기만 해도 옆자리 친구를 치워서라도 옆에 앉으라 할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굳이 이런 애매한 자리에, 채여주의 옆에 앉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남들이 들었으면 '여주 너 석진이한테 돈이라도 뜯겼어?' 하고 물을 법한 생각이었다.


 …차라리 피해 망상이었으면 좀 나았을까. 하는 생각을 채여주가 하게 된 것은 그 지옥 같던 3시간짜리 전공 강의가 끝나고 난 뒤의 일이었다.


 수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교수님의 눈에 띄지 않고 짐을 챙기고,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라는 교수님의 은혜로운 말씀에 누구보다 빠르게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강의실을 벗어난 채여주는,





 "여주야,"


 "……네?"


 "밥 같이 먹을까?"





 복도에서 김석진과 마주쳤다. 아니, 분명 옆에서 노트 정리하고 있던 거 봤는데 언제 나온 건데. 심지어는 내뱉는 말이 가관이었다. 밥? 누가 누구랑? 복도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죄다 채여주와 김석진에게 쏠렸다. 헐레벌떡 채여주의 뒤를 쫓아오며 점심으로 마라탕을 먹자는 말을 하려던 강서영은 기절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채여주의 팔뚝을 꼬집었다. 진짜 지금 기절하고 싶은 사람은 채여주였는데도….


 당연히, 채여주는 김석진과 단둘이 밥을 먹는 일 따위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정적이 흐르는 2초, 그 사이에 그럴싸한 거절의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냈다. 이왕이면 자신의 이미지도 지킬 수 있는 쪽으로.





 "제가 오늘 서영이가 꼭 가고 싶다던 마라탕 집에 가기로 해서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다음에,"


 "야! 뭔 소리야! 나 지금 남자친구 만나러 갈 거야! 거기 다음에 가!"





 이런 시발, 서영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지난 3년간 우리가 쌓았던 우정이 존나 물거품이었던 거니, 아니면 그냥 네 눈치가 뒈져버린 거니…. 채여주가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강서영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게 꼭 '나 잘했지??'하는 표정인 걸로 보아 아마 후자였던 모양이다.





 "그럼 밥 같이 먹을 수 있겠다."





 김석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나중에 무슨 일인지 꼭 말해달라고 소곤거리는 강서영과, 김석진과 채여주가 둘이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제 친구와 친구의 친구에게 전달할 준비를 끝마친 사람들 앞에서 채여주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예에…."





 정말이지, 채여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젠장.





"먹고 싶은 거 있어?"


"학식이면 충분합니다, 선배님…."


"그래? 의외네."


 



 눈치가 뒈져버린 서영에게 배신당한 채여주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다가도 김석진의 의미심장한 말에 슬쩍 고개를 들었다. 대체 뭐가?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학생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던 채여주가 생각했다. 빨리 처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가득한 채여주가 학생식당이라는 완벽한 선택지를 고른 건 당연한 일인 것을. 뭐가 의외라는 건데? 빙글빙글 웃는 낯짝이 오늘따라 재수 없어 보였다.





 "어제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학생식당은 좀 별로지 않나 싶어서. 음, 여주 네가 괜찮으면 난 좋아."


 "…제가 아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로 가도 될까요, 선배님?"


 "그럼 그럴까?"





 …진짜 재수 없는 새끼. 채여주가 생각했다.





ක⃛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거란 채여주의 생각과는 달리 김석진은 밥을 먹는 내내 '어제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맛있는 밥 처먹으면서 굳이 어제 일을 들먹여 안 그래도 없던 밥맛을 더욱더 없애고 싶지 않았던 것은 채여주도 마찬가지였기에 덮밥집에서 김석진과 채여주가 각각 텐동과 사케동을 다 비울 때까지는 제법 일상적인 대화들만이 오갔다. '어제 일'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단 소리다. 커피 마실래요? 하고 채여주가 김석진에게 물은 것도 그래서였다. 김석진이 조금 놀란 눈으로 채여주를 쳐다봤다. 정작 그 눈빛을 받고 있는 본인은 그래도 이야기는 다 끝내고 가야지. 방금 먹은 사케동이 얹혀서는 뱃속에 꽉 들어차있는 기분이라 해도…, 따위의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만.


 김석진은 채여주를 짜증 나게 했던 것치고는 굉장히 다정한 태도로 채여주를 대했다.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에 다정함이 배여 있었다. 남들 같았으면 설렌다고 난리 난리를 쳤을 그 상황에 채여주는 '김석진과 채여주의 관계에 대한 부적절한 소문이 학교에 퍼지는 바람에 채여주의 학교생활이 끝장나게 망함으로써 자퇴 엔딩을 맞이하는 상상' 따위를 하고 있었다. 먹기 좋게 자른 스콘 한 조각을 포크에 꽂아 건네주는 김석진을 보며 채여주는 생각했다. 미친 진짜, 절대 내 상상이 과한 게 아니라고.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아는 거 아니야?! 설렘 따윈 개나 주고 생존 본능만 실컷 느끼던 채여주는 결국 그 부담에 짓눌려 결코 먼저 꺼내고 싶지 않았던 대화 주제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선배. 어제 일은요,"


 "어제?"


 "…그 일 때문에 밥 같이 먹자고 한거 아니셨어요?"


 "아."





 김석진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아, 하는 짧은 감탄사만 내뱉고는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무는 것만 봐도 그랬다. 아오, 뭐 하자는 거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사케동이 얹혀서인지 아니면 김석진 때문에 열이 받아서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심한 반응에도 채여주는 제 할 말만 한다는 심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같이 있어봤자 피차 불편한 건 마찬가지니까 할 말 있으면 하시고, 저는 그거 듣고 가볼게요"


"……."


 "선배랑 제가 이렇게 카페에서 노닥거릴 사이도 아니고요."


 "음…."





 글쎄, 김석진이 또다시 시큰둥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쯤 되니 채여주는 지금껏 김석진의 면전에 대고 욕을 퍼붓지 않은 자신의 인내심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목 끝까지 시발새끼…, 하는 중얼거림이 올라오긴 했는데,





 "연인끼리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


 "…혹시 미치셨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쳤냐는 소리가 먼저 튀어나갔다. 선배를 시발새끼라고 부르는 대참사 대신 미쳤냐고 묻는 아주 소소한 사고를 친 채여주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물론 미쳤냐는 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방금 김석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채여주의 뇌리에서 계속해서 맴돌 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뭐? 연인? 연이이인? 채여주가 경악하던 말던, 아, 하는 짧은 감탄사만 내뱉은 김석진이 빙긋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진짜 기억 안 나나 보네."


 "미친, 시발, 누가 누구랑 사…, 진짜 무슨 개소리세요?"


 "술 마시면 항상 그렇게 기억이 없어? 그러면 내가 많이 억울한데…."





 맹세컨대, 채여주가 이날만큼 알코올에 약한 제 기억력을 원망했던 날은 없을 것이다. 가증스레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눈을 내리깐 김석진의 꼴을 보며 채여주는 생각했다. 억울하긴 개뿔이, 시발…. 지금 진짜 억울한 게 누군데.





 "좋다면서, 나."


 "죄송한데 제가 진짜 언제,"


 "얼굴 하나는 끝내준다면서. 내 여자친구는 평생 밥 안 먹고 내 얼굴만 봐도 배부를 거라며?"


"……."


 "마음에 든다길래 그럼 나랑 만날래? 했더니,"

 

"…이런 미친…,"

 

"좋다고 했으면서,"





 할 수만 있다면, 채여주는 어제 저따위 망언을 김석진 앞에서 내뱉은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물론, 김석진은 끝내주게 잘생겼고 아마 자신이 내뱉은 말들은 100% 진심이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졸지에 남자친구가 생겨버렸는데…. 채여주가 머리통을 감싸 쥐었다. 제 얼굴은 안 봐도 죽상일 텐데, 앞에 마주 보고 앉은 남자는 뭐 좋다고 눈꼬리까지 샐샐 접어가며 웃어대는 통에 채여주의 속에서는 천불이 났다. 쪽팔림인지 억울함인지 모를 감정 덕에 눈꼬리에 찔끔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서 뭐, 사귀자고요?"

 

"이미 사귀고 있다니까,"

 

"……."





 채여주는 당연히, 자기만 모르고 있던 이 연애를 현실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원나잇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좋다고 사귀자고 난리 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하필이면 상대가 '그' 김석진이라는 사실에 머리통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김석진의 여자친구? 될 생각도 없었지만 그 자리가 코앞에 들이닥치고 나니 정신이 확 들었다. 죽어도 싫다, 죽어도.


 그렇기에 채여주는 필사적으로 어제의 일에 대해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어제 자신이 술을 몇 병을 마셨으며, 그 때문에 잔뜩 취해있었고, 술만 마셨다 하면 개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어필하며 그러니까 술 처마시고 개가 된 내가 내뱉은 소리는 사람 소리가 아니라 개소리다-,라는 말까지 해가며 어제의 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실수였다고?"

 

"네. 진짜 실수. 정말요. 그러니까 없던 일로 하는 게 선배님께도 저한테도 좋지 않을…,"

 

"아…, 실수. 그러니까."

 

"네,"

 

"이게 바로 먹버, 그거지?"

 

"…네?"

 

"먹고 버려진…."





 물론 쥐뿔도 소용없었다. 시발. 청순하고 가증스런 표정으로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저딴 대사를 치는데, 채여주는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암만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 쓰레기는 채여주였기에….





 "…만나요, 그래. 사귀던가, 시발…."

 

"진짜지?"





 채여주는 생각했다. 원래 미친놈은 못 이기는 법이라고….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는 와중에도 김석진은 좋다고 생글생글 웃었다. 살금살금 맞잡아오는 김석진의 손을 뿌리칠 구실이 완벽하게 사라진 채여주는 체념하고 얌전히 손을 내주었다. 김석진의 완벽한 승리, 채여주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채여주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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