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케이드의 그림자
1. 통제된 세계
김여주는 바리케이드 안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아는 세상은 높이 솟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그 벽 너머엔 죽음뿐이라고 했다. 백 년 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고, 인류의 절반 이상이 감염되어 좀비가 되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바리케이드 안에서 새로운 문명을 구축했다.
국민들은 정부에 감사했다.
정부가 만든 교육 시스템 속에서 여주도 같은 가르침을 받았다.
“너희는 선택받은 자들이다. 정부의 보호 아래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좀비 바이러스의 공포를 배우며 자랐다. 좀비는 인간이 아니었다. 생명도, 감정도 없이 오직 굶주림에 이끌려 움직이는 괴물들.그들이 넘치는 바깥세상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
“바리케이드 안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신다. 우리를 보호해 주신다. 그러니 우리는 정부에 충성해야 함을 잊지 않도록.”
교육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여주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것이 곧 진실이었다.
그녀의 부모도, 친구들도 모두 같은 믿음을 공유했다. 사람들은 바리케이드 안에서 만족하며 살았다. 안전했고,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질서가 있었고, 정부의 보호 아래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그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했다.
“너희의 희생이 곧 인류를 구하는 길이다.”
정부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말했다. 군대는 필수적인 존재였다. 군인들은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가 좀비를 사냥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며, 나라를 지켰다. 그것이 곧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
여주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념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들로부터 들어온 “군인의 희생이 곧 인류의 생존”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녀는 인류를 구하는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이루어졌다.
2. 군인이 된다는 것
군사학교는 가혹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 엄격한 규율, 감정을 배제하는 교육. 여주는 이를 버텨내야만 했다. 처음엔 정말이지 힘들었다. 몸은 혹사당했고, 밤마다 욱신거리는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강해졌다.
그녀는 총을 잡았다.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했다. 숨을 죽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지. 김여주, 넌 역시 재능이 있어.”
훈련 교관은 그녀를 칭찬했다. 그녀는 사격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고, 근접전에서도 강했다. 훈련생들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녀는 남들보다 빨리 달렸고, 더 오래 버텼다.
하지만 군사학교에서 단순한 전투 기술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움은 제거해야 한다.”
“연민은 군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명령을 따르는 것이 곧 정의다.”
그것이 군사학교의 가르침이었다. 군인은 단순히 강한 존재가 아니라, 정부의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는 존재여야 했다.
여주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총구는 좀비를 향할 것이었고, 그것이 곧 인류를 지키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엿한 군인으로 성장하였다.
3. 바리케이드 밖으로
임무 첫날, 여주는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처음으로 정부가 말하던 죽음의 땅을 마주했다.
하늘은 잿빛이었다. 부서진 건물들과 타다 남은 잔해들. 삭막한 땅 위엔 잡초 하나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좀비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눈은 공허했다. 썩어 문드러진 살점, 피로 얼룩진 손톱. 그들은 걸어오고 있었다. 배고픔에 미친 듯이.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여주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이 좀비의 머리를 관통했다.
임무는 단순했다. 바리케이드로 접근하는 좀비들을 사냥하고 제거하는 것. 여주는 신념을 가지고 총을 들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수백 마리의 좀비를 사냥했다.
그렇게 그녀는 점점 강해졌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4.의문스러운 남자
여주의 임무는 간단했다.
정부가 지정한 작전 구역에서 좀비를 제거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는 것.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했지만, 그녀는 이미 수백 번의 임무를 수행했다. 위험은 익숙했고, 두려움은 오래전에 버렸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달랐다.
무언가 이상했다.
좀비들은 예전과 달랐다. 그들은 느리게 움직이며, 일정한 경로를 따라갔다. 마치 누군가가 그들을 조종하는 것처럼. 여주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날아든 공격에 그녀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크읏…!”
몸이 굴러가며 바위에 부딪혔다. 통증이 퍼졌다. 왼쪽 옆구리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흘러내렸다.
총을 들려 했지만 손이 떨렸다.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보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날카로운 통증이 옆구리를 꿰뚫었다.
“움직이지 마.”
낯선 목소리.
여주는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였지만, 총은 없었다. 그제야 자신의 손목이 천으로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그녀의 눈앞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낡은 재킷과 군용 부츠. 손에는 붕대와 약통이 들려 있었다. 무엇보다 그 눈빛. 경계심과 함께, 알 수 없는 연민이 담겨 있었다.
“네 상처, 생각보다 깊어. 일단 치료부터 받아.”
“…누구야?”
“너를 구한 사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넌… 바리케이드 밖에서 사는 인간이야?”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고 네가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인간이기도 하지.”
그는 천천히 붕대를 감았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면서도 손길은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달까...
“왜 날 구했지?” 여주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군인이라는 걸 알잖아.”
“그렇지.” 남자는 천천히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궁금했어. 네가 왜 이런 곳까지 왔는지.”
여주는 차갑게 말했다. “임무, 좀비를 제거하는 것. 그것뿐이야.”
남자는 작게 웃었다. “정부의 명령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구나.”
그 말에 여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바리케이드 안에서는 그렇게 가르치겠지. 바깥세상은 죽음뿐이고, 좀비는 제거해야 할 괴물이라고.”
“틀린 말이 아니야.”
“정말 그럴까?”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가리켰다.
여주는 그제야 밖을 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창 너머에는 마을이 있었다.
정부가 말하던 ‘죽음의 땅’이 아니었다.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부서진 폐건물에 불빛이 새어나오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밖에는 살아 있는 인간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은 거짓이었다.
“말도 안 돼…”
여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삭였다.
남자는 창가에 기대어 말했다. “너희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게 바로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니까.”
“네가 여기 있는 이유?”
여주의 말에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부는… 우리를 버렸어.”
그는 눈을 감았다.
“6년 전, 난 바리케이드 안에 있었어.”
여주는 놀라 목소리가 갈라졌다.“뭐?”
“정부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사람 중 하나였지.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우린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법을 찾으려 했지. 성공할 뻔했어. 하지만 정부는 우리가 만든 백신을 폐기했어.”
“왜?”
“정부가 원한 건 치료가 아니었거든.”
여주는 숨을 삼켰다.
남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바이러스는 정부의 통제 수단이었어. 사람들을 공포 속에 가두고, 바리케이드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
“그럴 리가…”
“믿기 어려운가 봐.”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현실이야. 우리 연구진은 정부에 의해 제거당했어.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난 간신히 도망쳐서 여기까지 왔어. 그리고 지금도 그 백신을 복구하려고 해.”
여주는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믿어온 모든 것이 흔들렸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좀비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고?
“날 풀어줘.”
“뭐?”
“확인해야겠어.” 여주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직접 보고, 판단하겠어.”
남자는 잠시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미소를 지으며 손목의 묶인 천을 풀어주었다.
“너, 이름이 뭐야”
"김여주. 근데 그건 왜 물..."
"난 한동민, 앞으로 같이 다녀야 할텐데 통성명정도는 예의잖아?" 동민은 죽이 담긴 그릇을 여주에게 건넸다. "일단 다 나아야 뭘 하든 말든 하지"
"아, 고마워..."
여주는 멋쩍게 죽을 퍼먹었다. 따뜻한 멀건 흰죽. 배고프니 뭐든 맛있지 않은 게 없었다. 배고픔에 여주는 허겁지겁 죽을 떠먹었다.
"배고팠나보네.." 동민은 허겁지겁 죽을 퍼먹는 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바리케이드 안에서 먹던 거랑 비교도 안되지만, 군사 식량보단 나아"
"그렇긴 하지ㅋㅋ" 동민은 여주의 솔직함에 웃음을 터트렸다.
며칠간 한동민의 간호를 받았다. 몸을 일으키기에도 욱신거리는 통증에 침대에 꼼짝 누워있는 신세였다.
"실밥 좀 풀게"
"아, 으응" 여주는 옷을 걷어올렸다.
"다행히 잘 아물었네" 동민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웬 낯선 남자가 내 찢어지고 아문 옆구리를 보고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연구원이 진료도 볼 줄 알아?" 여주는 동민의 눈을 피하며 물었다.
"백신 개발하는 사람이 사람 몸 볼 줄 모르면 되겠냐, 너 혹시 머리도 다쳤어?"
"..." 할말이 없게하는 데 재주있는 놈. 며칠간 관찰한 한동민은 그러했다. 날 구해줬다는 사람치고 말투는 싸가지 중에 왕싸가지.
"진짠가"
"아 아니라고!!" 퍽- 여주는 동민을 향해 발길질했다.
"아ㅋㅋㅋ진료중인데 움직이지마세요"
"...네네-" 아무래도 저 새끼 날 놀리는게 분명하다.
...
"됐다, 중간 중간 소독만 잘 해주면 되겠어"
"응" 실밥을 풀고 나니 좀 개운하다. 괜히 움직임이 편해진 기분. 여주는 한동안 누워있었던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무리하면 안되는데" 동민은 여주을 붙잡았다.
"알아, 마을 구경만 할려고"
"그럼, 같이 가"
"네가 왜?" 여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길 잃으면 어떡해" 한동민은 짓궂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짜증나네"
.
.
.
.
곳곳에 무너진 건물들이 보였지만 제법 마을을 형성한 사람들이 보였다. 무너진 건물벽을 가져와 집을 새로 짓고 밭을 가르며 세상이 리셋된 상태에서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미소가 지어진, 통제와 억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여긴 좀비로부터 안전하지?"
“우리에겐 백신이 있으니까"
"...뭐? 폐기됐다며"
"부모님이 개발했던 백신, 내가 알아냈거든"
"...그럼, 좀비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아?"
"전염은 물론, 접근자체가 쉽지 않은 항체를 만들었어. 좀비들이 아주 싫어하는 걸로 말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그야... 이미 몇년전부터 정부는 알고 있었어. 좀비 바이러스의 정체를. 없애는 방법으로 부터 해서 그것을 활용하는 용도까지"
"...설마"
"나는 그저 그 기록을 가져온 것 뿐이야. 그리고 정부에 진실을 아는 자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이 마을로 정착하거나 나 같은 망명자들의 삶으로 살고 있지"
"...망명자?"
"자세한 건 짐부터 챙기자고. 가보면 알거야"
.
.
.
.
.
그렇게, 여주는 처음으로 바리케이드 밖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나아갔다.
5. 진실과 반란
바리케이드를 넘다
김여주는 한동민과 함께 바리케이드 너머로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리케이드는 단순한 벽이 아니었다. 고압 전류가 흐르고, 24시간 감시 드론이 순찰하며, 통과를 시도하는 자는 즉시 사살되었다.
그러나 한동민은 단순한 망명자가 아니었다. 그는 한때 정부 연구소에서 일했던 과학자였다. 바리케이드 내부의 보안 시스템과 약점을 알고 있었고, 바깥의 사람들과도 연결이 있었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어.”
그들은 폐허가 된 도시의 지하로 숨어들었다. 그곳에는 ‘망명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정부의 탄압을 피해 도망친 생존자들이었으며, 오랫동안 정부의 비밀을 파헤쳐왔다.
그들 중 한 명이 은빛 머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나. 바리케이드 보안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바리케이드 너머로 가겠다고?” 레이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여주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지?”
“진실을 확인하고, 알리는 것.”
여주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레이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하지만 내부에 들어간 후엔 네 몫이야.”
그녀의 도움으로 바리케이드의 감시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여전히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쪽이야!”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덩치가 크고, 얼굴에 깊은 흉터가 나 있었다. 레이나가 설명했다. “이 사람은 바얀. 전직 군인이었지.”
바얀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부 지리를 알고 있어. 하지만 너희가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조심해야 해.”
그들의 계획은 단순했다. 감시 시스템이 다운된 틈을 타 바리케이드 아래의 하수구를 통해 진입하는 것.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된 보안 시스템 때문에 결국 군인들과의 교전이 벌어졌다.
“뛰어!” 바얀이 외쳤다.
바얀은 앞장서서 군인들을 제압했다. 전직 군인 실력 죽지 않았나 보다. 여주는 총을 들어 반격했다. 하지만, 적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오랜만이구먼, 이런 전투도." 바얀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탱크같은 그가 앞을 뚫어주는 덕분에 여주는 사격수의 자질을 쉽게 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침내, 그들은 바리케이드 내부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
정부 앞에서의 진실
여주는 감시망을 피해 정부 청사로 향했다. 한동민이 남긴 데이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공공 방송 시스템을 해킹해 긴급 연설을 강행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정부의 병사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말하려 한다.”
여주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되려 견고하고고 굳센 의지가 담겼다.
“우리는 오랫동안 속아왔다. 정부는 우리를 보호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들은 공포를 이용해 우리를 가두고 있었다. 좀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백신이 존재했지만, 정부는 그것을 폐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포가 있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 방송이 중단되었다.
경보가 울리고, 무장한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김여주, 도망쳐!” 동민이 외쳤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진실을 말했어.”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이제 선택은 당신들 몫이야.”
그러나 그녀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빠르게 대응했다. 여주는 체포되었고, 동민과 바얀, 레이나 역시 도망치다 붙잡혔다.
그녀는 감옥에 갇혔다.
⸻
감옥 탈출
“이번엔 끝났군.”
동민은 낮게 말했다. 그는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벽에 기대 있었다. 바얀은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고, 레이나는 조용히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는 감옥 벽을 두드렸다.
“이 감옥, 예전엔 물자 창고였어.”
동민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훈련소 시절, 정부의 시설 지도를 본 적 있어.” 여주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 벽 뒤에는 하수구가 있어.”
레이나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그렇다면 뚫어볼 만하겠네.”
그들은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시간을 들여 벽을 허물었다. 마침내, 어둠이 드러났다.
하수구를 통해 탈출한 그들은 즉시 저항군과 접촉했다.
⸻
반란의 시작
여주의 방송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저항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끝을 보자.” 바얀은 총을 챙기며 말했다.
한동민은 조용히 여주를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겠어?”
여주는 총을 들었다.
“우린 여기까지 왔어. 끝까지 가야지.”
그날 밤, 바리케이드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정부군과 저항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여주와 한동민이 있었다.
6. 무너진 벽, 새로운 시대
마지막 전투
전투는 길고 처절했다. 저항군은 정부군과의 교전을 계속했고, 여주와 동민은 선봉에 서서 싸웠다. 공공시설이 점령당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유를 외쳤다.
마침내, 정부의 핵심 요새인 중앙 통제소가 무너졌다. 그곳은 감시 시스템, 군사 명령 센터, 그리고 바리케이드를 유지하는 핵심 시설이 자리한 곳이었다.
“김여주, 저기야!”
동민이 외쳤다. 바리케이드의 중앙 제어실이 보였다. 그것을 파괴하면, 더 이상 벽은 유지될 수 없었다.
여주는 총을 움켜쥐고 돌진했다. 수많은 정부군이 저항했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 있었다.
마침내, 여주는 중앙 제어실에 도달했다. 그녀는 손을 떨며 레버를 당겼다.
— 콰과광!!
거대한 소음과 함께 바리케이드가 무너졌다. 벽이 흔들리더니,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붕괴되었다.
그 순간, 바깥의 세계가 드러났다.
폐허가 된 도심 너머로 넓은 초원과 숲이 보였다. 도시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벽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그리고…
“...우리가 해냈어.”
여주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피로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동민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여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는 자유야.”
여주는 조용히 동민을 바라보았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눈빛에는 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쌓인 감정, 싸움 속에서 서로를 지켜왔던 순간들, 그리고 이제 함께 맞이할 미래.
동민은 천천히 손을 뻗어 여주의 손을 감쌌다.
⸻
무너진 바리케이드 이후의 세상
벽이 사라진 도시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의 가능성을 꿈꾸기 시작했다.
저항군은 새로운 정부를 조직했고, 억압과 통제가 아닌 자유와 공존을 목표로 삼았다. 시민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다.
바깥세상으로 나간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좀비 바이러스는 오래전에 약화되었고, 이미 자연적으로 소멸해가고 있었다. 정부가 퍼뜨린 공포는 거짓이었다.
“우린 쓸데없이 갇혀 있었던 거야…”
사람들은 허탈해했지만, 동시에 희망을 품었다. 이제,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주는 폐허가 된 도시 위에 서서 멀리 뻗어 있는 들판을 바라보았다.
동민은 그녀의 옆에 다가왔다.
“이제 뭐 할 거야?”
여주는 미소를 지었다.
“다시 살아가야지.”
동민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나랑?" 한동민의 짓궂은 얼굴.
"...진짜 짜증 나네 이 얼굴" 처음 만났을 때 지었던 저 짓궂은 얼굴이 겹쳐 보였다.
"너무하네..- 나름 잘 나갔던 얼굴인데" 그새 능글맞음이 더 해졌다.
"네.. 그 얼굴로 먹고 사시던가요..~"
"먹히려나..?"한동민은 중얼거렸다.
"...뭐?"
"마음에 들면 데리고 살던가"
"뭐가 이뻐서?"
"...진짜 너무하네"
"ㅋㅋㅋㅋㅋㅋ" 여주는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달래듯 동민은 손을 잡았다. 그때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네가 나를 구했을 때처럼.
.
.
.
.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자유를 얻었다. 세상은 무너졌지만, 또 다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