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대.

"so cute. 민윤아."
순간 훅- 하고 들어오는 말에 사고회로가 잠시 멈추었다. 분명 뇌는 열심히 무덤덤하게 대하라는 명령을 내린건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걸까.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박지민을 똑바로 쳐다보는 그 상태로.
무언가 머리에 한 대를 맞은 느낌이었다. 뒤통수가 아려오지는 않았지만 그만큼의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모든 것들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박지민만 뚜렷하게 보였다. 목소리도, 눈웃음도 전부 다.
분명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후로 내가 정신을 잃은 듯이 가만히 있자, 그는 내 눈앞에서 자신의 손을 왔다 갔다 거렸다. 눈을 깜빡이자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는 다시 한번 웃었다. 이번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은 것이 아닌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행복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방금 뭐...라고 했어?"
"밥먹자고. 같이 밥먹자고 했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을 때,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반 아이들은 바쁘게 반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수업 준비를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태연하게 수업 준비를 하고, 다른 아이들과 뒤섞여 평범하게 학교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반 아이들은 하나같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기 1분 전부터 조심스레 한쪽 발을 책상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아마 종이 치고 바로 급식실로 달려가기 위해서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종이 치자마자 다들 하나같이 교실 밖을 뛰쳐나갔다. 그러고서는 2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느긋하게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 손을 탁탁 털어 물기를 대충 털고는 화장지 몇 개를 뽑아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급식실이 아닌 매점으로 향하려 했다. 분명 그랬다.
"
"
화장실에서 나온 직후, 박지민과 눈이 마주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아마도 박지민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몰랐을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급식에 얼마나 진심인지. 거기, 한국 학생들 중 아마 대다수가 급식을 먹으러 오는 거일지도 모른다고. 그중 나도 포함이지만.
아마 아이들이 동시에 나가는 광경을 본 박지민의 표정은 많이 놀라 보였다. 하긴. 똑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치 먹잇감을 찾았다는 듯 교실 문쪽으로 살벌하게 뛰어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고요한 정적 끝에 이렇게 계속 있을 수는 없겠다 싶어 말을 걸었다.
"밥. 같이먹자."

"
"미안. 우리학교 밥이 맛이 좀 없어서."
급식실로 들어가 음식을 받았다. 아. 오늘 급식 진짜 맛없는데. 괜히 왔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로 먹을 것이 없었다. 코다리강정, 콩밥, 가지무침에 연근조림까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앞을 쳐다보니 박지민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젓가락질이 점점 느려지는 게 눈에 보였다.
순간적으로 박지민의 손을 잡았다. 급식 말고 다른 거 먹자고. 박지민은 놀란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니까. 나는 잔반처리하는 법을 알려주고 급식실을 나왔다.
"여기는 매점이야. 사실상 난 점심을 여기에서 먹지."
"...신기해."
하긴. 그럴 것이다. 우리 학교 매점은 본관이 아닌 따로 건물까지 있을 정도이니까. 조그마한 슈퍼처럼 생겼다. 그러니까, 그만큼 학교 매점 치고는 크다는 말이다.
나는 매점으로 들어가 바나나우유와 멜론 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박지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젤리 하나라니. 마실 거는 별로 안 좋아하나. 아 맞다.
"여기는 카페처럼 음료 주문도 된다?"
"...!!"
나는 박지민에게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박지민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더니 갑자기 말을 건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깜짝 놀라 나에게로 다시 슬금슬금 와서 말을 건넸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데, 조금..."
"조금?"
"무서...워서."
자. 솔직히 말해서 조금 귀여웠다. 외국에서 온 아이가, 그것도 나와 동갑인 아이가 주문 한번 시키는 것에 이렇게나 무서워 하다니. 이거 완전 심부름 처음 해보는 5살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거 아닌가.
나는 나보다 키가 큰 박지민을 쓰담아주었다. 그러고서는 더 필요한 거 없냐 박지민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뜨거운 거 말고 차가운 걸 먹고 싶다며 매우 곤란해했다. 외국은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없다고 하는데, 진짜 모르는구나.
나는 박지민에게 여기 잠시 있어달라고 부탁한 뒤 계산을 하러 계산대로 걸어나갔다. 그러고는 박지민의 주문을 대신해주기 시작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그거? 아까 저 학생이 왔을때부터 만들어놨는데?"
"네?? 주문 했던거였어요??"
"응. 능숙하게 그러던데."
솔직히 말해서 조금 충격이다. 아니, 왜 거짓말을 했지? 나랑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온갖 생각을 하며 박지민에게로 갔다. 그런데, 없다. 말을 못 알아들었나.

"야. 너 왜 아까 거짓말했어? 먼저 가기나 하고."
"음..."
오늘은 가벼운 개학식이었기 때문에 간단한 종례 후 집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궁금했던 것들을 전부 물어보았더니, 눈을 피하고 있다.
얼굴을 잡고 나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곤란해할 줄만 알았던 박지민의 눈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여유로워 보였다. 오히려 내가 역으로 당황했다.
박지민은 내 손을 잡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어느 한 자동차 앞에 서서 말했다.
"먼저 가라는건줄 알았어. 미안해."
"그리고."
능청스럽게 자동차 문을 열고 그 안에 탔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귀여워보이고 싶었어. 너에게서 말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이런말 하는거 완전 유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