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충 꾹쌤이랑 연애하는 이야기 (합작)

#14 (견우)

김여주

후우, 진짜 김여주.. 답답한 것도 정도껏 답답해야지, 이게 뭐야.

괜히 심술만 부려서 꾹쌤이랑 사이만 멀어졌잖아. 한창 내 자신을 원망하며 홀로 운동장을 느리게 거닐고 있는데, 저만치서 큰 체구를 가진 익숙한 남성의 인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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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여주 누나?

김여주

태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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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김여주

으응, 잠깐 바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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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헐, 나돈데. 우리 운명인가 봐요.

푸흐, 바람 쐬러 나왔다가 마주친 것 가지고 운명은 무슨 운명이야.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며 태형의 이마에 손을 뻗은 채로 아프지 않게 꿀밤을 때렸다. 그러자 축 쳐진 강아지처럼 울상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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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힝, 누나. 아파요.

김여주

안 아프게 때렸거든. 엄살 부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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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치잇.

김여주

볼 부풀리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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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매정해.

김여주

쿡쿡.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더니 이제는 토라진 척 볼을 부풀리는 태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여튼 김태형, 사람 웃기게 하는데는 재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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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엇, 웃었다.

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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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아까 마주칠 때부터 기분 안 좋아 보였거든요. 근데 이렇게라도 웃어서 다행이야.

김여주

그렇게 티가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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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요, 내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오구, 김태형 주제에 나 걱정했냐. 혼자 어른스러운 척 하는 김태형이 조금은 얄미웠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위로하는 척 웃겨주는 태형이가 고맙기도 하고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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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기분 전환 겸 저랑 데이트 할래요?

김여주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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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 덕분에 조금 풀리긴 했어도 아직 누나 기분 우울한 거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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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니까 나랑 만나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실컷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누나 하고 싶은 건 다 하자고.

김여주

...짜식, 다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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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치, 애 취급 하지 말아요.

김여주

푸흐,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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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저랑 데이트 하는 거 맞죠?

김여주

응, 톡으로 날짜랑 시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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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요, 나 이제 반 들어가봐야겠다. 누나, 연락할게요.

나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김태형에 나는 아차 싶어 그의 옷자락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김여주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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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빨리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올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

그 눈 안에는 오직 나만이, 김여주만이 담겨 있다. 그럼 나는 그 눈을 보며 이렇게 말할까,

김여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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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약간 놀란 듯 해보이는 김태형, 나의 싱긋 올라간 입꼬리와 휘어진 눈꼬리를 본 그는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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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더요, 누나.

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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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웃어줘서 고마워요, 내가 본 누나 중에, 지금이 제일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