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너희들은 포위됐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02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하여 전부 8명이었다. 다른 팀에 비해 인원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들어오는 사건이 힘들며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팀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전정국
"잘 들어. 한 번만 말해줄 거니까."

'전' 막내였던 전정국 순경에게 팀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정국
"일단, 우리 팀장님. 아까 봤지?"

○○○
"네!"


전정국
"...너무 그렇게 대답하지 마. 나, 혼나."

○○○
"아, 네..."


전정국
"이제 30살인데 벌써 경감이 된 슈퍼스타야. 워낙 수사력도 좋고, 상황판단 능력도 월등해서 아마 이곳 팀장님들 중에선 가장 실적이 좋을 거야."

...그냥 성격이 더러운 줄 알았다...


전정국
"그래선지 서울지청 내에선 미움을 좀 많이 받는 편이야.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놈이 경감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뭔가...팀장님이 점점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전정국
"게다가 계장님이 엄청 아끼시거든."

그럴만 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정국
"그냥 잘만 하면 돼. 완벽을 추구하는 분이시거든. 뭐 하나 수틀리면 그날은 그냥 죽음이야, 죽음. 차라리 군기 잡는 게 나을 정도로."

○○○
"...헉."


전정국
"다음은 민 경위님."


전정국
"강력계 사냥개라고 다들 그렇게 불러."

○○○
"왜요?"


전정국
"한 번 물면 놓지 않거든. 엄청난 근성이지 뭐."

○○○
"..."


전정국
"귀찮은 건 질색이시라서 무대뽀로 나가셔. 근데 실적이 좋은 게 엄청난 반전이지."


전정국
"그냥 엄청나게 능력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래서 강력 1팀이지."

일리 있는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선배는 마지막으로 경고성 멘트를 남겼다.


전정국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분이니까 되도록이면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네?"


전정국
"골치가 좀 아프거든. 워낙 스케일 좀 커서."

나 역시 휘말렸다가 시말서를 몇 번이나 썼는지...괴로운 기억이라도 떠오른 것인지 선배가 끙끙대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
"저...괜찮으..."


전정국
"다음은 김남준 경위님.

아, 네. 괜찮으신 것 같네요.

선배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올백 머리를 한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가만 있자, 제목이....

'맛깔나게 유혹하기.'


전정국
"강력계 천재. 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IQ가 140이 넘는다더라. 경찰대 수석 졸업생이야. 유명했지."

이 사람들. 굉장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건가. 갑자기 저 사람이 읽는 책이 범죄학 전공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전정국
"범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외우고 다닐 정도로 기억력이 좋으셔. 그래서 민경위님이 귀찮으실 땐 김 경위님 불러서 사건 조사하시곤 해."

다른 의미로 대단한 민 경위님....


전정국
"그런데 대신 실생활 기억력은 제로. 먹던 컵이 어디 갔는지, 보고서를 어디에 놓았는지, 심지어는 수갑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 못하시곤 해."

선배의 말에 나는 벙찐 채로 그를 바라 보았다. 그러다 시선을 돌려 눈이 마주치자 선배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곤 다음 순서를 말했다.


전정국
"다음은 정호석 경사님."

○○○
"...저 분,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전정국
"저분이 특공대 출신이시거든. 가끔 짬날 때마다 운동하셔. 저것도 일종의 운동이지."

고개를 돌린 그곳엔 윗통을 깐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정 경사님이 보였다. 문제는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만으로 지탱하고 계셨다는 것 정도?


전정국
"김 경위님이랑 동갑인데 우리랑 같이 순경 시험으로 들어 오셔서 직급이 낮아. 그래서 좀 라이벌 의식 같은 것도 있으신 것 같고."

○○○
"아..."


전정국
"그래도 초고속 승진을 하신 대단한 분이셔. 이제 겨우 28살이시거든."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는 그저 평범한 일개 공무원으로 들어온 것인데. 처음부터 너무 대단한 팀에 들어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정국
"아, 그리고...잘못 건드리면 정말로 너 죽을지도 몰라."

○○○
"네?"


전정국
"정 경사님이 한 번 미치면 이 서울지청이 날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이 순간, 나를 더 무섭게 하는 것은 그 말을 너무나도 덤덤하게 말하는 전 선배였다.


전정국
"다음은 김태형 경장님."

선배가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입안에 막대 사탕을 물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전정국
"좀 특이한 성격이셔. 그래도 사람은 좋아."

○○○
"...아, 네."


전정국
"그냥 가끔 이상한 말이나 장난을 쳐도 당황하지 말고, 받아 주면 아무런 문제 없을 거야."

이상한 말이나 장난을 대체 어떻게 받아주라는 거죠, 선배...


전정국
"눈썰미가 아주 좋으셔. 저번에 민경위님 앞머리 1cm 자른 것도 알아 보셨어."

왜...도대체 왜, 앞머리를 1cm만 자른 거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넣어두기로 했다. 나는 힘 없는 신입 순경이니까.


전정국
"그래서 형사들이 놓친 증거들도 종종 발견하시곤 해. 그 눈썰미로 살인범 증거 잡아내서 승진도 하셨지. 안 그랬으면 아직도 순경이셨을텐데."

뭔가 흥칫뿡! 하는 듯한 선배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넘기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힘 없는 신입 순경이다. 막내 중에서도 막내. 먹이 사슬의 최하위.


전정국
"...그리고 저기..."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는 선배에 내가 의아해 하며 선배를 쳐다보자 선배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정국
"...박지민 경위님...."

○○○
"아, 네."


전정국
"..."

○○○
"..."


전정국
"..."

○○○
"...선배님...?

이름을 거론한 뒤,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는 선배를 부르자 그제야 어색하게 웃으며 선배가 말을 이어 나갔다.


전정국
"박 경위님은 굉장한 분이셔."

네. 선배 행동만 봐도 충분히 알 것 같네요.


전정국
"얼굴만 보면 굉장히 유할 것 같고, 막 귀여울 것 같지?"

...그냥 전 여기 사람들이 다 무서워요, 선배....


전정국
"아마 우리팀에서 가장 무서운 분이실지도 몰라."

○○○
"왜요?"


전정국
"강력계 지킬 앤 하이드라는 유치한 별명이 따를 정도야. 윗분들이 박 경위님을 그렇게 부르더라고. 희롱과 애칭의 결합이랄까."

○○○
"...지킬 앤 하이드?"


전정국
"응. 속내를 늘 숨기고 다니시는데 잘못 건드리면 피 본다. 참고로 김 경장님도 그랬다가...."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선배 역시 뒷 이야기를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정국
"암튼, 이상한 짓만 안 하면 피 볼 일 없으니까 걱정 말고."

그런 말을 들었는데 퍽이나 걱정을 안 하겠나. 그때, 선배가 대뜸 밝게 웃으며 가슴팍으로 자신을 퍽 치며 활기차게 말했다.


전정국
"마지막은 바로 나!"

○○○
"네!"


전정국
"내 이름은 전정국이고, 너랑 같은 직급이야. 얼마 전만해도 이곳 막내였고. 그래도 이젠 내가 네 선배다. 알겠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울지청의 실세는 바로 이분. 전정국 순경님이셨다. 열라 짱 쎈(?) 박 경위님도 전 순경님 하극상에 여러번 말려들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다...

근무 첫날. 전 선배에게 업무에 대한 설명과 팀원들에 대한 설명 등등...기초적인 것들만 배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실전에 투입된 것도 아니고, 뭔가 업무를 한 것도 아닌데 굉장히 피곤한 하루였다.

띠롱-

씻고 드디어 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갑자기 방이 환해지며 핸드폰에서 깜찍한 알림음이 터져 나왔다.

○○○
"...음?"


김석진
[막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성격에 맞게 정갈한 문체의 문자. 그런데도 뭔가 기분이 좋아 나는 최대한 막내답게 활기찬 답장을 남겼다.

그러자 곧바로 날아오는 답장. 답장을 보낸지 1분도 되지 않아 날아온 문자에 놀라며 핸드폰 잠금을 푸는 그때,

띠롱띠롱띠롱---

연달아 알림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겪는 알림 폭탄에 나는 당황하며 잠금을 마저 풀었다. 잠금을 풀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민윤기
[막내. ㅅㄱ]


김남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잘 부탁한다.]


정호석
[김남준이 뭐라하면 그냥 무시해. 선배의 조언이다!]


김태형
[잘 부탁해 막내야! 내일 일찍 오면 사탕 하나 줄게!!]


전정국
[새로운 막내. 잘 부탁한다.]


박지민
[지각하지 마라. 오늘 같이 너 건드는 새끼 있으면 말하고.]

선배들의 문자였다. 그들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문자에 웃음이 터졌지만 나름 일일이 답장을 했다. 물론, 재 답장은 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선배들에 나는 그제야 하루 동안 묵혀둔 피로감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