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너희들은 포위됐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03



전정국
"이건 저기에, 그리고 이건 여기에 넣어서 보관하면 돼."

출근 이레 내가 하는 일은 문서 정리였다. 전 선배의 말에 따라 이리 저리 부산스럽게 움직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정말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갈 줄이야. 그다지 바쁜 것 같진 않았는데.

할 일 없이 핸드폰만 하던 민 경위님이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이내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윤기
"먹자."

○○○
"..."


민윤기
"밥."

뭐지. 저 어순을 싸그리 무시한 화법은?

그의 말에 팀장님이 씩 웃으며 가자, 라고 말했다.


김석진
"막내. 너 뭐 좋아해?"

이제 출근 이틀된 막내가 이런 의견 제시해도 되는 건가. 드라마로 배운 사회 생활에 기가 죽은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옆에 계신 정 경사님께서 내 어깨에 팔을 오리며 말했다.


정호석
"팀장님. 우리 막내도 왔는데 오늘은 고기 어때요?"


김석진
"미친놈아, 지금 점심이야."


정호석
"고기가 시간 따지고 먹는 건가요, 뭐."


김석진
"하...고기 좋아해?"

나를 보며 묻는 팀장님에 내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에 고기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정호석
"아, 그리고 막내야. 호칭 말이야. 너무 딱딱하게 부르지 마."

○○○
"아..."


정호석
"그냥 호석 오빠- 라고 불러."

퍽.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 경위님이 그대로 정 경사님의 뒷통수를 파일로 내리쳤다. 굉장히 큰 소리가 났지만 민 경위님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민윤기
"미친놈. 개소리 작작해."


정호석
"아...흑."


민윤기
"막내.'

갑자기 날 부르는 소리에 놀란 내가 네? 라고 크게 대답하자 민 경위님은 낮게 웃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민윤기
"윤기 선배."

○○○
"...네?"


민윤기
"윤기 선배라고 불러."

○○○
"...아....그...."


민윤기
"해봐. 윤기 선배."

○○○
"윤....윤..."

안하면 죽을지도 몰라. 불현듯 전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
"윤기....선배님......"


민윤기
"...잘했어."

머리를 하도 쓰다듬으셔서 엉망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민 경...아니, 윤기 선배님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셨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이 끝나고....


김태형
"막내야! 나도 나도! 태형 선배라고 해봐!"


정호석
"에잇, 봐줬다! 호석 선배 해봐!"


김남준
"남준 선배~ 해줘!"


전정국
"나도! 나도 선배라고!"

갑자기 들이 닥치는 네 남자에 내가 당황하며 결국 차례로 그들이 원하는 호칭을 불러 주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선임들의 짓궂은 장난이라는 건가...


김석진
"안가고 뭐해."

○○○
"아, 팀장님."

이미 겉옷까지 다 갖춰 입은 팀장님이 나를 툭 치며 말했다. 그에 뭔가 마음에 안드시는 건지 인상을 찌푸리셨고 나는 숨을 들이키며 긴장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김석진
"...나는 왜 그냥 팀장님이야."

○○○
"네?"


김석진
"저거들은 다 이름 불러놓고 왜 나는 그냥 팀장님이냐고."

이건 또 무슨 소리지...

○○○
"...팀장님이시니까..."


김석진
"...아, 그렇지. 난 팀장이구나."

저게 무슨 귀신이 씨나락 까먹다가 승천하는 소리지.

팀장님은 짜증나, 를 연발하시며 문을 열고 나갔다. 막내 안 나오냐! 라며 소리치는 호석 선배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내가 급하게 뛰어 나오자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 팀장님이 이내 호석 선배의 뒷통수를 때리셨다.


정호석
"아씨. 왜 자꾸 제 뒷통수를 때리는 거예요!"


김석진
"개새끼야, 내가 군기 잡지 말랬지."


정호석
"...내가 언제 군기를 잡았다고...."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호석 선배를 가볍게 무시한 팀장님이 그대로 선배를 지나쳐 내 앞에 섰다.

...뭔가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넘치는 존재였다.


김석진
"막내. 저것들이 너한테 군기 잡으려고 지랄하면 바로 나한테 꼰질러. 알았냐?"

권력남요이야! 라며 소리치는 호석 선배의 찡찡거림을 배경음악 삼아 우린 돼지 고기도 아닌 소고기 전문점으로 발을 들였다. 이럴 수가....이 곳은 천국이야!


김석진
"내가 쏠 테니까 많이 먹어, 막내."

나 오늘부터 우리 팀장님 사랑할 거야.

치이익-

기가 막힌 소리를 내며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고, 어느덧 내 배는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빵빵해져 있었다. 슬슬 다들 배가 부른 것인지 젓가락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더 뛰게 해줘. 나를 더 뛰게 해줘. 두발의 상ㅊ....


김석진
"네, 서울지청 김석...."

역시 우리 팀장님. 벨소리도 진짜 독특해. 보통은 후렴구로 해놓지 않나?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다들 일어나."

팀장님의 말 한마디에 다들 빠른 움직임으로 옷을 챙겨 입었다. 그에 비해 어벙하게 가만히 있는 내게 옆에 있던 정국 선배가 손수 겉옷을 건네주며 말했다.


전정국
"빨리 입어, 인마. 바로 출동해야 하니까."

왜냐고 되물을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선배의 말에 나는 그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가게 문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선배들은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김태형
"막내야, 넌 그냥 우리 옆에 있으면 돼."

○○○
"...네?"


김태형
"위험한 일은 이 선배들이 다 할거니까."

태형 선배가 웃으며 날 안심시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가 정말 날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막내니까 짜져 있어라.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말에 내가 안심을 했다는 것이다. 뭔지 모를 믿음직스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