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ep. 07 손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 2 )

내가 긴 고민 끝에, 손님에게 나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특별한 방법은,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아

그냥 손님에게 나 좋아하냐고 물어보며 손님이 나에게 사탕을 줬던 것처럼, 나도 손님에게 사탕을 주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이게 상대방도, 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어

그래서 난 실행에 옮겼지

그렇게 계산이 끝나고 손님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난 입을 열었어

정말 떨리고 또 떨렸지만, 덜덜거리는 목소리는 진정시키고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신뒤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주먹 꼭 쥐고 크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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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손님, 혹시 저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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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맞아요. 좋아합니다

에..?

나 사실 당황했다?

이렇게 물어보기 전에는 난 사실 손님이 당황할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가 당황스럽네

그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당당하게 말하는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것을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워해서 나도 손님이 그럴 줄 알았는데

되게 당당하게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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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아한다구요

손님은 다시 내 머릿속에 '좋아한다구요'라는 말을 똑똑히 새겨두었어

이제는 내가 답할 차례인데, 정말 큰일인것은 나 이제 뭐라고 답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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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아, 다행이다. 손님이 또 입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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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아직은 고백 안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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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조금 있으면 수능 봐야하는 수험생인데, 알바하랴 공부하랴 바쁜 수험생을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고백을 하고 연애를 시작하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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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이렇게 먼저 용기내어 말해주셨으니까 그냥 넘기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까.. 제가 고백같은거 하나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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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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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수능 보기 전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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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수능 다 보시면 제가 고백 할게요

이게 무슨소리일까

친구?

음.. 뭐 딱히 나쁠 건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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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친구, 좋죠

들뜬 마음을 숨기려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내 목소리는 높게 올라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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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말부터 편하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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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네, 아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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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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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이름은 김태형이고, 20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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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는 김여주..!! 나이는 알고 있으니까 패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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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나이 더 많으니까 오빠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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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직은 손님입니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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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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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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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초면인 사람이랑은 말도 안하고 낮가리고 조용한 성격이거든?

근데 왠지 이 사람이랑은 그런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동안 많이 보기는 했지만, 딱히 사적인 대화는 많이 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초면이잖아?

아닌가,

하여튼, 저 손님은 되게 사교적인데 막 나한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려고 하는 것 같아

왠지 이 손님이랑은 잘 지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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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내가 우리 친구먹은 기념으로 뭐 맛있는거 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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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조금 있으면 마감이니까, 저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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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ㅋㅋㅋ그래 맛있는거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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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비싼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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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냥 맛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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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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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뇨아뇨 기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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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겠어 안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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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얼때 기대 안해

그렇게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정리와 청소를 하고 손님에게는 조금 기다리라고 말한뒤

물 하나랑 컵라면 두 개를 가지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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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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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맛있는데 안 비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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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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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요 왜 웃어 라면 지금 무시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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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라면 맛있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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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왜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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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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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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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우리 밖에 나가서 먹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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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마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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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디가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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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공원갈래?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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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 좋죠좋죠

그렇게 편의점을 나와 한강으로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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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서 먹으니까 되게 맛있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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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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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 사실 한강에서 뭐 처음먹어본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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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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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여기 친구랑 같이 와서 사는데 그냥 와보기만 했지 앉아서 먹어보는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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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면 나랑 많이 오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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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근데 또 갑자기 생각난건데, 우리 지금 서로 되게 분위기가 달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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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막 사귀는것처럼! 드라마 보면 항상 이럴때 뭐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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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떻게 보면 사귀는거라고 할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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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썸타는거하고 사귀는거의 전단계

썸타기와 사귀기

그리고 그 사이

그 사이에 우리가 있어

왠지 이 사람과의 시작이 좋은 것 같아

그렇게 나만의 생각을 하며 실실거리고 있을 때 손님이 내 손에 뭔가를 쥐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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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게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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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집 가서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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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궁금한데,, 지금 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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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돼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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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면 나 지금 집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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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거 뭔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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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지금 헤어지는건 좀 아쉬운데 시간 늦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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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일 또 편의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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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웅 그때 만나요

그렇게 혼자 집에 걸어갈때

노래나 들어야지, 하고 핸드폰 화면을 켰어

핸드폰을 키자마자 보이는건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카톡알림이었어

아까 공부한다고 알림소리 나오지 않게 무음으로 해뒀던걸 계속 그러고 있었나봐

시간이 얼마나 됐길래, 생각을 하며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가 가까이 되고 있었어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보니 다 예림이야

그래, 그 걱정많은 애가 내가 원래 오는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도 오지를 않으니까 얼마나 걱정되었겠어

예림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뚜루-

신호음이 한 번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예림이가 전화를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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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김여주!! 김여주!! 너 맞아? 너 어딨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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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나 지금 집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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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걱정 많이했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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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너 괜찮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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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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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음.. 어..

예림이에게 아직은 사실대로 말하기 싫었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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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게.. 그래, 친구가 잠깐 와가지고 뭐 먹느라! 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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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너 이 동네에 친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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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야..!! 있었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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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그래, 뭐 친구는 생겼다고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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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전화는 왜 안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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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그건 편의점에서 공부한다고 무음으로 해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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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휴우.. 난 또 너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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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지금 집 오고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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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어어 금방 가..!!! 늦었는데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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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너 들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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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알겠어 나 지금 빨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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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후우..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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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잘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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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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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엉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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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너 오늘 기분 되게 좋아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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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티 많이 나나..? 무튼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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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어어 자라

그렇게 침대에 누워 아까 손님이 준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냈어

뭔지도 몰랐는데, 쪽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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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지 이게?

의아하면서도, 궁금한 마음에 쪽지를 펴보는 손이 빨라졌어

그렇게 다 펴보니 보이는 것은.. 음..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아, 불을 꺼둬서 그렇구나

주변을 더듬다가 핸드폰을 잡고 그 불에 의지하며 다시 쪽지로 눈을 돌리니

전화번호로 보이는 11자리 숫자와 '편할 때 연락 해'라고 적힌 깔끔한 글씨가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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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 번호를 주셨네

지금 연락할까, 하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내일 연락해보기로 하고 눈을 감았어

우와.. 오늘은 진짜 기억에 남을만한 날이었다..

누군가에게 고백같은걸 해보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하고, 친구가 되었으며, 늦은 시간까지 같이 있었고, 번호까지 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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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늘은 되게 보람찬 하루였다..

빨리 내일이 되어 편의점에서 손님을 만날 시간이 오면 좋겠어

길고 심심했던 알바 생활이 조금씩 재미있어지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