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69 ° 강력 1팀, 그들과의 숨바꼭질

한편 정 경사와 김 경사는 오연후군이 입원해있는 한국대병원에 왔다. 여기에서는 지시 받은대로 현재 오연후군 상태에 대한 의사 소견을 듣고, 소망유치원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정호석 [31]

“안녕하세요. BU경찰서 강력 1팀, 정호석 경사입니다.”

정호석 [31]

“최근 3일 내로 내원한 영유아 환자 명단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환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축에 속해있어서 그냥 알려드리는 건 좀 어려워서요.“

정호석 [31]

“아… 그 저희가 수사중인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이 있어서요.”

정호석 [31]

“최근 5살 남아 오연후 환자 마약 중독성 쇼크로 입원하지 않았나요?”

”음… 네. 조회해보니까 나오긴 하네요.“

정호석 [31]

“그게 유치원 내에서 마약이 검출된거라 또 다른 피해자 있는지 확인해야 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3일 이내에 입원한 영유아 환자들 명단 뽑아드릴게요.”

“보호자 성함이랑 연락처도 있어서 수사 용도 이외에는 사용을 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호석 [31]

“그럼요.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김남준 [31]

“받았어?”

정호석 [31]

“응. 연후 병실부터 들리자.“

같은 유치원에 같은 사유로 입원한 건지 장담은 못하지만 명단에 찍혀있는 7명 정도 되는 영유아 환자들을 보며 부디 아니길 빌었다. 그 유치원에서의 피해자가 더는 없어야만 했다.

제일 먼저 찾은 건 아무래도 오연후군 병실이었다. 오연후군은 여전히 의식 불명 상태였고 오연후군의 부모님은 본인들의 모든 걸 멈추시고 오연후군의 곁을 지키고 계셨다.

김남준 [31]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박윤희 [35]

“아… 경찰분들 오셨군요.”

정호석 [31]

“담당의사분 좀 만나뵙고 싶은데요.”

오병식 [37]

“지금 회진 시간이라… 아마 곧 오실 겁니다.”

김남준 [31]

“알겠습니다. 두 분 끼니는 잘 챙겨드시나요?”

오병식 [37]

“뭐… 그럭저럭 챙겨먹습니다.”

오연후군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회진을 돌던 담당 의사가 병실로 들어왔고 간단히 소속을 밝히자 간단하게나마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마약 성분이 다 빠지도록 조치를 취하고는 있는데.”

“아직 어린 몸이다보니 그만큼 치명적이라 시간이 꽤 걸리는 중입니다.”

“워낙 흔치 않은 사례라 저희도… 다른 대책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정호석 [31]

“…그렇군요.”

정호석 [31]

“언제쯤… 깨어날 수 있을까요?“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목표는 3개월 이내입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코마 상태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정호석 [31]

“네… 감사합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살아가는 오연후군의 부모님 심정은 자식을 키워본 적 없어도 어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말들을 의사 입에서 들으면 그 원장을 잡아죽이지 않은 게 용하다 싶었다.

의사가 병실에서 나가고 부모의 통곡소리만이 병실을 메웠다. 이미 들으셨던 소견들일텐데 변하지 않는 사실이 원망스러워서 나오는 울음일지, 아니면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 자신들의 자책에서 나오는 울음일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통곡 소리를 뚫고 울리는 정 경사와 김 경사의 인이어에서 크고 길게 들리는 신호 소리. 팀원 중 누군가가 위험에 빠졌을 때 울리는 거라 듣는 게 결코 흔치 않은 소리에 서로 눈빛 교환만 하고 있었다.

김남준 [31]

“정 경사… 이거…”

정호석 [31]

“…어머님, 아버님.”

정호석 [31]

“저희가 꼭 잡을테니 두 분은 연후 케어에 조금만 더 힘 써주세요.”

정호석 [31]

“저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남은 영유아 입원 환자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병원을 빠르게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얼마나 큰 파장이 올지도 장담하지 못했다.

김남준 [31]

“이거 그 소리 맞지? 누가 누른 거지.“

정호석 [31]

“김 경장이랑 전 순경일 가능성이 커.”

정호석 [31]

“그 조직에 둘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김남준 [31]

“본사 아닌 것 같다고 우리가 너무 얕봤나봐.”

정호석 [31]

“빨리 연락 하자. 다른 팀원들도 이거 들었을 것 같…”

김남준 [31]

“어? 하 순경한테 전화 온다.”

정호석 [31]

“받아봐.”

김남준 [31]

- “여보세요? 하 순ㄱ,”

하여주 [29]

- ”두 분 어디세요?! 지금…..•••“

하 순경의 다급한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인이어 신호음의 사유는 우리를 미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합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위험한 일이… 어쩌면 정말로 우리는 서로 떨어져있어야 안전하다는 걸 잊고 있던 걸까.

강력 1팀 팀원 5명이 그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김 경장과 전 순경이 방문했던 ‘메드’ 조직 건물은 텅텅 비어있었고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곳곳에 연하게 묻어있는 핏자국이 우리 팀원들 것이 아니길 빌 수밖에 없었다.

김석진 [33]

“…..하…”

민윤기 [32]

“지원 병력 얼만큼 나온대요?”

김석진 [33]

“모르겠어. 일단 여러 팀에서 불러준다고는 하는데…”

김석진 [33]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하여주 [29]

“…아예 잡혀간 걸까요.”

박지민 [30]

“믿기 싫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박지민 [30]

“근데 빨리 움직여야 해.”

박지민 [30]

“죽일…수도 있어. 그정도야.”

김남준 [31]

“…맞아. 걔네 약물 회사라 소리소문 없이 죽일 수 있을 거야.”

정호석 [31]

“빨리 움직입시다.”

김석진 [33]

“김 경사. 얘네 진짜 본사 어딘지 알 수 있어?”

김남준 [31]

“알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김남준 [31]

“공권력이 아닌, 오로지 제 능력만을 사용해야 해서요.”

김남준 [31]

“저 말고 다른 인력도 있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

하여주 [29]

“…경찰행정 1팀 박 경감님 지원 가능한지 확인해볼까요?“

하여주 [29]

“아마… 그 분 능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김석진 [33]

“그래? 그럼 좀 부탁할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부탁할 구석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이던가. 하 순경은 떨리는 손과 마음을 모두 붙잡고 박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성진 [33]

- “어, 하 순경. 무슨 일?”

하여주 [29]

- ”…안녕하세요, 박 경감님. 갑작스러우시겠지만…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어 연락했습니다.“

박성진 [33]

- “그래. 목소리 떠는 거 보니 어지간히 급한 거 같은데, 천천히 얘기해.”

하여주 [29]

- ”저희… 저희 팀원들이 지금…“

박성진 [33]

- “…하 순경 괜찮아? 우는 거야?”

정호석 [31]

“힘들면 내가 받을까? 무리하지마.“

하여주 [29]

“…아닙니다.”

하여주 [29]

- “박 경감님,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여주 [29]

- “그 범죄 조직을 조사하려고 조직 건물에 들어간 팀원 두 명이 비상 신호만 남기고 실종됐습니다.“

하여주 [29]

-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서 빠르게 찾아야 하는데…”

하여주 [29]

- “지도에 얘네 진짜 본사 건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하여주 [29]

- “공권력이 아닌 개인의 능력만으로 여길 빨리 찾아야 하는데…”

하여주 [29]

- “저희 팀원들 중에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 시간이 지체될까 지원을 구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여주 [29]

- “근데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박 경감님밖에 생각이 안 나서 염치 불구하고 연락 드리게 됐습니다…“

박성진 [33]

- “별로 안 어려운 거네. 알겠어, 찾으면 연락 줄게.“

하여주 [29]

- “아,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박성진 [33]

- “아니야. 이 경사까지 시켜서 빨리 찾을 테니까 넌 일단 너부터 진정 시켜.“

박성진 [33]

- “과호흡 올 거 같다.”

하여주 [29]

- “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그제야 주저앉아 한숨 돌리는 하 순경에 정 경사는 하 순경의 가쁜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옆에 같이 앉아 심호흡을 도와주었다.

정호석 [31]

“일단… 저희 둘은 서로 갈게요.”

정호석 [31]

“가서 지금 사태에 대해 말하고 병력 요청 결재도 받아야 되지 않습니까.”

정호석 [31]

“하 순경도 절대 안정 필요하고요.”

정호석 [31]

“나머지 분들은 여기서 대기하며 찾아보시다가 본사로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정호석 [31]

“경행 1팀 박 경감님 연락 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석진 [33]

“그래, 고맙다.”

김석진 [33]

“우리 차 뒤에 한서인씨 시신도 있으니까 이거 2호차에 싣고 가.“

정호석 [31]

“네. 가족분들깨 연락하고 동의 받으면 바로 부검 넘기겠습니다.”

김석진 [33]

“그래, 그럼. 수고하고.”

김석진 [33]

“무슨 일 있으면 인이어 눌러.”

정호석 [31]

“네, 알겠습니다. 하 순경 나한테 업혀.”

하 순경을 등에 업고 차에 태운 후, 한서인씨의 시신까지 차에 싣고나서야 차를 출발시키는 정 경사의 뒷모습을 보던 다른 팀원들도 차에 타 그들의 본사를 찾아간다. 지금만큼은 그들을 잡는 것보다도 김 경장과 전 순경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정 경사가 발빠르게 하 순경을 의무실에 있는 의료팀 김 경위에게 맡기고, 한서인씨 시신은 서 내 부검실에 두고 향한 것은 치안총감실이었다. 이만큼 큰 스케일은 경무관한테 갈 게 아니라 치안총감에게 곧바로 가야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호석 [31]

“치안총감님. 강력 1팀 정호석 경사입니다.”

치안총감 [52]

“들어오게.”

치안총감 [52]

“이젠 뭐… 경무관한테 말하지도 않고 막 올라오는구나.”

치안총감 [52]

“하긴… 너흰 그럴 짬이 지났지.”

치안총감 [52]

“무슨 일인가.”

정호석 [31]

“…민 경위님이 지원 요청건으로 연락하셨다는데, 아직 치안총감님께로 올라오질 않았나 봅니다.”

정호석 [31]

“저희 팀 상황은 전해들으셨나요.”

치안총감 [52]

“사건 종결 됐다는 소식은 들었다. 수사일지 보고서는 안 올라왔지만.”

치안총감 [52]

“다른 일 있었나?”

정호석 [31]

“…그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극악인 상황인데도 느릿하기만 한 윗선의 일처리에 정 경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본인이 참아야지 싶었을 거다. 여기서 항의하기라도 하면 이들에게 거슬리는 것뿐밖에 안되기 때문에.

정호석 [31]

“수사 중이던 소망유치원에서 마약이 다량 검출됐습니다.”

정호석 [31]

“그 마약을 거래한 것 같은 조직을 살펴보니 요즘 설치는 그 조직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호석 [31]

“조직 이름은 ‘메드’이고요.”

정호석 [31]

“근데 그 조직 건물에 가 조사하던 저희 팀 김 경장과 전 순경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정호석 [31]

“비상 인이어 신호 소리만 들리고 연락이 아예 끊겼습니다.“

정호석 [31]

“그 건물에 가봐도 아무도 없고… 거기가 본사가 아닐 거란 생각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호석 [31]

“이 방법밖에 없었으니까요.”

정호석 [31]

“그래서 저희는 지금 이 조직을 잡기보다 팀원들의 안전을 더 우선시 하려 합니다.”

정호석 [31]

”이 때문에 다수의 지원 요청을 하고 싶습니다.“

치안총감 [52]

“…상세 계획서는?”

그 촉박한 시간에 결재를 빠르게 받기 위해 지원 요청 상세 계획서까지 써놓은 정 경사. 치안총감에게 그 서류를 내밀자 치안총감은 말없이 서류를 받아들어 결재를 해주면서도 꼭 한 마디씩 얹기 시작했다.

치안총감 [52]

“너넨 참… 그런 위험한 조직을 둘만 보내면 어떡하나.”

치안총감 [52]

“뉴스에 나오는 것만 봐도 지금까지 만나왔던 범죄자들과는 다르다.“

치안총감 [52]

“근데 이번에는 너희의 판단력이 짧았던 거 같구나.”

정호석 [31]

“…치안총감님.”

정호석 [31]

“제가 계속 참으려고 했는데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정호석 [31]

“저희의 판단력이 부족하다 하셨죠.”

정호석 [31]

“이만큼 일처리 느린 윗선에서 지원 하나 못 받은 입장에서 믿을 건 팀원들 서로밖에 없습니다.“

정호석 [31]

“열악한 환경에서 저희가 배정할 수 있는 인력이 그정도 뿐이었습니다.“

정호석 [31]

“많은 걸 내려놓은 애들한테 그런 식으로 말 얹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치안총감 [52]

“…정 경사는 변하질 않는구나.”

치안총감 [52]

“따지고보면 너 때문에 팀이 크게 흔들렸었는데.”

치안총감 [52]

“너흴 위해서 충고 해주는 것도… 이렇게 받아들이니, 참.“

정호석 [31]

“저희를 위하고 싶으셨으면 지원에 더 힘을 쏟으셨어야죠.”

정호석 [31]

“필요할 때만 찾는데 지원은 못해주는 게… 어디까지 저희의 능력이 유효할 거 같습니까.”

정호석 [31]

“…결재 다 하셨으면 가보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정호석 [31]

“제가 오늘 말씀 드린 건 반항이 아닌 저희의 구조 요청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호석 [31]

“애들이 착해서 참는거지, 불만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한 번만 생각해주세요.”

오늘도 정 경사는 속에 있던 말들을 꺼냈다.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었다. 이렇게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질 않으니까. 윗선분들은 우리를 돌봐주실 만큼 괜찮은 분들이 아니었다.

태형아, 정국아. 미안해. 빨리 구하러 갈게. 우리는 우리가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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