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증의 망상회로
첫사랑 한동민4


“아, 동민씨 밖에 비와요”


한동민
아, 괜찮아요 수고하세요.

알바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낮에는 잘 만 멀쩡하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소나기가 내렸다.


터벅.-

아싸리 비 맞고 씻자라는 생각에 달릴 자세를 취했다

그때

“한동민”

누군가 내 이름을 붙잡았다.


김여주
알바 끝났어?

헤실 미소를 지으며 동민을 바라보았다.


한동민
…설마, 기다렸어요?

김여주
응ㅎㅎ

그녀의 셔츠와 머리는 비에 젖어 축 늘어졌고 얼굴은 어디서굴렀는지 한쪽 뺨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한동민
비 맞고 뭐해요;


한동민
얼굴은 또 왜…

나는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려갔다.

금방이라도 울었는지 붉어진 눈가에 우울한 눈동자, 붉어진 한 쪽 뺨, 터진 입술.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게 분명했다.



한동민
하아.., 일단 어디 좀 들어가요

…

..

.




“ 그 상처는 다 뭐예요 ”

급한대로 자취방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김여주
…넘어졌어-

거짓말


한동민
어쩌다가

김여주
…계단에서 굴렀어.

김여주
내가 부주의했지 뭐..~


한동민
얼굴로 넘어지셨어요?


한동민
코 뼈 안 부러진 게 용한데.

김여주
…

김여주
…너 안 그렇게 생겨서 되게 집요해.

여주는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한동민
네네.- 안 물어 볼게요

나는 침대에 그녀를 앉힌 뒤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김여주
뭐야, 집에 이런 것도 있어?

김여주
되게 섬세한 남자네~


한동민
…안 돼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여주
…안 될 건 없지

한동민, 할말 없게 만드는 데 재주있다.



한동민
뺨은 얼음 찜질하고 입술은…

동민의 시선은 뺨을 따라 입술로 내려갔다.

그녀의 터진 입술 앞에 멈춰선 시선에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한동민
…소독하고, 약 발라줄게요.

다시 평정심을 유지했다.

김여주
…응, 알겠어


“앗, 따가..!”


한동민
좀 참으세요

김여주
아, 따갑다고..!


한동민
소독약이 따갑죠, 달겠습니까?

김여주
…짜증나, 한동민-


한동민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요ㅋㅋ


한동민
빨리 소독할테니까

김여주
…


소독약을 바르고 상처약을 꺼냈다.

여주의 입술 위로 가볍게 동민의 손가락이 닿았다.

조심스러운 동민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 손에서 상처약 냄새가 났다.

톡톡 건들이는 간지러운 손길에 몸이 움츠려 들것 같았다.

김여주
…간지러워, 빨리 좀 해


한동민
빨리하면 아프다 고래고래 소리 지를 거잖아요

김여주
…

맞는 말이라 할말이 없다.

그새 나를 어디까지 파악했나 썸뜩한 기분이었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한동민
…

은근 애 같다니까..

소독약에 아프다 아프다 소리치는 거 보면 몸만 어른이지..ㅋㅋ

그 모습이 왠지 귀엽다고 생각한 동민이었다.



한동민
이제 머리 좀 말려요, 비에 다 젖었네..;

동민은 여주에 머리 위로 수건 하나를 턱 올려놓았다.

김여주
어.., 고마워

이것 봐, 말은 무심해도 다정하단 말이야…



한동민
필요하면 갈아 입을 옷도 줄게요

김여주
응…


한동민
조금 크긴 할 텐데.

김여주
…조금?

은 무슨

긴 팔 티셔츠 하나 입었다고 원피스가 되었다.

김여주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한동민
…(웃참)


한동민
…바지는 필요없을 것 같네요

김여주
…야, 웃음 참는 거 다 보여.


한동민
아, 그래요?ㅋㅋㅋ

이제는 대놓고 웃는 한동민이었다.



한동민
그쪽은 침대에서 자요, 나는 바닥에서 잘게요

라 말하며 어느새 만들었는지 여주의 얼굴에 얼음팩을 가져다댔다.

김여주
읏, 차…! 어..알겠어

볼에 한동민이 건넨 얼음팩을 가져다 지그시 눌렀다.



한동민
불 꺼줄까요?

김여주
아니, 아직 안 잘래


한동민
그럼 조금 이따가 끌게요

김여주
…응

김여주
근데, 너 언제까지 존댓말 할거야?


한동민
…네?

김여주
우리 말 놓기로 했는데


한동민
아, 저 원래 말 잘 못 놔요

김여주
…허얼, 거리감 들어~

그녀는 그새 기운을 차렸는지 능글맞음이 더해졌다.


한동민
그쪽이 천천히 다가오세요

김여주
…더 다가왔으면 좋겠어?

이때다 덥썩 문 여주였다.


한동민
…마음대로 생각해요


김여주
하아, 난 우리 동민이 반말 언제 들어보나~

김여주
안 해주나~~


한동민
…

천천히는 무슨, 그녀의 속도는 고속도로 속도 위반이시다.



한동민
그쪽이 먼저 얘기해주면 할게요

김여주
…응? 뭐를


한동민
오늘 왜 얼굴이 다 터져서 왔는지.

김여주
…아

김여주
그냥…

김여주
그냥…..

김여주
말하면 복잡한데?


한동민
말해봐요, 어차피 지금 안 잔다면서요

김여주
..




5년 전, 나도 평범한 조소과 학생이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등장인물
전공교수| 여주야, 졸업 전시는 잘 하고 있니

김여주
아, 네 교수님

등장인물
전공교수| 네 작품을 보고 후원하고 싶다는 분이 계신데, 언제 식사 자리 마련해보는 건 어떠니

김여주
네? 저를요?

등장인물
전공교수| 그래ㅎㅎ

등장인물
전공교수| 조소 작가가 꿈인 너에겐 축하할 일이지

김여주
와, 실감이 안 나요..

등장인물
전공교수| 그럼 약속 잡도록 하마

김여주
네, 교수님!

…

그때 그 약속을 잡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어서와요, 김여주 학생 맞죠?“

김여주
아, 처음뵙겠습..


차민욱
처음은 아닐텐데 (싱긋)

김여주
어…교수님?

나를 후원한다는 사람의 정체는 교양 과목 교수님이었다.


김여주
어쩌다.. 저를..


차민욱
어릴 때 잠깐 순수미술을 배웠거든요


차민욱
어머니께서 순수 미술 작가이시기도 했고, 미술이라면 제게도 꽤 흥미 있는 분야예요. 작품 보는 눈은 있죠.

김여주
교수님 어머님이 순수 미술 작가님이시라구요..?


차민욱
네, 어머니 성함이 엠마 도슨. 한국계 미국인이셔서 이 이름이 더 유명하실 거예요

김여주
…네? 엠마 도슨이요?

순수미술 작가의 거장 엠마 도슨이 교수님 어머니이시라고요???



차민욱
아, 많이 놀랐나요

김여주
놀라다 마다요.., 영광인데요

김여주
제 꿈의 롤 모델이세요..


차민욱
정말요? 신기하네요 이런 우연이..

김여주
…꿈인가요


차민욱
..네?

김여주
꿈 같아요.., 지금이


차민욱
하하, 그러게요

민욱은 솔직한 여주의 얼굴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차민욱 교수님과 잦은 식사자리를 함께했다.

대화의 주제는 공통 관심사인 미술이었다.

본례의 약속의 목적은 정말이지 순수한 학문적인 토론과 같았다.

내가 그의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만 해도.


차민욱,

곧 4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철저한 남성이었다. 그에게서는 항상 짙은 머스크 향수냄새가 났다.

그 말로는 담배 냄새를 가리기 위함이라지만 머스크향은 그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남자 어른의 향기란 이런 향일까.

그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점점 내 마음을 잃었다.

말투며 행동이며 다정함이 묻어나왔으며, 그의 미술에 대한 깊은 세계가 나를 점점 더 끌어당겼다.

그는 내게 매혹적이지 않을레야 않을 수 없는 남자였다.


김여주
교수님.., 왜 결혼 안 하세요?

김여주
교수님 정도면 여자가 줄을 설 텐데..


차민욱
…취했네, 일어날까?

민욱은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김여주
…안 취했어요. -3-

김여주
교수님은 모르시죠, 저 별명이 조소과 술소래예요..~!!


차민욱
…

민욱은 아무래도 취한 여주를 향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차민욱
네가 마신 술이 몇도 인 지 아나?

김여주
..예?

여주는 마시던 잔을 휙 들어 올렸다.


차민욱
그 한잔에 40도.


차민욱
목구멍이 살아있으면 다행이야

김여주
에헤,, 교수님 농담도..~

김여주
무슨 40도로 목구멍이 녹아요..~


차민욱
그래, 젊어서 모르겠지


차민욱
나처럼 나이 들어 봐, 다음 날 죽 되지 (싱긋)

김여주
..교수님은 너무 자신을 아저씨 취급해..-


차민욱
이 나이 먹었으면, 내가 아저씨지 그럼.

김여주
…아닌데에..-(추욱)

취한 여주는 테이블에 축 늘어졌다.



차민욱
하아…, 곤란하네 정말

민욱은 테이블에 엎어진 여주를 보더니 턱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이 좀 들어?”


김여주
..네? (울렁)


차민욱
차 안이야, 정신은 좀 들어?

김여주
…네,


차민욱
물 좀 마셔, 술 깨게

민욱은 물이 담긴 패트병을 건넸다.

김여주
아, 감사합니다..



차민욱
주소 좀 불러, 정신 차린 김에


차민욱
대리 기사님 불렀으니까 금방 오실 거야

김여주
아, ㅇㅇ구 ㅇㅇ동..


차민욱
…잠깐, 거긴 작업실 주소 아니야?

김여주
..네, 월세가 밀려서 잠시 작업실에서 지내요


차민욱
…

민욱은 인상을 구겼다.



차민욱
거긴 침대도 없잖아?

김여주
소파 있잖아요, 거기서 자면 돼요

김여주
화장실도 씻을 정도 되고, 정 찜찜하면 목욕탕도 있으니까..


차민욱
…


차민욱
…너도 참 사람 신경쓰이는데 재주있다.

철컥.-

등장인물
대리기사| 대리 부르셨습니까?


차민욱
네, 기사님 ㅇㅇ로 가주세요

김여주
…네?

김여주
어디로 가시게요..??


차민욱
우리 집

김여주
네??


그렇게 어떨결에 그의 집에 도착했다.

집이 뭐이리 으리으리하게 큰지 집 안에 2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있다.


김여주
저어.., 교수님 아무래도 전 작업실이 편할 것 같은데..


차민욱
소파에서 잠을 어떻게 자


차민욱
나이들어서 허리 못 피고 다닐 일 있어?

김여주
그치만.., 제가 여기 있으면 교수님이 불편하시잖아요


차민욱
남의 집에서 자는 건데, 네가 더 불편하지


차민욱
나는 근처 호텔에서 잘게


차민욱
그게 네가 더 편할지 모르겠구나

김여주
네??


차민욱
방은 남는 빈 방 많으니까 꼭 침대에서 자고,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꺼내먹어도 좋아


차민욱
뭐가 있으려나 싶긴 하다만, 정 그러면 배달도 있고

김여주
아뇨 아뇨..!! 저 정말 괜찮아요

김여주
어떻게 주인 없는 집에서 먹고 자요..!!


차민욱
불편하면 호텔이라고 생각해


차민욱
청소비 받을테니까 (농담)

김여주
…

김여주
…아뇨, 됐어요

김여주
교수님 호텔 가시지 말고 여기서 주무세요


차민욱
왜, 작업실 소파에서 잠드려고?

김여주
…아뇨, 여기서 잘게요

김여주
그러니까, 교수님도 여기서 주무세요..

내심 바람이었다.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차민욱
그래, 방은 많으니까..

민욱은 내키지 않지만 제자가 불편한 작업실 소파에 잠드는 것 보단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선을 넘어선 안 됐다.

똑똑똑..-

김여주
교수님, 주무세요?



차민욱
왜,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김여주
아뇨.., 잠이 안 와서요


차민욱
흐음, 자장가라도 불러주랴?

민욱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김여주
..제가 애예요?

울컥, 가슴이 욱신거렸다.



차민욱
아무래도, 잠이 안 온다고 칭얼거릴 어른은 없지

김여주
…

김여주
…네, 어른인 교수님은 잘나셨어요


차민욱
그래, 들어가서 자라

털썩.-

김여주
저는 안돼요?

민욱의 침대 위로 털썩 주저 앉았다.


차민욱
뭐하자는 걸까.

민욱의 표정은 차가웠다.

김여주
교수님 눈에는 제가 그저 어린애예요?


차민욱
…단단히 취했네


차민욱
아침에 후회할 짓 하지말고 방 가서 자는 게 어때?

김여주
진심이에요, 제 마음.


차민욱
…


차민욱
…안 되는 거 알지?

김여주
…왜요, 교수님한테는 내가 너무 어린애여서?

김여주
24살이?


차민욱
나는 몇살인지 아나?

김여주
…

김여주
…연상이면 어때요


차민욱
연상..? 하ㅋㅋ

민욱은 여주의 당돌한 대답에 기가찬 듯 웃는다.


차민욱
네가 사탕 빨 때, 난 연초 빨고 있었을거다.


차민욱
연상이라, 웃기지도 않는 군

김여주
…


차민욱
내가 이 나이에 널 만나면..

김여주
…개꿀이죠.


차민욱
개ㄲ..뭐? (당황)

민욱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았다.


김여주
미성년자도 아닌데, 웃겨..

김여주
다 큰 성인 남녀인데, 뭐가 문제인데요!!

김여주
그리고 이 밤에 어..! 여자가 침실까지 찾아왔으면 ! 남자가 되가지고 남자구실도 못!!

덥썩))


차민욱
진짜, 취했다. 이거.. 못하는 말이 없어.

민욱은 다급하게 여주의 입을 덥썩 막았다.

땀을 삐질삐질 그의 손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김여주
웁, 읍믑..!!


차민욱
하… 미치겠네


차민욱
내가 지금 사람을 데리고 온 건지, 미친개를 데리고 온건지..(지끈)

김여주
콱,

여주는 자신의 입을 막은 민욱의 손을 콱 물었다.


차민욱
!

민욱에 손에 풀려난 여주는 더이상 밀려날 곳 없었다.

밑저야 본전, 들이박자.


쪽.-

김여주
지금부터 싫으면 내쫒던가요.

김여주
작업실 소파에서 몸 구긴 채 잠들테니까.


차민욱
…


차민욱
…하아.-

…

..

.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이상할 만큼 꼬였다.



차민욱
하..-

이른 아침 새벽, 민욱은 담배 한대를 물고 소파에 늘어졌다.


김여주
왜 벌써 일어났어요?


차민욱
… 더 자, 왜 나왔어

김여주
교수님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차민욱
…


차민욱
… 실내흡연중이다, 알아서 피해

하.- 내쉴 때마다 담배 연기가 그의 머리 위로 일렁였다.


김여주
이참에 금연할 생각은 없으세요?


차민욱
왜, 오래살라고?

김여주
..네, 오래살면 좋죠


차민욱
아주 내 병수발까지 다 들 기세다?

김여주
…


차민욱
…?


차민욱
야.., 설마;

김여주
그냥, 상상만.. 해볼 수 있잖아요..


차민욱
하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민욱은 질겁하며 물고 있던 담배를 껐다.


그렇게, 민욱과 여주의 관계는 흐지부지 정리가 안 된 채 남았다.

여주는 민욱의 집에 드나들며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절대 그녀에게 감정적인 교류를 보내지 않았다.

되려 같이 있는 시간은 차가웠달까. 감정의 선을 긋는 것이보였다.

아니 오히려 바보처럼 사랑에 빠진 나를 떼어내려는 듯 더 무심하게 대하는 듯 싶었다.




덜컥.-



차민욱
담배는

김여주
여기요, 던힐

여주는 민욱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넸다.

그리고 한 손에 레몬 사탕 하나와 함께.



차민욱
이건 또 뭔데

김여주
금연 사탕이요

김여주
요즘은 금연 사탕으로 버틴다고 하더라구요

김여주
저번에 딸기맛은 싫다고 해서 레몬맛으로 바꿨어요


차민욱
…허,


차민욱
단 건 내 취향이 아닌데.

김여주
그러시겠죠, 교수님은 어.른.이시라서요^^


차민욱
…이제 눈치도 주네

민욱은 레몬맛 츄팝춥스 비닐을 까 자신의 입안 에 쏙 넣었다.



차민욱
..그래, 차라리 신 게 났네

민욱은 입안에서 한 두번 사탕을 굴리더니 이정도면 만족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여주
레몬맛이 취향이에요?


차민욱
앉아, 출발하게

김여주
다음에도 레몬맛으로 사올게요ㅎㅎ


차민욱
그러던가


차민욱
벨트나 매

김여주
…네네-


부웅..-


“먼저 들어가 있어”

김여주
교수님은요?


차민욱
주차 하고 들어 갈게


차민욱
…근데,

민욱은 스윽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여주의 신발 앞에 멈춰섰다.



차민욱
운동화네

김여주
아.., 하도 힐을 자주 신어서… 발이..


차민욱
나 만날 때는 힐만 신어.


차민욱
그편이 보기 좋으니까.

김여주
…네, 알겠어요

그는 가끔 이상한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곧이곧대로 따르는 나도 대단했지.

힐에 끼워맞추는 일상도 나름 적응해나갔다.

끝까지 그의 곁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정말 아무쓰잘데기 없었다는 것을 몰랐다.

그의 입에서 결혼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 결혼 준비 중이야 ”


김여주
네?


차민욱
이제 혼기도 꽉 차서 더는 미룰 수 가 없다네


차민욱
맞선 자리 알아보려고

김여주
…

김여주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차민욱
내가 결혼하면, 내연녀 되고 싶지 않으면 네 살길 살아야지

김여주
…

김여주
…나, 먼저 가 볼게요.

…

..

.




그 충격에 집을 나왔다.

그러나 내가 갈 곳이라곤 작업실이 그저 다였다.

교수님 집-> 작업실->편의점-> 또 다시 집이 늘 일상 반복이었다.

고작 그에게서 떨어져봤자 집앞 편의점.


김여주
하이, 동민씨..~

편의점 알바에게 찝적거리는 게 지친 내 일상 속의 작은 재미였다.



한동민
…어서오세요

김여주
ㅎㅎ

뻣뻣하게 굳은 저 얼굴을 보니, 놀리고 싶은 못된 심보가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차민욱한테서 옮은 게 분명하다.


김여주
이건, 동민씨 먹어요~^^

나는 알바생에게 딸기맛 사탕을 건넸다.

먹지도 않을 딸기맛 사탕을 주는 건 귀여운 투정이었다.

어른노릇, 어른인 척 하는 차민욱의 심리를 알고 싶었다.



한동민
…

딸기맛 사탕을 받은 알바생은 찝찝한 얼굴로 덩그러니 사탕의 겉껍질을 뚫릴세라 바라보았다.

그 얼굴이 어찌나 웃기던지

귀여운 구석에 놀리는 맛이 있었다.


그 어린 알바생 앞에서 숨통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 앞에서는 높은 굽을 신지 않아도 됐다. 하루종일 눈치보지 않아도 되었다. 평소 내 모습 그대로를 들어내도 아무렇지 않았다.

정말이지 마음의 무게가 그쪽으로 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날 한동민의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너를 좋아했더라면 어땠을까.

이 마음이 조금 편했을까.


저 아이를 좋아하고 싶었다.

내 마음이 편하고자.

…

…그게 될리가 없지

그의 맞선자리를 꾸역꾸역 찾아갔다.



차민욱
네가 왜 여길…

김여주
…

대차게 난리 한 바탕 사고 치고 왔다.

차민욱의 맞선녀에게 뺨까지 맞을 줄이야.

맞은 한쪽 뺨이 얼얼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차민욱이랑 결혼 할 생각은 죽어도 없겠지.

옆에 웬 미친여자가 붙어있겠거니 똥이 더러워서 피하겠지.



차민욱
내가 사람 하나 망쳐도 단단히 망쳤어.


차민욱
이쯤 밀어냈으면 알아서 떨어질때도 되지 않았나?


차민욱
진짜 모르는 거야,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거야?

김여주
…교수님 마음대로 끊어내는 게 어딨어요

김여주
그럼 그때 쫒아내지, 왜…


차민욱
…


차민욱
…하아,,

…

..

.




돌아오는 길, 되게 비참하지.

운수는 드럽게 없어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에 옷은 흠뻑 젖었다.


김여주
…시발(중얼)

그 와중에 차민욱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친 그의 얼굴이 나를 향했던 모진 말이 하나 둘 다시 되돌아 왔다.

정말, 이젠 나한테 질릴데로 질렸을까…

라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이럴 때 또 이기적이게 생각나는

그 녀석.

“한동민”


한동민
?

김여주
알바 끝났어?


한동민
…설마, 기다렸어요?

김여주
응ㅎㅎ

나는 또 그 녀석을 찾아갔다.

…

..

.



_

_

_

…

다음화에 끝날 듯 싶네요

저번화 댓글에 책임감이 생겨서 빨리 부랴부랴 써내렸음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