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증의 망상회로
옆집 소년 김운학2


이번년도 수능은 10년만에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하던 기상청 보도는 정확했다.

철컥..-



김이현
으으,


김이현
추워라..-

이른 아침, 아파트 복도에는 시린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추위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 사이에서는 따뜻한 숨이 새어나왔다.



김이현
하필 올해가 가장 추운 수능일이라니


김이현
운학이 고생하겠네

수능 보는 운학이 걱정만 가득.

거의 남동생처럼 엎어 키운 김운학이라 마냥 신경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지.

되려 내가 더 긴장한 탓에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복도에 나와있는 꼴이라니

주책이다, 정말…


철컥.-


김운학
다녀오겠습니다!!

김운학은 씩씩하게 우렁찬 목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김이현
지금 가는 거야?


김운학
어, 누나?


김운학
저 기다렸어요?

김운학은 나를 발견하자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김이현
…


김이현
긴장하지말고


김이현
하던대로만 해


김이현
시간분배 잘 하고


김이현
마킹하는 거 잊지 말고


김이현
그리고


김운학
아 알겠어요;;


김운학
저도 안다구요..!!

운학은 수능날까지 김이현의 잔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김이현
…큼큼


김이현
그래, 잘 하고 와


김운학
네ㅎㅎ

운학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운학의 미소에서 따뜻한 입김이 새어나왔다.



김이현
…

스윽.-


김이현
조심히 다녀와

나는 두르고 있던 하얀 니트 목도리를 운학의 어깨 위에 슥 둘러맸다.

단단히 둘러매고 한번 더 매듭을 쓸어넘겼다.

두툼한 패딩 위로 둘러매진 하얀 니트 목도리는 김운학의 뺨을 감쌌다.


김운학
…다녀오겠습니다!!

목도리에 얼굴을 포개는 김운학의 뺨은 선홍빛

목소리는 세상 우렁차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씩씩한 뒷모습으로 나섰다.



김이현
…

나는 그런 김운학의 뒷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다 컸네, 김운학

…

..

.




길었던 수능의 끝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흘러간 시간에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해가 지났다.



김동현
아, 운학이 스무살 축하해~


김동현
우리 애가 언제 이렇게 컸을꼬…ㅠ


김운학
..에헤이, 진짜


김운학
이미 형보다 큰지 오래거든요!!


김이현
키만 컸지 아기야, 아기~


김운학
…뭔 아기예요,,

운학은 아기라는 소리에 질색한다.



김운학
저도 이제 성인이라구요


김운학
합법적으로 술도 마실 수 있는 나이예요..—


김이현
으흠?


김이현
어디 한잔 해볼거야?

나는 우습다는듯이 운학이에게 잔을 건넸다.



김운학
…(꼴깍)

운학은 마른 침을 삼키며 이후 다짐했다는 듯이 술술 말아주는 잔을 비워냈다.



김이현
아~ 다컸네 다 컸어~


김동현
이제 미성년자 김운학이 아니야~~

남매는 남매 아니랄까봐 호흡 척척 김운학 오구오구 띄워주기에 죽이 맞았다.

…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김동현
아, 더 이상 못 먹어..-


김동현
나 자러 들어갈래

동현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이현
어이구? 사내 놈이 그 정도 마신걸로 끝이야?


김동현
..누나가 센거야


김동현
저, 저기 이미 김운학은 뻗었다고..


김운학
…

운학은 식탁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다.

김이현이 말아주는 술을 꼬박꼬박 받아먹다가 저 꼴이났다.



김동현
나도 이제 한계야,, 잘래..-

동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금슬금 자신의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김이현
어이구, 남자 둘이 이렇게 약해서야..~


김이현
더 마실 기분이 안 나네-

나는 주섬주섬 널브러진 술잔과 빈 병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툭툭.-


김이현
김운학, 일어나


김이현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나는 취해 잠든 김운학은 툭툭 건들여 깨웠다.



김운학
으..으응..-

운학은 술에 덜 깼는지 꾸물꾸물거리더니 일어날 기미 조차 없었다.



김이현
김


김이현
김운


김이현
김운학.


김이현
일어나야지-

이현은 운학의 귓가에 소리쳤다.



김운학
아ㅏ.. 5분마안..


김이현
5분만은 뭔 5분만이야, 네가 아직도 고등학생이냐고

이현은 가볍게 운학의 귀를 잡아당겼다.


김운학
아아,; 아!!

김운학은 잡아당겨진 귀에 고래고래 호들갑을 떨며 일어났다.



김이현
일어났어?^^


김운학
아..누나아.._


김운학
저 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고요…


김이현
그러게~, 누가 여기서 자래


김운학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


김이현
입 돌아간다


김이현
학생때까지만 해도 책상에 앉아서 잘 수 있었겠진 모르갰지만, 나이 들어봐 그게 고스란히 병원비로 찍히지


김운학
…;;


김운학
그래봤자 누나도 20대면서..


김이현
갓 20대랑 후반이랑 같니


김운학
…허-

김운학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숨을 내쉬었다.



김이현
이제 얼른 들어가


김이현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이현은 현관문 앞으로 김운학의 등을 떠밀었다.


김운학
아아, 알겠어요..-


김운학
갈 거예요..—


김이현
오냐, 얼른 가자마자 발 닦구 자


김운학
…


김운학
…복도까지 데려다줘요


김이현
뭐?


김운학
누나가 나보다 어른이니까 데려다 달라구요-


김이현
…허이구?


김이현
아까는 그렇게 애기 취급하지말라더니


김운학
아아..-

운학은 ‘빨리‘라는 얼굴로 데려다달라 떼를 썼다.



김이현
…참나,,

김운학의 말도 안되는 어리광에 헛웃음이 나왔다.

늘 어른스러운 척 굴던 김운학의 드문 어리광은 들어주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고는 하지만…

데려다 달라고 하기에 바로 옆집인 걸



김이현
자, 이정도면 됐지?


김운학
네 (헤실)


김이현
…으이구


김이현
오랜만에 떼쓰는 거 보니까 내가 알던 김운학이네~


김운학
…그렇게 떼쓰지는 않았거든요..-


김이현
떼쓰면 좀 어때, 20살이라지만 내 눈에는 꼬맹이인데


김운학
…


김운학
…누나,

김운학은 그새 진지한 얼굴로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이현
응?


김운학
제가 아직도 누나한테 어린애예요?


김이현
애기지 애기~

이현은 놀리듯 말끝을 늘어트렸다.


김운학
…

운학의 마음은 모르는지 해맑게 웃고 있는 이현의 얼굴을 보면서 운학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운학
그거 기억해요?


김이현
뭐?


김운학
저 한국대 붙으면 소원들어준다고 했던 거


김이현
아, 그랬었지

이현은 잊고 있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김운학
누나


김운학
저 합격했어요

운학은 한국대 합격 캡쳐 사진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김이현
?


김이현
뭐야, 진짜??

이현은 깜짝 놀라며 운학의 폰에 다시 눈을 가져다댔다.



김이현
진짜네..


김이현
야, 왜 이걸 이제 말했어..!!


김운학
누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


김이현
으이구, 잘했어 잘했어~


김이현
운학이 고생 했어~

이현은 박박 김운학의 머리를 쓰담았다.


김운학
…


김운학
…그니까아,, 소원 들어줄거죠?

운학은 이현의 손길에 바짝 붉어진 얼굴로 꾸물꾸물 말을 이어나갔다.


김이현
그래, 말해 봐


김이현
누나가 다 들어줄게-!

이현은 호기롭게 말했다.



김운학
…

운학은 조금 머뭇대더니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운학
누나,


김운학
이제 저 꼬맹이 김운학 말고 남자로 봐주시면 안될까요


김이현
…응?

이현은 김운학의 진지한 눈빛 떨리는 입술을 보면서 간질거리는 분위기에 멈칫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


김운학
좋아해요

김운학이 한발 앞서 터트렸다.



김운학
저 누나 좋아해요


김이현
그게 무슨..


김운학
꽤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김운학
남자 여자로 좋아한다구요


김이현
…

이현은 김운학의 돌발 고백에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김이현
야.. 장난치지마..ㅋㅋ

이현은 애써 부정했다.

김동현이랑 짜고 날 놀리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 김운학의 진지한 얼굴은 그 생각을 걷어내었다.


김운학
장난 아니예요, 진심이예요


김운학
좋아한다구요..


김이현
…

한 번 더 못 박는 김운학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김운학을 한 번도 동생 아닌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 걸

저 어린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김이현
…저기, 운학아..


김이현
나도 물론 운학이 좋아해..


김이현
운학이는 동생으로서 정말 좋은 아이라고 생각해


김이현
착하고 예의바르고 얼마나 이쁜지 몰라


김운학
…


김이현
그니까..


김이현
운학이가 아직 어려서 모를 수 있는데


김이현
사회에 나와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지금 이러한 감정이 착각이었..


김운학
그만


김운학
그만해요..

운학은 입을 꾹 다물었다.

상처 받은 게 분명한 얼굴로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둣 보였다.


김이현
…


김운학
누나, 내가 많은 걸 바란 게 아니예요..


김운학
그냥 이제는 어린애로 바라봐주지말라고 했던 거예요


김운학
당장 사귀어달라고 안 해요..


김운학
그냥..


김운학
조금만..


김운학
조금만.. 더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안돼요?


김운학
누나 앞에 남자로서 있고 싶어요..


김이현
…


김운학
만약 시간이 지나도 누나한테 제가 동생 김운학이면..


김운학
그때는..


김운학
…제가 알아서 이 마음 정리할게요


김운학
그니까, 한번만..


김운학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네..?

운학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이현에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툭 건들면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은 얼굴인데

이현의 앞이라 애써 꾹 참는 게 눈에 보였다.



김이현
…일단 알겠어


김이현
알겠으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


김운학
…


김이현
나도 생각할 시간은 있어야지


김운학
네.., 알겠어요


김이현
그래, 들어가


김운학
..누나도 조심히 들어가요


김이현
응

…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 하고 서 각자 집으로 돌아섰다.

돌아서는 길 김이현의 표정은 곤란한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동생이라 생각했던 아이에게서 고백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김운학한테서는.

…

..

.




김운학의 고백 이후로 혼란스러운 마음만 가득했다.

아침 마다 아파트 복도에서 아침인사를 건네던 김운학을 피해서 출근 하기 바빴고

김운학의 전화, 문자, 카톡은 읽지도 않고 넘겨버리며

최대한 피할 수 있을 만큼 김운학이라는 존재를 내게서 밀어냈다.


그러덧 시간이 흘러 꽃샘추위가 지나갔다.

김동현한테서 운학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만 간간이 들으며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회사원 김이현으로 말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일상에 변화라고는 김운학의 존재가 무뎌졌다는 것.

운학이한테도 이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

혼란스러운 어린 감정을 잘 정리해나가길 어른으로서 바랐을지 모르겠다.



김동현
누나, 운학이 과팅간대~


김이현
…어?


김동현
좋을때다, 그치?


김이현
그러네..ㅋㅋ

운학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나보다

조금 안심이 들었다.



김동현
근데, 누나 운학이랑 싸웠어?


김이현
뭐..?


김동현
요즘 운학이가 집에도 안 오고


김동현
누나랑 있는 모습을 한 번도 못봤는데


김동현
누나 졸졸 따라다니던 애가..-


김이현
운학이도 이제 다 컸는데


김이현
6살 누나랑 놀고 싶겠어?ㅋㅋ..


김동현
하긴, 그렇지


김이현
…뭐?^^


김동현
..ㅎㅎ

…

..

.




“정말 괜찮겠어?”


김이현
괜찮다니까 그러네~


김동현
누나 혼자 있는 거 무서워하잖아..-


김이현
됐네요, 내가 애냐


김동현
알겠어, 그럼 갈게


김이현
그래, 재밌게 놀다 와

김동현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바람에 일주일간 집에는 나 혼자 있어야 했다.

김동현 앞에서는 강한 척 했지만 사실은 외로움을 잘 타는 건 나였던 것 같다.


동현이가 없는 집은 매우 조용했다.

동현이는 집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녀석은 아니었지만 막내라 그런지 나와 달리 툭툭 말도 잘 거는 성격 탓에 집안에서 외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동생이라 하지만 꽤 든든한 녀석이었나 새삼 느껴지는 일주일이었다만…

더욱 그렇게 느끼길 수 밖에 없었던 계기가 생겼다.

동현이 없는 일주일을 보내는 와중,

밤마다 문 밖에서 낯선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탁탁탁..”

새벽 3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이현
…아 또야,,


김이현
도대체 누구야…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현관문 앞 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구멍으로 보이는 복도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날아다니는 벌레 한마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복도만 덩그러니

처음에는 집을 착각한 사람이겠거니 했지만, 지금으로부터 벌써 3일째다.

새벽마다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을 확인해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차마 현관문을 열어볼 용기는 없이 김동현이 빨리 집에 오기를 바랄뿐이었다.


”탁탁탁“

벌써 5일째


김이현
아, 진짜..;

저 노크소리에 밤잠을 설친지 5일째되는 날이었다.

이제는 정말이지 참을 수 없어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 앞으로 달려나왔다.


“탁탁탁”


김이현
…(꼴깍)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한 손으로 김동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모를 대비를 위해서.

하지만 새벽인 탓인지 김동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이현
왜 이럴때는 안 받는거야…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연락이 닿을만한 연락처 목록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이름 하나.

김운학

김동현을 제외하고 내 연락이 닿을만 한 사람이 김운학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망설였다.

또다시 그때 김운학의 고백이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아는 남자라고는 친동생 김동현과 김운학밖에 없는 내 연락처 목록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탁탁탁“

하지만 지금 내가 그런 걸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띠리리링..-


김운학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지금 막 자다 일어난 김운학의 목소리였다.


김이현
미안, 자고 있었어?

…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김운학
…ㅇ..이현누나..!?

번뜩 김운학은 잠에서 깬 듯 허겁지겁 전화를 붙잡았다.


김운학
ㅁ..무슨 일로..

운학의 목소리에서는 당황함과 긴장이 묻어나왔다.


김이현
…운학아


김이현
정말 미안한데 지금 우리집 앞으로 와줄 수 있어..?


김운학
..네?


김이현
…

나는 없던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말했다.


김이현
..나 지금 혼자있는데


김이현
밖에 누가 자꾸 문을 두들겨..


김이현
…나.., 어떡해?


김운학
…


김운학
…지금 갈게요.


김운학
문 절대 열어주지 마세요


김이현
..어, 으응

툭.-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마자 곧바로 옆집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똑똑똑”


김이현
(흠칫)

나는 또 다시 노크 소리에 흠칫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김운학
누나, 저예요

노크 소리의 주인은 김운학이었다.

철컥.-

김운학의 목소리에 바로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현관문 앞으로 김운학이 서 있었다.


김운학
누나, 괜찮아요?


김이현
…하아,,

김운학의 얼굴을 보고 나니 긴장이 풀린 나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김운학
..!?


김운학
누나! 괜찮아요? 어디 안 좋아요??

운학은 깜짝 놀라 주저 앉은 내 앞으로 걱정 어린 눈을 굴렸다. 자기가 더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면서 말이다.


김운학
병원.., 아니 응급실!? 갈까요?? 많이 놀랐어요!?


김이현
…아니야, 됐어


김이현
전화 받고 와줘서 고마워..


김운학
정말 괜찮은 거죠?


김이현
으응..


김이현
근데… 밖에 뭐 없었어?


김운학
아.., 그거요?

애옹..-


애애애옹..-

김운학의 팔 위로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김이현
…?


김운학
문 두들긴 범인이 얘였나봐요


김운학
복도로 나와보니 누나 집 문 앞에서 앞발로 탁탁 긁고 있길래..


애옹-


김이현
…

고작 저 고양이 때문에 5일동안 시달린 것에 기가 빨렸다. 그동안 무엇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던 것인지…

김운학 앞에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김운학
..괜찮아요?

운학은 허탈하게 초점을 잃은 내게 다시 한번 물었다.


김이현
…어, 완전..


김이현
…하..ㅋㅋ..


김운학
…??


김이현
자는데 깨워서 미안


김이현
얼른 들어가서 자


김운학
아니에요, 이미 잠은 다 깨서..


김이현
..


김이현
..미안


김운학
ㅎㅎ..


김이현
…


김이현
그러게 무음으로 좀 해두지..


김운학
…


김운학
그럼 전화 못 받잖아요


김이현
…응?


김운학
누나 연락만 계속 기다렸는데


김이현
…아


김운학
내가 연락하면 다 무시해버리고


김운학
이쯤이면 누나 출근하는데, 출근시간에도 나오질 않고


김운학
이정도면 저 피해다니는 거 맞죠?


김이현
…


김이현
미안..

자기를 피한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이건.., 좀 미안하네…



김운학
..뭐 됐어요


김운학
지금이라도 얼굴 한번 봤으니까


김이현
…(눈치)


김운학
그래도


김운학
며칠째 피해다니는 건 너무해요


김운학
나라도 그건 상처받는다구요..~

운학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이현
…미안해


김운학
…


김운학
그니까 이제는 피하지마요


김운학
시작도 못해보고 끝나는 건 억울하잖아요

운학은 상처 받은 얼굴을 하면서도 내게 그 따뜻한 눈동자를 비췄다.


김이현
…

언제부터 저런 눈빛을 가지고 있었는지

나는 그날 이후 처음 운학이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의 눈에서는 조금은 서툴지만 단단함이 보였다.

훌쩍 커버린 키와 어깨, 듬직한 체구는 코찔찔이 김운학도 남자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어쩐지, 조금 긴장되는 건

기분 탓일까



김운학
누나


김운학
내가 많이 좋아해요


김이현
…(움찔)

쐐기를 받는 김운학의 한방에 심장이 꿈틀거렸다.



김운학
또 부담줘서 미안해요


김운학
근데, 아무래도 좋아하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나요


김이현
…

난 아무래도 미친 게 분명하다

저 때묻지 않은 순수한 고백에 흔들리는 내가

정말이지, 미친 게 분명해

상대는 김운학이란 것을 알면서도

내게 밀려오는 감정은 밀어낼 수 없었다.



김이현
알겠어.., 알겠으니까


김이현
좋아한다는 말 좀 그만해봐..


김운학
…아, 죄송해요


김운학
부담스러웠죠..


김이현
…아니


김운학
…?


김이현
…


김이현
…고백 받는 입장도 부끄럽다고,,

이현은 김운학의 얼굴을 피해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김운학
..!


김운학
아, 네..!!

운학은 그런 이현을 보면서 얇팍한 기대를 느꼈을까

당황스러움에도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김이현
…


김운학
…

다시 정적을 되찾은 둘은 묘한 분위기에 그 누구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은 매우 고요했다.아침마다 빵빵거리는 차 견적소리도, 사람들이 분주하게 걷는 발소리도, 조잘조잘 울어대는 새소리도 없이

세상에 둘 뿐인 것 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오직 둘만이 서로를 인지한 채

어느새 돌아간 고개에 두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김이현
…


김운학
…

이현의 앞으로 운학의 얼굴이 조금씩 다가왔다.

조심스레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삐질삐질 눈치를 보면서도 그의 입술은 달싹 움직였다.

20살의 서툰 입맞춤이었다.

…

말그대로 입맞춤

두 입술이 닿았다 떨어진,

이렇게 조심스러운 키스는 몇년만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김이현
아ㅋㅋㅋ


김운학
…!?

운학은 웃음을 터트리는 이현의 모습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김운학
..왜요..!


김운학
왜.., 웃어요..-


김이현
아니..ㅋㅋㅋ


김이현
좀 귀여워서..ㅋㅋㅋ


김운학
…—

운학은 귀엽다는 말에 잔뜩 인상을 삐죽였다.


김이현
미안미안..ㅋㅋㅋ


김운학
..아아진짜;


김운학
웃지마요..!!


김이현
아 알겠어 알겠어ㅋㅋㅋ

나는 그런 운학을 달랬다.


김운학
…알겠다면서 계속 웃지


김이현
ㅋㅋㅋㅋㅋㅋ


김운학
…아 진짜 이게 뭐야..-


김운학
분위기 좋았는데 누나가 다 망쳤어..-


김이현
미안하다니까 그러네ㅋㅋ


김운학
…


김운학
…웃지마요


김운학
그래도 저한테는 첫키스였다구요


김이현
…아, 미안


김운학
미안하면 책임지세요

운학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김이현
..어?


김이현
키스는 네가 먼저..


김운학
아 몰라몰라~


김운학
어린애 입술 훔쳐갔으면 책임져야지~


김운학
아아~


김이현
…얼시구?


김이현
적반하장이다?


김운학
ㅎㅎ


김운학
좋아해요


김이현
…(흠칫)


김운학
누나, 대답은요


김이현
…


김운학
먹고 버리는 거 아니죠?


김이현
…


김이현
…좋아해


김이현
…좋아해 좋아한다고,,


김운학
네, 저도요

운학은 찡긋 능글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김이현
…!

저런 건 도대체 어디에서 배운건지.

그새 김운학한테서 능글맞음이 늘었다.

…

…미치겠네





-

-

-

…


옆집소년 김운학

끄읕


3편으로 돌아올까 했는데

그냥 한번에 마무리 지어버렸지 모에용

지금 글자수 미쳤음요

7960임요

7천자 넘은 건 좀 심했는데

보시다가 지루해서 넘기시는 건 아닌가 몰라

아무튼

요즘 제가 자꾸 연하맛만 써서 연상맛으로 다시 돌아올까 생각 중이에요

생각이 나면 연상맛 한번 낋어올게요

그로니 손팅부탁드립ㅁ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