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말아요, 그대

이야기 하나

순식간이었다

짧고도 긴. 그 1초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이른 저녁. 넓디넓은 도로의 바쁜 차들 사이, 4중 추돌 사고였다.

승객을 태운 시내버스와, 덤프트럭, 대형 세단 사이. 자그마한 크기의 승용차 한 대.

차들이 전복되어 많은 부상자들이 생겨났고,

휴지 구긴 듯 찌그러져 뒤집혀있는 승용차 속. 그곳엔 내가 있었다.

차에 갇힌 채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했다. 너무도 아팠고, 무서웠다. 이러다 죽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어느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몰려온 구급차와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덜컹덜컹

구급대원들이 차 앞에서 끙끙거렸다. 이미 구겨지다싶이 찌그러진 차 문이 열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열리는게 신기 한 거였다.

그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이 피 웅덩이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개를 돌려 앞 좌석 부모님, 내 옆의 언니. 그리고 동생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이 아닌 듯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밖에서 한참을 이야기 하던 구급대원들이 멀어져갔다.

살려달라고. 꺼내달라고. 우리 좀 구해달라고. 그렇게 말하려 입술을 땠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아파, 괴로워, 힘들어,

마른 몸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그래서 였을까. 어지러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세상이 핑핑 돌았고 눈을 감았다 뜨는 것 조차 힘겨웠다.

쾅! 쾅! 쾅!

창문 모서리를 세게 내려친 구급대원이 유리를 떼어내 문 앞의 동생을 조심스레 안아 들고 나갔다. 조그마한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부모님과 동생이 구조되고, 언니를 꺼내가던 구급대원과 눈이 마주쳤다.

인사 대신 눈으로 살짝 웃어보였다.

'김종대' 그의 가슴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대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깥에 소리쳤다. 무어라 한 것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생존자 입니다- 」

언니를 옮기고 서둘러 다시 온 그 대원의 손길이 다급했으나 어쩐지 안심됬다. 살았어. 죽지 않아.

나는 눈을 감았다. 졸렸다.

그렇게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