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러브 메이즈 09

훅 숨을 들이켰다. 숨을 내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꽤 오랜 시간 참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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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럴 리가요. 오랜만이에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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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태형이랑 같은 반 됐다고 들었는데. 둘이 인사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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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원래 진짜 친한 사이는 서로 인사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서로 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뭐야? 진짜 아는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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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응. 동생 친구. 오늘은 너희끼리 먹어. 난 지민이랑 먹고 올라갈게."

김남준과 박지민을 신기한듯 쳐다본 선배들이 알겠다며 다른 자리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들이 자리를 옮겨가도 나만큼은 그 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주

"둘이⋯⋯ 아는 사이야, ⋯⋯요?"

박지민에게는 반말을, 김남준에게는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 우습게 나갔다. 뒤늦게 수습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지민이 풉 웃는 게 한 발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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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나만 하지 뭘 두 개나 다 해."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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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알겠어, 알겠어. 안 웃을게. 밥 먹어."

박지민이 눈꼬리에 달린 눈물을 가볍게 닦아내며 코를 찡긋거렸다. 그에 더 이상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 김치가 올려진 밥을 푹 퍼먹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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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긴 웬일이에요, 형?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눈 하나 깜빡 안 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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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웬일이라니. 내가 밥 먹으러 급식실 오는데 너한테 허락도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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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사람을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썩 불편하다. 선배들이 지나가자마자 표정을 싹 지우는 김남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박지민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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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멍청해서 그런가. 전에 경고한 것 같은데 바로 알아듣는 법이 없네."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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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수준에 맞는 애랑 어울려 놀아. 집안 망신 안 시키게."

싸늘한 말이 귀에 꽂혔다. 입안으로 넘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들고 있던 숟가락을 테이블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으니 그와 동시에 김남준이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 봐도 얼마 손도 대지 않은 밥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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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글쎄요. 제가 볼 땐 딱 수준에 맞는 것 같은데."

여주

"⋯⋯?"

대뜸 앞에서 박지민의 말이 이어졌다. 나한테 한 말인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 박지민의 얼굴을 보니 나 못지 않게 표정이 굳어있어 의아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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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가장 잘하는 동물이니까."

김남준은 더 이상의 대화를 일절 차단하듯 의자를 집어넣고 가 버렸다. 김남준이 급식실을 완전히 나갈 때까지 제 눈이 따라갔지만 이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다시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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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야. 밥 다 먹었지?"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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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만 가자. 더는 못 먹겠다."

아직 밥이 절반 정도 남았지만 다 못 먹었다고 말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입꼬리는 웃고 있지만 날 바라보는 눈이 형형해서. 대답할 틈도 없이 내 식판도 대신 들고 버리는 게 조급해 보여서.

박지민

"⋯⋯."

거침없이 학생들을 제치고 나가는 박지민의 뒤를 조용히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저 패 진짜 다 깠어요 조커까지 다 깜 진짜!! 자 이제 빨리 맞혀보세요 이들의 관계성을...

+) 아니 피탈 님이 자꾸 서류상 가족 재밌다길래 ㅇㄴ 분량도 적은 게 뭐가 재밌어 하면서 진짜 제3자의 눈으로 처음부터 봤거든요? 아니 근데 왜 재밌는 거ㅈ((죄송합니다

저 혼자 ㅇㄴ 다음 화 없냐 빨리 업로드 해라 라면서 1인2역 하다가 아 미리 써 놓은 거 있었지! 하면서 미리보기로 다시 봤어요 ㅋㅋㅋ...

사실 읽다가 맞춤법, 오타 등등 눈에 거슬리는 게 좀 많았는데 일부러 안 고쳤어요 그 갬성을 지키려고... 암튼 제3자의 눈으로 봤는데 재밌다는 걸 느꼈습니다!😋 = 엘퍼분들 거짓말 안 한다는 거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