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2.낯선 도시, 낯익은 말

좁고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온 끝에 조용한 길목이 나왔다.

더 이상 쫓아오는 인기척이 없다는걸 확인한 명호는 그제서야 멈춰섰다.

아직도 숨을 몰아쉬는 시연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풀렸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괜찮아요...?"

작고 짧은 말 한 마디.

그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시연은 눈을 껌뻑이며,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시연은 눈을 껌뻑이며,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강시연

“허어.하…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말 끝을 흐리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떨렸고, 눈가에는 아까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강시연

“정말… 어떻게해야할지 몰랐어요…"

명호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조심하세요. 이런 곳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요.”

그 말에 시연은 조금 놀라듯 고개를 들었다.

강시연

“…한국분이시구나?”

그 말에 명호는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아니요, 중국인이에요.’ 라고 정정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대신 그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시연은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시연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라도 한국어를 들을 수 있어서…"

명호는 후드를 벗지는 않았지만, 앞을 가리는 모자를 살짝 뒤로 밀었다.

머리카락 너머로 눈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살짝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듯한 3초간의 정적. 서로 숨을 죽인 채, 짧은 교감이 오갔다.

그 공기 속에서, 시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던 찰나— 명호는 순간 긴장했다.

혹시…?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설마 나를 알아본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다음 순간, 시연은 머쩍이 있다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강시연

“저, 그런데… 제가 길을 물어보려다가 그 사람들이랑 마주친 거라서… 혹시 이 주소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아세요…?”

시연은 손에 쥔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화면엔 지도 앱이 열려 있었고, 주소가 또렷이 표시돼 있었다. 명호는 그 주소를 보는 순간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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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여긴 내가 지금 묵는 숙소잖아…?’

믿기 어려운 우연.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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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같이가죠. 저도 거기 묵어요.”

그 말을 들은 시연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강시연

“정말요? 우와… 정말 다행이다…”

그녀의 안도 섞인 미소에 명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이 만남이 끝이 아니라는 이상한 예감...

도시의 불빛이 어렴풋이 비치는 인도 위. 서로 몇 발자국 간격을 두고 걷는 두 사람의 걸음은 조심스럽고 어색했다.

시연은 옆에 있는 명호를 힐끔 바라봤다.

후드를 눌러쓴 모습, 짙은 이목구비… 말은 거의 없었다.

조금 무뚝뚝한 사람이려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상하게 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강시연

‘근데… 목소리가… 낯익은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앞을 보고, 또 살짝 그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그걸 느낀 듯, 명호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앞만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그 역시 시선의 방향을 느끼고 있었다.

짧은 정적. 어색한 침묵.

결국 시연이 입을 열었다.

강시연

“저… 혹시 중국에서 사시는 거예요? 저는 일 때문에 왔다가… 내일 다시 돌아가요.”

명호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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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아, 저도 살진 않아요. 일 때문에 잠깐 왔어요.”

짧고 간결한 답변. 그 말투에선 쿨함이 묻어났지만, 시연은 이상하게 그 말에 안심했다.

적어도…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온 사람이란 사실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졌다.

강시연

“저는 강시연이에요. 27살이고요.”

그녀는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강시연

“실례지만… 이름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너무 감사해서요… 연락처까진 아니더라도… 이름이라도 알아야 감사 인사라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말하는 내내 시연의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

명호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괜히 이름을 알리면 불필요하게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었고.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시연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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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서명호요.”

짧고 또렷한 세 글자. 그 이름에 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시연

“명호… 서명호 씨…? 혹시,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시연은 다시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지만, 명호는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많이 있는 이름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시연은 ‘그런가요 뭐…’ 하고 피식 웃었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