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에피소드: 23





황 민현
"야, 옹성우."


옹 성우
"


황 민현
"..너, 진짜 말 좀 안 들을래?"


옹 성우
"..뭐."


황 민현
"청소 좀 하라고! 아으, 더러워서 같이 못 살겠어. 진짜 어떻게 그렇게 청소를 안 해? 안 찝찝해?"


옹 성우
"윽, 잔소리 대마왕."


황 민현
"잔소리 안 하게끔 청소를 하라고, 응?"

황민현과의 갈등이 일어났던지 어느 새 한 달 정도가 지나갔다. 걱정과 달리, 누가 봐도 친한 친구로 보일 것 마냥 예전처럼 잘 지내는 중이다.


황 민현
"그럼 마트나 좀 다녀와."


옹 성우
"귀찮아.."


황 민현
"청소 또 안 하면 네가 마트 다녀오기로 했잖아. 조심히 다녀와, 또 사고치지 말고."


옹 성우
"나를 어린이로 알아, 아주. 다녀온다!"


황민현의 집에서 20분 거리인 마트를 걸어가려니 힘이 쭉 빠진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결국 힘없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하 성운
"어, 저기.. 옹씨?"

긴가민가한 듯 내 손목을 잡고 멈춰 세우더니, 내 얼굴을 보고서야 확신하며 웃는 저다.


하 성운
"옹씨, 안녕하세요?"


옹 성우
"..그, 놀이공원에서 뵀던 분?"


하 성운
"네, 성이 특이하셔서 옹씨인 건 못 잊겠더라고요. 혹시 이름이 뭐였죠?"


옹 성우
"..아니, 길 한복판에 사람을 세워놓고 뭐하는 겁니까. 곧 빨간불인데 안 건너요?"


하 성운
"그 쪽 가시는 길 따라갈게요, 그럼."

이게 무슨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람인지 몰라도, 애초부터 막무가내인 사람이었기에 별로 놀랄 건 없었다.


얼떨결에 저와 함께 마트를 가게 되었고, 저는 수도 없이 질문을 해왔다. 이름이며, 취미며, 특기며, 직업 질문까지도.


옹 성우
"언제까지 질문하시려고요."


하 성운
"왜요, 알아가고 싶으니까 그렇죠. 성우씨는 내가 그렇게도 싫은가?"


옹 성우
"..말했잖아요, 동성애자 아니라고."


하 성운
"에이, 모른다면서요. 그럼 뭐, 동성애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날 좋아하게 될 수도 있죠."


옹 성우
"그런 말하면 안 부끄럽습니까? 지금 우리 두 번째로 본 사이인데, 엄청 들이대시네요."


하 성운
"걱정마요, 여기저기 들이대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냥 성우씨 마음에 들어서 들이대는 거에요."


옹 성우
"..후우, 마트 도착했으니까 이제 가세요."


하 성운
"힝, 쌀쌀맞네. 그럼 나도 마트나 가죠, 뭐."


옹 성우
"하아, 하성운씨 많이 한가하신가 봐요?"


하 성운
"으음, 한가하진 않다만 시간을 막 써도 모자랄 만큼 그 쪽이 마음에 드니까 이러는 거겠죠?"


옹 성우
"한 번 마주치고 전화번호를 달라질 않나, 두 번째 만남에 마음에 든다고 막 들이대질 않나. 평범하진 않으시네요."


하 성운
"앗, 그럼 특별하다는 건가? 고마워요."


옹 성우
"..말이 안 통하네요. 마트나 들어가요, 빨리 들리고 집이나 가게."


하 성운
"치이, 알았어요."


딱히 구매할 것은 많지 않았기에, 과자 몇 개와 술 등 몇 가지를 골라서는 카운터로 향했다.

"젤리가 그렇게 좋아?"

"응, 완전."

"아니, 그렇다고 젤리를 여덟 봉지나 사냐?"

들리는 목소리들 중 한 목소리는 매우 익숙한 목소리였고, 말하는 내용조차 그 사람과 대조되었다.


옹 성우
"..그럴리가 없지, 그럴리 없어."

하지만 내 간절한 바람은 신에게 닿지 않았는지,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강 다니엘
"..아아, 환각인가."


윤 지성
"웬 환각? 요즘 왜 이래, 정신나간 사람마냥."


강 다니엘
"..말했잖아,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일이 생겨서 미치겠다고."


윤 지성
"그거 두 달인가 전에 들은 얘기거든. 아직도 못 풀었냐?"


강 다니엘
"..몰라, 그냥 조용히 해."


윤 지성
"이 자식이 형한테.."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나를 쳐다보던 저는, 나를 환각으로 착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쓸 겨를도 없이, 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하 성운
"성우씨, 옹성우씨? 왜 그러냐니까요."


옹 성우
"..아, 죄송합니다. 빨리 갑시다, 나가요."

하성운씨를 재촉하며 빨리 나가려 했건만, 신은 또 내게 장난을 치고 싶은가 보다. 내 손목을 세게 잡아오는 저를 보니 말이다.



강 다니엘
"환각이.. 아니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