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

석진 선배는 금방이라도 지쳐 쓰러질 것처럼 기운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웃어댔다. 그 다정하지만, 귀에 계속 맴돌고 꽂히는 목소리로 자꾸 웃어버리다가, 간혹 나를 바라보았다.

왜인지 불쌍한 그 눈빛을 바라보자, 나까지 정신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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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세자 이지민, 그리고 김석진. 널 이제 어떡해야 할까.

수지 언니가 진지한 목소리를 하자, 석진 선배가 고개를 살짝 바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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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글쎄. 날 어떻게 하든 너희 알 바지만, 내 생각에… 니들은 다 망한 거 같네. 물론, 우정이라든가 신뢰라든가 그런 면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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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뭐? 세자를 잡았는데 뭘 망해. 그리고 우정이니 신뢰니, 왜 헛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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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끅끅…. 세자야 잡았지. 근데 박지민은 잡았나? 쟤가 제일 키 포인트가 되는 사람인데, 왜 그냥 보내버리셨을까. 쟨 이 세계에선 널 진심으로 사랑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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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쟤는 그냥 전생이 진인 애잖아. 뭘 더 알아야 해?

석진 선배가 나를 내려다본다. 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괜시리 무서워져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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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전생이 진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우리는, 서서히 석진 선배를 벽 쪽으로 몰았다. 선배는 점점 밀쳐지는가 싶더니 결국엔 바닥에 주저앉는다.

미소를 지은 상태로, 자신의 깨어진 수월기 조각들을 매만지는 꼴이 꼭 모델 같기도 하다.

대체 왜 전생이고 현생이고 다들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뭘 해도 심장 떨리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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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김석진. 뭘 알고 있지?

유정 언니가 칼을 조금 뒤로 빼낸다. 사나 언니는 자신의 수월기를 꺼내어 든다. 아마 세 번쯤 불어 뭐라도 기억하게 할 요량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석진 선배의 눈이 빛났다.

사나 언니가 수월기를 들어올리는 틈을 타, 석진 선배가 유정 언니의 손에서 커터칼을 낚아채간다.내가 손을 뻗어 막으려 하자, 그저 내 옆을 스쳐 뛰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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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씨발!

문 너머로, 김태형을 향해 뛰어나간 석진 선배가 우리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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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모든 사실이 나에겐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거. 난 그걸 알고 있지.

문이 거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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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흑, 김석….

…세자는, 태형을 죽이진 않았지만. 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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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선배, 제발!

나는 그를 쫓아 김태형의 방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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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김태형!

방에 들어서자, 왼가슴 조금 아랫부위를 칼에 찔린 김태형이 석진 선배를 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제대로 찔렀는지, 붉은 점액은 끊임없이 흘러나와 하얀 김태형의 웃옷을 다 적시고 있었다.

안 돼, 잠깐만.

손등이 불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불에 다시 한 번 던져진 것처럼, 목이 메여오고 따갑다. 죽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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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석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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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 아무나, 아무나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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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00이 데리고 온 날부터 나를 의심하길래, 내가 당황했잖아. 거짓말 하나에 빠져나가는 너도 참 특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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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 …날 사모해주셨어야지요. 나에겐 그대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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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배에 칼 꽂아서 피 흘리게 하는 거, 사실 천 년 전에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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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자, 저하. 어찌 이런 짓을 하고도, 콜록… 무사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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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지금이라도 해서 참 다행이네,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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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 그냥, 연모하느니라고. 그대 죽기 전까지 머리에 새겨주고 싶은 것 뿐이었습니다.

방금 수월기 하나가 깨진 탓인지, 전생과 현생이 겹쳐 보이며 목이 따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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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왜.

김태형은 숨을 쌕쌕 쉰다. 나는 용기를 쥐어짜내어, 앞으로 한 발자국 떼었다.

김태형은,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지 바닥으로 몇 방울이 뚝, 뚝 떨어져내리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쓰러질 거 같이 비틀거리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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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그만, 해요. 더 이상 걜 건드렸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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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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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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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공주님.

김석진이 능글거리듯 나에게 손을 뻗는다. 나는 손을 세게 쳐서 고의로라도 내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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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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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제 우릴 그만 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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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슬프게도 그건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난 내 수월기가 평생 가도록 안 깨질 줄로만 알았어. 그리고 그게 깨진 지금, 내 의식도 바스라지는 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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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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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난 니들이 날 알아낼 수 있겠노라고, 추호도 생각 못 했거든. 미나토자키가 깨끗한 수월기를 가지고 있을 줄도 역시 몰랐고 말이야. 가지고 있어봐야 반쪽짜리 수월기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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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혹시나 내 속의 세자가 사라지면 이 새끼에게 나의 기억이라도 새겨두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너희가 그렇게 똑똑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칭찬이니까 곱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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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그럼, 사라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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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 이지민은 죽겠지. 그걸로 끝. 이제 우리의 세자 저하는 마음 속에서 그리운 공주님을 그리며 기다리게 될 거야.

난 김석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눈빛이 떨리고 있다, 수지 언니에게 들어갔던 전생의 수지가 사라진 것처럼, 변형된 수월기가 깨져버리면 이 사람의 원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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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러니까 이지민은. 저를 정말 사랑했나요?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대답해줘도 상관없잖아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내 목소리에 석진 선배가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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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쩌면 김태형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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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태횽!

뒤늦게 들어온 사나 언니와 수지 언니가, 피를 흘리고 있는 김태형에게 외친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이젠 바닥에 쓰러져서 느릿이 터져 나오는 혈액을 막고 있다.

나도 김태형의 상태를 보러 가보려는데, 석진 선배가 내 팔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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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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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나한테 뭘 바래요? 사라지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겠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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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글쎄. 나도 내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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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냥 그리워한 만큼 바라보고자 해서, 그리워한 만큼 닿고 싶어서. 그리워한 만큼 보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슬슬 비릿한 철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김태형에게서 피가 번져나오고 있나 보다. 수지 언니와 사나 언니가 수습을 하고 있는지,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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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제 세자가 원하는 걸 알 거 같아.

맞지도 틀리지도 않은 미묘한 대답에 한숨을 쉬며 돌아서려던 때에, 김석진이 나를 돌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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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그리고는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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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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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뭐라고 따지기도 전에, 정호석이 들어오던 때에 김석진은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꼭 순수하기만 한 어린아이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이지민은 공주를 과연 얼마나 좋아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세자에게 000은, 공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꼭, 나비와도 같은 존재.

날아가려는 것은 잡지 못 하고, 세게 쥐면 날개가 뜯어져버린다. 권력으로 또 돈으로 철창을 사서 그 속에 가둬놓으면, 도와주러 날아오는 또 다른 나비. 김태형이 있다.

악역치고는 꽤나 슬픈 이야기에 내가 입술을 깨물자 정호석이 나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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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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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날 정호석은 이해한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박지민, 그 새끼 어디서 질질 짜고 있겠네.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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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니가 쟤 케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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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내가 얘랑 박지민 담당이니까, 넌 니 남편 케어하라고.

나는 그냥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김태형에게 뛰어갔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이 공허하게, 아무것도 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투명하지도 탁하지도 않은, 딱 반투명 정도.

난 힘아리 없이 쳐저 있는 김태형의 기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단 한 번도, 칼에 찔려서 죽을락 말락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피가 흐름에도 그의 입꼬리가 예쁘게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김태형은 이제 행복한 거 같다. 아이처럼, 깨끗한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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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전, 일 학년이 시작할 때. 같은 반에 배정되었을 때의 눈빛과 비슷했다.

흐리멍덩하여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깊이 진 눈빛.

나는 그런 김태형에게 활짝 웃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예쁘게. 가장 하얗게. 어떻게 보일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온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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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귀자.

사나 언니와 나는 병원에 머무르고, 유정 언니와 수지 선배는 함께 박지민을 찾으러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연락이 온 것을 확인하니.

어린아이처럼 놀이터에서 왕왕 울고 있었단다. 무릎을 꼭 끌어안고서.

정호석은 다섯 시간하고도 몇십 분이 지나서야 깨어난 석진 선배의 손을 잡아 병동까지 데리고 왔다.

깨어난 본래의 김석진은, 겉으로는 전과 비슷했지만 눈에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늘 무언가 깊이 있던 눈과는 달리 그냥 검은색으로밖에 안 보이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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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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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안녕. 공주님이라고 그랬나? 조금 슬프긴 하지만, 전생이라는 기준이 사라진 이후로 기억이 좀 드문드문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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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김태형이랑 좀 친했다 정도지. 그래서….

…입에다 뽀뽀한 것도 기억 못하시겠구나, 난 머리를 짚었다. 아직도 감촉이 정말 생생한데, 이. 아휴. 말을 말자.

석진 선배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잠깐 가만히 있다, 자신의 목덜미를 찬찬히 매만졌다. 그리고는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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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진짜 미안하게 됐는데, 네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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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000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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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풉,

사나 언니가 나와 석진 선배를 보며 그만 웃어버린다. 맑은 웃음이긴 하지만 어딘가 비웃는 거 같은 웃음에 나는 볼에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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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이.

눈짓으로 삐졌다는 태도를 취하자, 사나 언니가 흐히히, 하는 소리를 내어 웃더니 커다란 주머니에서 새 피리를 꺼내어 분다.

삐이익, 하는 다소 경쾌한 소리가 병실에 몇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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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우리 이야기를 하자. 젼생하구, 지금. 그리고 집이랑 학교랑 친구랑 다. 뭐든 괜차느니까, 우리 이야기를 하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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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내 이야기도?

사나 언니의 제안에, 석진 선배와 정호석이 얼굴을 찌푸린다. 대신 나는 사나 언니에게 조금 웃어준다. 아니, 조금이라기보단 그냥 귀여운 조카 보는 고모 느낌으로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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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00이는 웃는데? 봐봐, 좋아하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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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뇨, 언니. 좋아한다기보단 그냥 그런 거 가지구 되게 신나하는 언니가 귀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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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하아, 어떻게든 하겠다 이 소리야?

오늘따라 정호석의 한숨이 굉장히 깊게 들린다. 꼭 세상 잃은 사람 같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기억나는 모든 것을 얘기했다. 하다 못 해 지금과 전생의 연관성도.

자유롭게, 또 조금은 어색하게 얘기하며 어떨 때는 웃었고, 어떨 때는 침묵했다.

딱 한 명을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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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왜 아무 말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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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글쎄. 나는 박지민이 오고 나서부터 말을 해야 하는 게 하루의 뭐, 일과 같은 거거든.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걔가 있어야 맞장구 칠 요소가 늘어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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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전생에… 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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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나?

정호석은 생각하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피식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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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수군절도사 생활은 행복했어. 엄청 많이. 사람들을 구하고, 또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그는 수월기의 생김새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더러운 직속 상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전생이 공주라도 지금 해 줄 수 있는 거야 당연히 없지만.

우스워서 살짝 웃음소리를 내니까, 가만히 굳어있던 석진 선배도 풍선이라도 터진 듯이 까르르 웃어댄다.

그 뒤에 어느새 묻혀 있던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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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음…. 00이랑, 김, 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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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헐, 일어났나 봐. 곤주님!

사나 언니가 뒤를 돌아 김태형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김태형이 장장 여섯 시간 가량의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한 대화는.

우리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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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전생이, 박지민의 아내였네.

김태형은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런 김태형을 바라보며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할 때에, 김석진이 웃으면서 병원 침대 헤드에 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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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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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000의 전생은, 일진의 아내지.

손을 뻗었다. 간절히,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종이학을 접어 날렸다. 노을 빛으로 예쁘게 문드러지는 하늘 위를 나의 종이학은 예쁘게 날아올라갔다.

허나 때마침 내린 비에 종이학은 이리저리 번져 글자도 편지도 더럽혀졌고, 있는 그대로의 편지는 전달되질 못 했다.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못 했다.

현재 우리의 관계 역시도 아주 완벽하진 못 했다. 모든 것이 일치하진 못 했다.

그러나, 우린 이대로 사귀려고 한다.

완벽하지 못 한 사람 두 명이, 완벽하지 못한 관계를 이루며 서로에게 기대려고 한다.

전생에서도 지금에 와서도, 난 그대의 사랑이고 운명이니까.

- 걱정하지 마 Love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 우린 완전 달라 Baby 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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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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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래, 너 수능 쳐야 돼. 난 대학교 다녀야 되고, 팀플에 과제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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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좀 끝내라 그래, 작가한테. 나 형 자주 보고 싶어. 붙어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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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더 힘든 게 기다리고 있다니까. 멍청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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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좋아해서 붙어있겠다는데 맨날 나한테만 지랄이야. 그래서 더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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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 미친.

이렇게 특별편들, 외전들을 제외한 스토리 마지막 편까지 완료를 했습니다!

특별편과 외전을 다 올리고 나선 약 삼 주에서 사 주 정도, 나전일아는 조금 쉴 거 같아요.

다음 시즌 때에는, 여전히 전생의 기억을 가지면서 수능 공부를 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그런 와중에서 권태기가 오는 태형이와 00이를 그려낼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옆에서 권태기를 더욱 유발하는 알콩달콩 콩 키우는 두 아이와, 쓰레기 악녀 둘 정도가 나올 예정이네요.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작품인 「작가는 관전중」도 봐주시길 바래요!

참, 독자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오픈채팅을 열었답니다.

https://open.kakao.com/o/gFML3z9 이 링크이구, 오픈채팅 검색창에 「인예와 애기님들」 을 쳐주시면 역시 나온답니다.

한 번 들어오셔서 소재를 공유하고 작가와 친해져요! ㅇㅁㅇ

이번엔 공지가 많네요, 또 이번 화에서는 무려 Q&A를 받습니다!

바로 다음 특별편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댓글로 주인공들을 향한, 또 작가를 향한 질문들을 적어주세요! 한 사람당 여러 질문도 가능하니까 한 번쯤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방학 되세요, 독자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