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장미
16화


내가 먼저 박수를 치자 그제야 과 전체가 박수 치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말은 우리가 예상했지만 바라지 않았던 결과로 흘러갔다.

교수님
그래서 아쉽지만 노윤서 학생은 비어있는 악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교수님이 원망스러웠다.

원망스러웠지만 받아드리지 않고 항의한다면

어떤 불이익이 올 지 알기에 말을 아꼈다.

나의 상황을 형식선배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을 대신해서 말을 꺼내주셨다.


박형식
교수님 그렇다면 노윤서 학생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없는 건가요?

형식선배의 말에 교수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교수님
어차피 대학에서만 이렇게 하고 본 연극에서는 다시 역할 결정할 겁니다.

교수님
저도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 이해하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교수님은 서로 인사를 나누라는 말만 남기고 연습실을 나갔다.

교수님의 말과 나의 눈치를 살피느라

연습실 안은 적막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난 민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노윤서
안녕하세요. 연극 영화과 4학년 노윤서입니다.


노윤서
전 괜찮으니 너무 불편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내가 민주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민주도 내 손을 맞잡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민주
안녕하세요. 이번에 연극 영화과로 편입하게 됐습니다.


김민주
1학년이고 22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는 이어서 우리 과 학생들과 인사시켜주었다.

조금이라도 미운 마음이 없다고 괜찮다고 말한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잘못 없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으니..


박형식
다들 각자 역할로 다시 처음부터 리딩 하자.

우리는 바뀐 역할 그대로 다시 리딩을 시작했다.


김민주
루카스 나는요. 이 장소를 정말 좋아해요.


김민주
좋아하는 장미도 있고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마음이 편해져요. 루카스도 그래요?

민주가 태현을 향해 웃으며 대사를 했다.


강태현
응, 나도 좋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

태현은 최대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리딩도 연기인지라 민주를 보며 할 수밖에 없었다.


노윤서
원래... 나였었는데..

난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나에게 하는 대사를 남에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로웠지만

그 둘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갈라야 한다니...

그리고 태현의 원망의 눈빛을 받는다고 생각만으로도

내가 괴로워할 이유는 충분했다.


노윤서
에밀리아... 루카스는 사실 널 속였어.

본격적인 악역의 등장이 시작되고 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냥 연기에서 완벽한 악녀를 소화하려고 했지만

내 마음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강태현
실망이야 아리아. 난 그래도 네가 좋은 친구라 생각했었는데...


노윤서
친구...


강태현
다음에도 이런 일을 버린다면 그땐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태현은 격멸의 눈빛을 지었고 연기인 걸 알고 있었지만

가슴 한편이 시리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민주는 태현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 모습 보고 알 수 있었다.

민주는 태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난 악역이었기에 이런 치욕을 견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