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_진짜 이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3


시간은 오늘따라 유난히 느렸다.

초침은 풀을 발랐는지 느리게도 나아갔고,

분침은 누군가에게 잡힌 듯 나아가지 않았다.

스케줄 대기 시간에도 계속해서 시계만을 쳐다봤다.

차라리 전화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전화 한 통 없으니 13명이 하나같이 너를 걱정하고 있어.


이지훈
“형형, 빨리요!”

지훈이가 저렇게 서두르는 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보지 못했다.

스케줄 할 때는 티내지 않았지만 지훈이 역시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여자에게 마음이 불안한 건 열애설이 불거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우리도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처음 본 순간 모든 구속을 풀어버렸다.

매니저
“뭐야, 무슨 일 있어?”

나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홍지수
“네. 여주가… 많이 아프거든요”

내 말에 매니저 형은 이해한다는 듯 웃어보였다.

매니저
“여주 빠돌이 세븐틴… 눈이 뒤집히겠다, 뒤집히겠어”

여주에게 모두 빠진 건 사실이었으니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녀가 가진 교양, 인성, 유머··

어떤 것 때문이든 그녀에게 호감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것이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지금 내 감정과 비슷해질 것이고.


윤정한
“뒤집…히고 남은 거 같은데요”

정한이의 말에 속으로 가볍지만은 않게 동의한다.


홍지수
“알고 계시네요. 최대한 빨리…”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따로 사람이 모이는 시간은 아니었으나

보통 2시간 걸리는 거리를 1시간만에 통과하고 있었다.

안전 운전이 제일이라며 이렇게까지 빨리 달려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지각했을 때조차 2배 정도의 속도로 달리진 않았다.

매니저 형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 없잖아 있던 모양이었다.


문준휘
“얼마나… 남았어요?”

준휘가 초조해하며 묻는다.

매니저 형은 내비게이션을 한 번 확인하더니 대답한다.

매니저
“얼마 안 남았어”

보조석에 앉은 나도 얼마 안 남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 거리로는 약 3km 정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급한지 30km가 남아있대도 믿을 정도였다.

매 순간 최고 속력을 갱신하며 숙소에 가장 빨리 도착했다.

매니저
“여주 상태… 나한테도 알려줘”

왜 매니저 형이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매니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했고, 친근했고, 예의 발랐다.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여주는.


최승철
“메시지로 바로 보내드릴게요”

승철이가 대표해 알겠다고 대답하던 중에,

이미 몇 명은 이미 올라가고 있었다.


윤정한
“여주!”

정한이의 목소리에 잠깐 묻혔던 마음이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아프기에 그러는 걸까, 순간 마음이 찡해졌다.

잠들기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이고, 그녀가 아픈 게 꼭 내 탓 같았다.


홍지수
“하… X발. 많이 아프면 연락하랬는데…”


최한솔
“와, 지수 형 욕 쓰는 거 처음 봐”

한솔이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감각과 신경은 출입구와 얼마 떨어져있지 않는

내 방 옆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지수
“됐고. 들어가봐야겠는데… 여자애 방이라…”

워낙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내가 알던 남자들과는 달랐다.

처음부터 성별이 다를 뿐더러 알던 여자들과도 달랐다.

미국 여사친들이라 그녀와 문화가 달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강하면서 여리고, 배려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배려받는 것을 더 좋아하고.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강한 아이였다.

배려를 받는 것을 좋아하기에,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었고,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빛났기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을 돕고 싶었다.

그 이유는 하나겠지.

정의내리기 쉬우면서도 정의내리기 어려운 감정··

사랑··


전원우
“…지금 그게 문제 같아?”

원우가 어이 없다는 듯 말했다

그들도 여주 방에 들어가는 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기지만

지금 상황은 최후의 상황이었다

망설여지는 건 여전했지만 여주 방의 문에 무겁게 노크했다.


홍지수
“여주야, 우리 왔어… 몸은 좀 어때? 들어가도 돼?”


장여주
“나 괜찮아… 들어와도 되구”

방문을 열었다.

여주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우리를 마주했다.


홍지수
“아프면 연락하랬지…”


장여주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니깐?”


홍지수
“네가 안 아프다고 하는 건… 왠지 못 믿겠단 말이지”

내 말에 순영이가 동의한다.

참 이상하지.

네가 이 곳에 온 이후로 아픈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오늘은 아픈 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네가 괜찮다고 하는 게 믿기지 않는 걸까.


장여주
“…큭”

갑자기 터진 여주의 웃음

웃는 것으로 보아 그리 아프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 와중에 그게 제일 안심이 되었다.


장여주
“아니… 이 좁은 방에 장정 13명이 서있는데 안 웃겨?”


장여주
“완전 꽉 차있는 게 웃기잖아”

말 끝마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지훈
“…얘가 덜 아픈 것 같네. 더 아프게 해줘?”

약간 장난기가 들어간 지훈이의 말이었다.

이미 너가 나았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는 상태로.


장여주
“아뇹”

여주는 이제 장난과 진심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척박한 삶의 환경 속에서 먼저 깨달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말은 그녀에게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항상 조심했고, 항상 그녀를 먼저 생각했다.

장난도 조금이라도 심한 장난은 자제했었다.

네가 많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 다행이야.


홍지수
“창문… 안 닫아줘서 미안해, 여주야”

내 말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장여주
“오빠도 귀여운 면이 있네.”


이찬
“근데… 너 지금 되게 안 괜찮아보여”

찬이의 말에 다시 내 상태를 확인했다.

방금까지 아팠다는 걸 광고라도 하듯이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원래 화장을 연하게 하는 편이라도 그렇지 안색이 창백했고

립을 바르지 않으니 안 아파도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거기까지 알아챈 순간 머리속은 멘붕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그들이 가족이라지만, 그 전에 나는 나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이 삶 전에는 먹고 사는 벽에 부딪혀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장여주
“으어어어어…”

내가 이상한 소리를 뱉자 정한이 오빠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윤정한
“갑자기 왜 그래?”


장여주
“꼴이 이상하잖아…”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교복점 그날, 그리고 ost 발표날, 다짐한 게 있었다.

최대한 울지 않도록 하자고

그들이 걱정하는 것이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나의 위로를 위해 그의 시간을 뺏지 말자는 것.

1~2분도 아니고 무려 10분이었다.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긴 시간이었다.


홍지수
“별로 이상한 거 모르겠는데, 난…?”


김민규
“그러게…”

지수 오빠가 저렇게 다정하게 말해줘도 믿기지 않았다.

동의하는 게 민규 오빠여서 그런지 더 신빙성이 떨어졌다.


장여주
“아냐… 누가 봐도 못생겼어, 지금…”

내 말에 정한이 오빠가 몇 마디 하려다 원우 오빠의 말에 가로막혔다.

오디오가 겹치지 않도록 정한이 오빠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마 설득력 없는 예쁘다는 말이었겠지.


전원우
“그래, 너 이상한 거 맞아.”


전원우
“그러니까 네 상태 이상하다고 말할 시간에 약 먹고 빨리 나아”


장여주
“전어누 츤데레 미쳤다…”

내 말에 그는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었다.

그런 그를 보고 있는데 슈아 오빠의 큰 손이 내 이마를 덮었다.

워낙 큰 손이라 그런지, 아님 내 얼굴이 작은 건지,

그의 손은 내 눈두덩까지 가볍게 덮었다.

나는 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홍지수
“열은 내린 것 같아. 다행이다…”


장여주
“괜찮았다니까, 진짜…”


홍지수
“아, 네네. 그런 걸로 치겠습니다.”

지수 오빠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여주
“진짜야…”


홍지수
“여주, 조금 쉬어. 우리 잠깐 나가 있을게”

순간 또 속상해질 뻔 했다.

이때까지 혼자 쉬었는데, 이제 오빠들 만났는데 또 혼자 두려고…?

근데 조슈아 딴에는 날 배려한다고 해준 행동이었겠지.


장여주
“오빠… 있어도 되는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 웃어보였다.


홍지수
“그럼 얘네만 내보낼까? 네 말처럼 너무 좁긴 하다”

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오빠들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지만 난 애써 무시했다.

단둘이 있기 위해선 나머지 오빠들의 저 표정을 지루하게 봐야만 할 테니까.


이찬
“치, 장여주 나중에 보자”

찬이는 내게 검지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지만

난 망설임 없이 그것을 물어버렸다.


이찬
“아!”

내 행동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반은 당황했고, 반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세게 물지도 않았는데 찬이는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제 딴에는 멤버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그 누구도 찬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승관이 오빠는 잘했다고까지 해줄 정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