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그 마녀가 난쟁이를 사랑하는 방법 ( 3 )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숲을 나올때까지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여주는 숲을 바라보았다.

여주
분명 이 숲에서는 무서운 늑대와 괴물이 산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다.맥이 풀렸다.

진영과 대휘에 얼굴이 떠올랐다.

여주
'당신들은 대체 얼마 만큼의 거짓을 내게 고한 건가?'

여주
'지금까지 내가 믿어오던 모든세상이 다 거짓이 되어버린 건가?'

여주
'사실 인어도?인어마저도 거짓이라면?'

여주
'그럼 보름달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가?'

여주
'무너진 세상을 애써 믿는척하며 그안에 다시 갇혀야 맞는가?'

생각을 하던 찰나에 바닷가에 도착하였다.신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가 까끌거렸다.

한 번도 날카로운 것에 닿아본적 없는 발바닥이 아팠다. 금방이라도 상처가 날 거같았다.

작게 숨을 들이켰다,바다는 보름의 빛을 받아 파랗게 빛났다.

숨이 막힌다-,

여주
'이렇게 아름답다면 인어같은 건 없어도 돼.'

여주는 무너진 세상에 대해 생각한다.

여주
'어차피 찾을 수도 없는 인어 같은 거,그러니까 아무 상관 없다고 나는...'

"왜 쳐우는데"

간신히 바닷가 큰 바위 위에 올라 절벽이라도 되는듯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여주가 놀라 시선을 옮겼다.

빛나는 바다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더 빛나는 남자,그 남자의 머리는 은색이었다.

물이 허리까지 잠겨서 여주를 바라보고 있다.

여주의 눈물이 톡 떨어져 바다에 잠긴다.남자가 손을 뻗었다.

여주도 따라 손을 내민다.닿았고,차가워 떨어졌다.남자도 살짝 인상을 쩨푸렸다.


옹성우(인어)
뜨거워...

여주
.......난,쟁이?


옹성우(인어)
그럼 넌 마녀냐?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여주를 바라봤다.여주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떨어진다.

빛나는 물 아래 잠긴 남자의 하반신은...

없었다.

기괴한 인어가 가지고 있었던 지느러미.그런데,기괴하지가 않다.

남자의 머리처럼 보름에 은빛으로 반사된다.

여주는 눈물 젖은 낯으로 눈을 깜빡거린다.

천천히 손을 뻗는다.

남자도 침묵하다,손을 내민다.

닿기 전에 서로의 손이 멈춘다.닿을 수 없다.

둘은 본능적으로 닿아서는 안됨을 깨닫는다.

여주
은발 인어는...금발머리를 죽이지 않아요?


옹성우(인어)
금발 사람은 은발 안 죽이냐.

둘이 동시에 말을 내뱉는다.그리고 멈춘다.둘에 시선이 맞닿는다.

아,우리는 함께 세상이 무너져버린 존재구나-.

우린 고립된 동화의 이면인가.여주는 지금이라도 울고싶었다.그리고 웃고 싶어졌다.

눈이 쓰라릴 정도로 눈물이 났다,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만큼 웃음이 나왔다.

토하고 싶고 뱉고 싶으며 삼키고 싶고 다 안아버리고 싶었다.

저 빛나는 바다에 자신을 던져버리고 싶다.

녹아버리는 자신을 보며 한 없이 비웃고 싶다.

그러기만 하면 뭔가 제대로 고쳐질 것만 같다.

이미 모든게 다 무너졌는데 어차피 다시 세울 수 있는게 없는데,여주는 무엇보다도 낮에 키스를 나눈 지훈이 자신 속에서 사라져버린게 혐오스러웠다.

저 은발의 인어가 자신을 삼켜버린 것 같았다,여주는 소리내어 웃으며 엉엉 운다.

여주
나도 인어가 되고 싶어요...


옹성우(인어)
넌 여기 들어오면 내가 백 세기도 전에 죽어.마녀라도 되어서 오던가,난 그 두 다리나 갖고싶은데.

여주
난쟁이라도 되어 버리면 되잖아요.


옹성우(인어)
너...백설공주야?

여주
...네 사람들은 그렇게 알아요.입술은 핏빛처럼 붉고,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머리는...



옹성우(인어)
입술 예쁘네.

여주
네?

여주가 놀라 고개를 든다.인어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옹성우(인어)
입술 예뻐.핓빛이 아니라 산호색같아.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가 옹성우,하고 세글자를 불러준다.

물이 파랗게 빛난다.여주는 좀 더 몸을 기울인다,그만큼 성우는 물안에 잠겨든다.

여주
가지 마세요-.

여주가 다급히 속삭인다.검을 꺼내어 손을 베어낸다.

성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옹성우(인어)
하...미쳤어?안돼.

여주
마녀가 되면 함께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옹성우(인어)
우리 방금 만났어.

여주
거짓말하지 말아요.우리 어디선가 만났잖아요.

침묵과 동시에 성우라는 인어가 손을 뻗는다.여주는 홀린 듯 검을 내민다,그리고 자신의 손도 내밀었다.

성우가 작게 숨을 내쉰다.이내 검을 여주의 손에 밀어넣는다.

날카로운 것이 파고들자 여주가 거친숨을 내뱉는다.

여주
아,아파...

작게 중얼인다.

선혈이 흘러내리며 반짝거리며 빛나는 바다로 떨어진다.

깊은 심해의 어딘가로 흐르듯이 빠르게 스며든다.

여주의 금발머리가 빛난다.달빛이 여주를 빛추기 시작한다.

성우가 검을 바다속으로 떨어뜨린다.손을 뻗어 여주의 손목을 잡아 상처가 남은 그 위에 입을 맞춘다.

차갑지가 않다.


옹성우(인어)
너...

여주
전,아직도 백설공주인가요?


옹성우(인어)
아니...



옹성우(인어)
넌 이제 바다의 마녀야.

성우가 매혹적이다 못해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여주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여주는 성우에게 모든 것을 맡긴채 눈을 감았다.

그 후 바위에는 검은 망토만이 남아있었다.

부모들은 이제 아이들의 머리맡에 다른 설화를 꺼낸다.바다로 가지마렴.

금발머리의 마녀가 널 잡아먹으려고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