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37. 장미가 가시를 세울 때

힘없이 경찰서로 돌아온 태형은 여운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아무렇게나 구기고는 여운의 앞에 던졌다. 주위에 모여 앉아있던 팀원들이 뭐하는 거냐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태형은 그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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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놈의 나여운, 나여운, 나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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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뭐야. 네가 뭔데 자꾸 우리 일에 끼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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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야, 김태형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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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태형아, 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좀만 진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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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빠가 법무부 장관이면 다야?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면 다냐고. 그래서 우리가 우스웠니? 네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게?"

"…누가 그래, 내가 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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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가 그러긴 누가 그래. 너도 알고 있던 거 아니야? 너네 아빠랑 우리 아버지가 너랑 나 약혼 주선한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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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약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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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뭔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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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하아… 결국 이거였나."

태형의 말에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며 설명을 요구했지만, 당사자인 태형과 여운은 그들에게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여운은 당황스러워하던 낯빛을 지우고는 호흡을 내뱉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진을 주웠다.

지금과는 달리 머리카락이 어깨 언저리에 있는 사진. 참 예쁘다고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여운은 손가락 사이에 사진을 끼고서 태형에게 보란 듯이 사진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왜. 너도 어느 정도 나한테 관심 있던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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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라고?"

"첫날부터 눈웃음 흘리면서 잘해주더니 갑자기 왜 그래? 나야말로 당황스럽다. 어차피 나랑 결혼하게 될 텐데 왜 이렇게까지 뻐기는 거야?"

정호석 image

정호석

"쟤… 쟤 뭐래니. 태형아, 무, 무슨 말 좀 해 봐라. 이해가 안 된다."

여운의 말에 태형이건 호석이건 모두가 얼빠진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래, 어이가 없다 못해 상실했다. 태형은 그제야 지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약혼을 피해 이미지를 일부러 나쁘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계속 합리화해 온 것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했던 행동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꼴을 이렇게 직접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태형은 답답한 듯 목이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내어 바닥에 내던졌다.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 넥타이는 태형의 신발에 무참히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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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긴 말 안 한다. 가서 네 입으로 직접, 특별수사반 나간다고 말해."

"싫어.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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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개새끼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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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혀, 형. 참아,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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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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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아, 그래서 이거 뭐야. 형! 태형이 좀 같이 말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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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하아… 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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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때리든 맞든 알아서 해. 회의 시작할 때까지 나 부르지 마."

그야말로 개판.

이곳은 정말 개판이었다.

뻔뻔한 여운의 태도에 분노를 견디지 못한 태형은 여운에게 달려들었고, 정국과 호석은 그런 태형의 팔을 하나씩 붙잡아 막았다.

지민과 석진은 고개를 저으며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고, 이미 여주와 남준의 문제로 지칠대로 지친 윤기는 그만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대누웠다.

끼익–

김여주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늦었…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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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김여주

"왜, 왜 싸우고 있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정국과 호석을 상대로 몸부림을 치던 태형이나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윤기나 이 상황의 원인제공자인 여운까지 갑작스러운 여주의 등장에 깜짝 놀라 굳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환자복을 입고 있던 여주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편안한 후드 차림으로 경찰서에 들어왔고, 태형은 정국과 호석에게서 팔을 빼내어 여주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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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야. 괜찮아? 너가 왜 여기 있어!! 아직 완치 안 됐다며. 분명 최소 이주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김여주

"어떻게 병원에 그렇게 오래 누워있어요. 모두들 힘든 건 마찬가지일 텐데. 저 잘 온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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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여주야…."

여주의 말에 호석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여주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마움과 미안함, 걱정이 담긴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저기, 태형아. 그럼 우리 약혼은,"

"그 입, 안 닥쳐?"

"나중에 따로 얘기해. 눈치 없는 티 내지 말고."

여주가 경찰서로 돌아온 이상, 이미 태형에게 여운과의 약혼 문제는 뒷전이었다.

여주가 자리에 착석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회의가 시작됐다. 중간중간에 팀원들이 돌아가며 여주에게 아련미 가득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니 넘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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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계획적으로 절도 후에 방화를 지른다…. 이 정도면 강력반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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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우리 지금까지 강력 사건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력 미제 사건들만 해결해 왔어. 그것도 무려 6개월 동안 3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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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 최근에 있었던 사건은 완전히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 정도로 열심히 했으니 쉬어가는 타임이 필요하다는 거야. 이해했지?"

김여주

"전해듣긴 했는데… 진짜 이렇게 덮는 거예요? 프시케나 사브라, 둘 중 한 명을 잡은 것도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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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응…. 그래도 틈틈히 사건 수사는 할 거야. 국과수나 경찰청의 도움은 못 받겠지만…."

석진의 말에 여주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난 경찰은 싫어하지만, 끈기 있는 사람은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하지. 그래서 난, 네가 마음에 들어.'

'내 마음에 든 기념으로 네가 싫어하는 것 하나를 없애줄게. 정신을 잃더라도 이건 꼭 기억해. 넌 반드시 나와 함께 할 거야.'

김여주

"……."

사브라…. 쓰러지기 전, 사브라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싫어하는 것 하나를 없애준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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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왜 그래, 여주야…. 몸이 안 좋아?"

김여주

"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잠깐 멍 때렸네요."

뒤늦게 호석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팀원들이 보였다. 단 한 명, 여운을 빼고 말이다.

"……."

'밖에서 좀 보죠.'

여운이 입을 움직여 여주에게만 보일 정도의 크기로 메시지를 전했다.

나여운…. 여운을 바라보는 여주의 눈빛도 여운의 눈빛만큼이나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