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실 걔,

Episode 02. 지우고 싶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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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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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첫 포옹 상대가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선생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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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미치겠네..

18년 인생 살면서 남자따윈 없었기에 스킨십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첫 스킨십을 학교 선생님한테 뺏겨 버리다니…

이만큼 절망스러울 수가 없다.

이만큼 절망스러울 수가 없다.

드르륵 …

드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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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최이워언...

문 여는 소리 마저도 힘이 없었다.

방금 창고 안에서 있었던 일을 더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무의식적으로 자꾸 생각이 났다.

그 선생님은 날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내가 얼마나 하찮았을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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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뭐야, 왤케 힘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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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무슨일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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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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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까 창고에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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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에엥? 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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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너무 에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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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흐아..... 그러니까...,

생각할수록 수치심은 점점 증가했다. 안겼을 때 나와 선생님의 거리는 5cm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잘못했으면 포옹보다 더 한걸 해버렸을 수도 있다.

선생과 학생의 스킨십이라니..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다. 그 끔찍한 일을 내가 해버렸을수도 있단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아 물론, 안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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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너무 쪽팔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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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제대로 사과드리고 싶은데 이름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뭘 할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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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어떻게 생기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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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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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일단 키는 나랑 15cm 정도 차이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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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무쌍인데 눈이 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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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턱선이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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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피부가 되게 뽀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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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입술도 앵두처럼 도톰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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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잘생..겼어.....

사실 잘생겼던건 팩트다. 선생님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이목구비가 조화로웠고 동안이었다. 교복 입으면 성인인지 학생인지 구분도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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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우리학교에 잘생긴 선생님이 계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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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아, 교생쌤일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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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헐 교생이라니… 심지어 잘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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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우리반 들어오시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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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잘생긴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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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왜 하필 나랑 사고가 발생해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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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인생 최대 흑역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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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에이~ 걍 잊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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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차피 교생쌤도 한달 보고 말 사람인데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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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원

너무 감정소모 하지말ㄱ...

쾅 -!

쾅 -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반 문을 힘차게 열었다.

나와 반에 있던 애들은 동시에 문 쪽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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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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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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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야, 한여주. 너 여기있으면 어떡해?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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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야, 한여주. 너 여기있으면 어떡해? 미쳤어?

문을 연 사람은 같이 자치회를 하는 차장 전소희였다.

전소희는 화가 가득 찬 말투로 나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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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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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하... 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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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창고 갔다온다 해놓고 튀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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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지금 다 너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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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지금 다 너 기다리고 있어,!

몇초동안은 상황파악이 안돼서 가만히 멍을 때렸다. 그러고 딱 3초 뒤.., 무언가를 까먹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 심부름으로 화이트보드를 가져가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난 정신을 번쩍 차리고 바로 회의실로 달려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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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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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죄송합니다..!

선생님

어, 여주 왔니?

선생님

화이트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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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쟤 창고 간다고 거짓말 쳐놓고 반에서 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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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부장이 이러는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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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전소희의 고자질에 선생님과 자치회 아이들 모두가 나를 무섭게 노려봤다.

간만에 칼퇴를 할 수 있었지만 나 때문에 칼퇴기회를 놓쳐버렸으니..

매서운 시선들을 다 이해하지만 나도 나만의 사정이 있었던 걸..,

차마 말해줄수도 없고 참 머리속이 복잡했다.

선생님

으음.. 여주야.

선생님

일단 너무 안오길래 너 없이 회의는 다 진행했어.

선생님

내용은 학교 끝나고 알려줄테니까 교무실로 오고,

선생님

나머지는 다 해산하자, 수고했어~

" 안녕히계세요 ~ "

해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잽싸게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 중 전소희는 회의실과 멀어질 때 까지 나를 무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뭐라할 처지가 안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

안그러다가 갑자기 왜그랬어?

선생님

너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봤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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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죄송해요, 무슨 일이 생겨서….

선생님

....그래 자세한 건 방과후에 얘기 나누고,

선생님

화이트보드만 옮겨놓고 여주도 반으로 가.

선생님

믿고 선생님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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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ㄴ, 넵.....

부장으로서 자치회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날 노려보던 그 날카로운 눈빛들이 자꾸 생각났다.

끼이익 -

끼이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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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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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색연필.. 다 정리 돼있네..?

몇분전까지만 해도 색연필 때문에 엉망이었던 바닥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아마..., 그 선생님이 정리하고 가신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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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하아.., 미치겠다 진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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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그 쌤 얼굴 다시 어떻게 봐....

불행 중 다행이도 선생님은 무용실에 계시지 않았다.

난 한숨을 내쉬며 화이트보드를 회의실로 옮겼다.

< 방과후 교무실 >

선생님

행사 진행은 너 빼고 진행하기로 했어.

선생님

대신에, 여주는 다음주 내내 복장 단속하면 돼.

선생님

복장이랑 핸드폰 안낸애들 모조리 다 잡아서 이름 적어놓기.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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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네..

선생님

전달사항은 여기서 끝, 더 궁금한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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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뇨 없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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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흠..

궁금한 게 하나 있긴하다.

선생님의 정체….

선생님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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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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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그 혹시.., 저희 학교에 교생선생님 오셨어요?

나도 안다, 되게 뜬금없는 거..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대한 빨리 성함이라도 알아내서 진정한 사과를 드려야 겠는 걸...

선생님

응? 갑자기?

선생님

어어, 이 무렵쯤 오신다고 들었는데..

선생님

왜? 학교에서 교생선생님 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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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네.., 제가 교생쌤한테 사과드려야 할 게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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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교생쌤 이름도 알고계세요..?

선생님

음... 이름은 잘 모르지. 몇학년 담당이신지도 몰라.

선생님

내일 다른선생님들한테 여쭤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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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넵, 감사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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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하아... 빨리 집가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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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교생쌤 이름 알아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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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알아낸다해도 다시 볼 자신이 없는데..!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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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한여주 인생 완전 꼬여버렸ㄴ...

" 야, 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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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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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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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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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또 전소희였다. 날 미치도록 싫어하는 전소희.

이유는 간단하다. 단지 내가 자치회 부장이 되어서겠지.

유치한 이유 하나로 전소희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반년 넘게 날 미워하고 있다. 그 전까진 되게 친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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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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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부장?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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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회의 마음대로 째버리는 애가 부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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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야, 뻔뻔하게 부장 타이틀 뺏어갔으면 그 값의 반 이상이라도 해야지 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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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넌 너가 부장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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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너 하나 때문에 10명이 넘는 애들이 쉬지도 못하고 10분 넘게 가만히 앉아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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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애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어쩜 그렇게 태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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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그 뻔뻔함 나도 좀 배우고 싶다~ 너무 멋져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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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대놓고 꼽을 주며 쪼개는 전소희가 너무 짜증났다.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분을 식히고 겨우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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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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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뺏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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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선생님이 직접 정해주신 내 역할인데 불만 가질거면 나한테 가지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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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난 아직도 너가 나한테 왜이러는지 전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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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뭐든 적당히 해야 받아줄 수 있는거야. 너 점점 선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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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질투가 나면 차라리 질투 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답답하게 돌려서 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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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ㅁ,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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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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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

웃겨........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전소희 때문에 안그래도 피곤했던 하루가 3배는 더 피곤해졌다.

딱 오늘만..,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