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곁을 맴도는 이유

다시 만난 김태형

윤여주

...

나는 당황한 채로 태형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봤다.

태형이의 얼굴에도 여러 군데 생채기가 있었고, 핏방울이 고여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입술도 살짝 터져있었다.

누가봐도 정말 양아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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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윤여주

...ㅇ어??

김태형 image

김태형

너 괜찮은거지?

윤여주

어?

윤여주

엉...

김태형 image

김태형

너 뛰어내리려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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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아니였나 봐?

윤여주

아아...

내가 난간에 기대어 고개를 숙여 지나가던 선배를 보던게

태형이는 내가 뛰어내리는 줄 알았나 보다.

윤여주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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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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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조심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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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놀랐잖ㅇ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아악 아파

나와 같이 뒤로 넘어진, 아니 내 밑에 깔려있던 태형이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하지만 발목을 다친건지 다시 주저앉아 자신의 왼쪽발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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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이씨 짜증나게

윤여주

어... 다리

윤여주

나 때문인ㄱ...지...?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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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김태형 image

김태형

당연하지

윤여주

아아...

윤여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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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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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병원비만 줘

윤여주

..?

윤여주

잠깐 난 뛰어내리려던거 아니였어..!

윤여주

근데 너가 도와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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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 말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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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넌 도와달라고 안 했는데 내가 쓸데없이 나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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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꼴이 난 거라는 거지?

윤여주

엄...

윤여주

으음...

윤여주

그게... 맞기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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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태형이는 내 말을 듣고 바로 표정을 굳혔다.

나는 잔뜩 마음을 졸이며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윤여주

...

철컥-

끼이이이이잉이이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

갑자기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 둘은 동시에 그쪽을 보았다.

기다란 나무막대기가 가장 먼저 보였는데

막대기를 든 인물은 학년부장선생님이란 것을 알고 태형이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며 당부를 하고는

아프다면서 절뚝거리며 빠르게 뒷편으로 갔다.

윤여주

...오잉

선생님

어으으으

선생님

날씨 조타아아~

선생님

어? 넌 뭔데 여기 있어?

한 손에는 막대기, 다른 손에는 김이 나오는 뜨거운 커피를 들고 계시는 선생님께서는

옥상에서 혼자 앉아있는 나를 보고 여쭈셨다.

윤여주

...그게요

내 앞에는 바로 선생님이 보였지만 고개를 조금이라도 틀면 저 멀리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태형이가 보였다.

사실 옥상은 학생들이 올라가면 안되는 장소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지금 태형이는 내가 아침에 들은 소문들처럼 전학오자마자 선생님께 많이 까였을 것이다.

그래서 더 선생님 눈에 띄기 싫겠지.

윤여주

...갑자기 시원한 공기를

윤여주

좀...

윤여주

느끼고싶어서요...

선생님

...?

그래 이정도면 뭐

정말 시원한 공기를 좀 마시려고 올라온 걸로 아실거야.

여기에 김태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실거야...

윤여주

..아하하하........

나는 멋쩍은 웃음만 지으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

태형이도 저 멀리서 조용히 숨 죽이고 나를 봤다.

선생님

...???? 어딜 보는 거야

선생님께서는 내가 계속 다른 곳을 보고있자 그 방향에 맞춰 고개를 돌리셨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

윤여주

..선생님!!!!!!!!!!!!!!!

나는 혹시라도 선생님이 태형이를 볼까봐

선생님의 얼굴을 잡고 다시 돌리며 소리쳤다.

윤여주

선생님! 저 모르는 거 있어요!!!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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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휴

선생님

그 그래

선생님은 당황하셨지만 내 계획대로 문을 열고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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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야..!

윤여주

... (후다닥)

분명 멀리서 태형이가 날 불렀지만

부끄러워서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윤여주

...

선생님

그래. 뭐가 궁금하니?

윤여주

...아까 수업한 부분이요...

벌써 학교가 끝났다.

윤여주

...어라

윤여주

내가 언제 이 길로 온거지......?

태형이는 점심시간 이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제 태형이의 친구들로 추정되는 남고애들이 있던 길을

나도 모르게 걷고 있었다.

윤여주

... 왜 이러지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오늘은 그 애들이 없었다.

윤여주

...

오늘은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왠지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어릴적 알고지낸, 내가 좋아했던 아이가 180도 달라져서 다시 나타났다.

윤여주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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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응..?'

윤여주

'너 전학가면...

윤여주

다시 볼 수 있...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응. 당근이지'

윤여주

...

분명 마지막날 그렇게 말해놓고서

한 번도 날 보러 오지 않았다.

다른 동에 있는 남자중학교로 전학 간 태형이는

끝내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몇년이 지나고 나라도 용기를 내 태형이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2년만에 길을 걷다 우연히 본 태형이는 이미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였다.

태형이가 전학을 간 후 2년동안 나의 성격도 많이 내성적으로 바뀌었고

여러가지 일이 있으면서 태형이와 아예 급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태형이의 주변엔 인기 많고 예쁜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애들과 내가 비교되서 잠시나마 가져본 용기는 버리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괜히 마음속에서 배신감이 느껴졌다.

태형이가 나와의 우정, 그리고 순수했던 과거의 김태형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으니까

그날 이후로 태형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내 기억 속 소꿉친구 김태형은

내 귀에 들려온 소문들과 나의 목격으로 인해

완전히 날라리가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일어난 본 태형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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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괜찮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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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뛰어내리려는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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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아니였나 봐?'

느낌은 많이 달랐지만 왠지

어릴적처럼 친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여주

...

윤여주

흐아아아...ㅠㅠ

진짜 이상해

나 왜 이러는거지...?

윤여주

...진짜 바보다

계속 걷다보니

아침에 김철수가 말한 그 사건의 시작점인 피씨방이 보였다.

윤여주

저기가 거긴가...

[[도레미피씨방]]

간판이 특이하게 생겨서 잠시 멈취 쳐다보고 있었는데,

건물 문이 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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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박지민 image

박지민

너 어제 500원 빌려준 애지?

전정국 image

전정국

?

어제 그 남고딩들이 우루루 나왔다.

윤여주

...어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작게 대답했다.

와 정말 이 길엔 저 애들이 있구나

다시는 이 길로 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남자애들이 우루루 나오고 잠시 후 뒤이어 누가 절뚝거리며 나왔다.

윤여주

...

설마 했는데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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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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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윤여ㅈ!!!

윤여주

..!!!!!!

나는 태형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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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야!!!!!

태형이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너 쟤랑 ㅈ·긔·ㅡㄴㄱ..?

내 등 뒤에선 또 어제처럼 뭐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느껴졌지만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못 들은 척 하며 걸어갔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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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아!!!!!!

태형이가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지르더니

잠시 후 내 팔을 팍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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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왜 나 피해?

난 고개도 들지 못 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윤여주

그냥...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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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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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윤여주

윤여주

...?

난 놀라서 태형이의 얼굴을 봤다.

내 이름을 아는거야?

날 기억하는걸까?

윤여주

...헐

태형이는 뭐라뭐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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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니까 내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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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내 말 듣고 있어?

윤여주

...저기 있잖아

윤여주

내 이름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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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당연하지

나는 그 말에 괜히 광대가 올라갔다.

윤여주

...ㅎ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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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보다 빨리 만원 달라고

태형이는 말했다....

윤여주

만..원?

윤여주

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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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때문에 나 다리 다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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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 일, 그새 까먹은 거야?

윤여주

아아...

태형이의 발목을 보자 아까보다 훨씬 퉁퉁 부운 것이 느껴졌다.

윤여주

아 미안해...

윤여주

병원 가야 하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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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병원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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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가 이딴 거로 병원을 가냐

윤여주

...

나는 슬쩍 태형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새파란 머리카락, 얼굴에 있는 생채기들,

곳곳에 붉은 얼룩이 진 셔츠와

짧게 리폼한 듯 보이는 교복바지

그리고 시퍼런 멍이 좀 들고 부은 발목보면...

주변에서 가라고 해도 안 갈 것 같긴 하다.

지금 보니까 교복도 우리 학교 교복이 아니였어

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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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만원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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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걸로 퉁치자. 오케이?

엇 잠시만, 비슷한 말 들어본 것 같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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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이 새끼 또 담배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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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태형 진짜 개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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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담배사려고 모르는 애 삥을 뜯냐아~?

너도 어제 내 500원 뜯었잖아...。゜(`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