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력반입니다 S2
#29 “서펜트(1)”



남준과 태형, 여주가 떠난 특강반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고작 3명 빠진다고 그렇게 다르겠나 싶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가뜩이나 말 많은 태형이 빠지니 조용하고, 브레인 남준이 빠지니 머리가 안 돌아가고, 여고참 여주가 빠지니 신입이 어색해한다.

여러모로 팀원의 소중함을 깨닫던 그 때 둔탁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점심거리를 사온 호석이 해맑다면 해맑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한 손에는 햄버거가 담긴 봉지를 들고.


정 호 석
햄버거 배달왔습니다!


박 지 민
와… 진짜 배고팠는데 타이밍 죽이네요, 선배.


최 민 지
아, 잘 먹겠습니다…

각자 자기 앞에 햄버거와 콜라 하나씩 내려놓고 부시락거리며 뜯기 시작했다. 석진이 막 한 입 베어무려는 순간 석진의 개인폰이 울려댔고 그는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석 진
어떤 간 큰 새끼가 형사의 점심시간을 방해해?

그렇게 말하고 집어든 휴대폰 화면에서 적나라하게 반짝이는 글씨. [ 발신자 : 여주 ]

석진은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목을 가다듬고는 녹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주의 목소리보다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김 석 진
[ 어, 여주야. 무슨 일 있어?


남 여 주
[ 아니요. 무슨 일 있는건 아닌데 신원 조사 좀 부탁드리려고요.


김 석 진
[ 신원 조사? 누군데, 학교 선생이야?


남 여 주
[ 아니요, 제가 담임 맡은 반 반장이라는 여자앤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죠…? 근데 교생 입장에서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판이라.


김 석 진
[ 이름이 뭔데? 수사과한테 부탁해서 조회하고 결과 보내줄게.


남 여 주
[ 현예지요. 18살 여자고 신예고등학교 2학년 5반이에요.

석진은 한 쪽 어깨를 살짝 들어 어깨와 귀 사이에 폰을 끼워넣고 주섬주섬 책상에 널브러진 수첩을 펼쳤다. 대충 굴러다니는 볼펜을 주워들고 여주의 말을 받아적은 석진은 다시 한 번 여주의 말을 반복하며 확인했다.


김 석 진
[ 알겠어, 결과 뜨면 보내줄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남 여 주
[ 네, 감사합니다.


남 여 주
[ 야! 너네 뛰지 마, 벌점 받고 싶어?!

점차 소리가 작아지더니 여주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마 석진과 통화 중 뛰어다니는 학생을 본 모양이었다. 팔을 쭉 뻗어 폰과 거리를 두고 외치는걸 보아하니 선생 다 됐다.

석진은 피식하고 웃더니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고 아직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고는 문을 열어 나갈 채비를 했다.


전 정 국
어디가세요, 팀장님?


김 석 진
수사과. 여주가 신원 조회 좀 해달라고 전화했거든. 다 먹거든 뒷정리 좀 부탁할게?


민 윤 기
어이 김 씨. 커피 배달 시켰는데 그냥 아메리카노 시켰다?


김 석 진
장난하냐? 그거 쓰다고, 토 나온다고… 나 바닐라라떼만 먹는거 몰라?


민 윤 기
편식 작작하고 사주면 주는대로 먹어. 얼른 수사과나 갔다 오세요, 팀장님~


김 석 진
저게 진짜…

석진마저 나간 특강반은 조용하다 못해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처음엔 곳곳에서 잔기침이라도 흘러나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행인건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배달됐다는 것이다. 두어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바다가 문을 열자 한 남성이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권 사 성
아메리카노 7잔 맞으시죠?


이 바 다
ㅅ… 아니 권사성?

바다가 아는 체를 하며 낮게 말했다. 사성은 싱긋 웃어보이며 바다의 품에 커피를 잔뜩 안겨주었다. 바다는 다급히 책상에 커피들을 내려놓더니 어디 좀 갔다올게요 라는 말과 함께 사성과 문 밖을 향했다.


바다는 사성을 인적이 드문 비상계단으로 데려갔다.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을 아귀힘이었지만 사성은 순순히 따라가주었다.

바깥에 사람이 오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바다는 비상계단 문을 닫았고 듣기 거북할 정도로 끼익 거리는 문은 이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곳에는 바다와 사성, 둘 뿐이었다.


이 바 다
니가 왜 여깄어?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다였다. 아무래도 더 안달나고 궁금한 쪽이 바다일테니까. 그에 비해 사성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권 사 성
그건 내가 물을 소린데, 오션?

그는 바다를 오션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바다, 아니 오션은 더 이상 숨길게 없다는 듯이 눈빛부터 돌변했다. 순진한 특강반 막내 바다에서 광기어린 오션으로.


권 사 성
짭새들한테 붙었다더니 진짜였네ㅋㅋㅋ 난 또 너가 장난하는줄 알았잖아.


OCEAN
용건이 뭔데? 너도 필요한게 있으니까 여기 온 거 아니야?


OCEAN
서펜트.


권 사 성
나보고 왜 서펜트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네.


OCEAN
그럼 뭐, 권사성이라고 또박또박 불러주리? 엄연히 보스 발가락이나 빠는 주제에 말이 많아…

순간 사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오션은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사성을 향해 한발자국 더 다가갔다. 그들 사이가 굉장히 가까웠다.


권 사 성
난 니들이랑 달라. 대놓고 버젓이 이름에 닉네임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고, 병신아.


OCEAN
그러셨어요? 근데 어쩌나… 난 니 이름에도 닉네임이 있는거 같은데.


권 사 성
뭐…?


OCEAN
서펜트. 뱀이라는 의미잖아. 뱀 사에 성질 성.


OCEAN
뱀의 성질, 사성… 내가 이 바닥에서 지낸게 한참이야. 근데 이런거 하나 모를까봐?

서펜트는 입고 있던 카페 앞치마를 벗어 바닥에 던지듯 털어뜨렸고 웨이브 생활동안 보지 못한 쌔한 표정을 지었다. 오션은 어느정도 예상했는지 낮게 웃음을 내뱉었다.


OCEAN
너 누구야?


OCEAN
뭐… 내가 몰라서 묻는건 아니다만은, 니 더러운 그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ㅎ


SERPENT
알면서 묻는 오션이라… 생소하네. 성격이 급해서 뭐든 지 입으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SERPENT
니가 이미 알고 있다면 다 사실이겠지. 정보에 있어서 오션은 전국 조직들 내 탑이니까.


OCEAN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고 얼른 끝내자, 서펜트?


SERPENT
니가 먼저 말해보지 그래? 추가할 부분 있으면 내가 해줄게.

오션은 지체되는 시간에 답답하다는 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더니 길고 깊에 한숨을 쉬었다. 서펜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오션을 내려다볼 뿐이었고.


OCEAN
서펜트. 나이는 26세. 나보다 1살 많지만 존댓말 써달라는 양심없는 소리는 안 할거라고 믿을게?


SERPENT
아무렴.


OCEAN
소속. 아브니르, 불어로 미래라는 뜻이라지? 그리고 웨이브에 잠입한 아브니르 소속 스파이.


OCEAN
이정도면 더 캘 것도 없던데? 하도 뒤가 구려서.


SERPENT
역시 오션이야… 내가 사람 하는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니까?

서펜트는 박수를 치며 오션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오션은 그런 서펜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OCEAN
그래서 웨이브에는 왜 온건데? 뭐 때문에?


SERPENT
너가 짭새랑 손 잡은 것과 같은 목적이지 않을까?ㅎ


OCEAN
난,


SERPENT
그래, 남여주를 낚아채러 왔겠지.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이잖아. 제발 니 내면을 인정해, 오션.


SERPENT
넌 보스를 죽이고 싶은거잖아.

서펜트의 말에 오션은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했다. 하지만 서펜트는 그런 오션의 턱 끝을 잡아 다시 본인과 눈이 마주치게 만들었다.


SERPENT
난 너무 경계하지마. 난 어디까지나 니 편이거든ㅎ


OCEAN
지랄하네. 그 말을 설마 믿으라고 한건 아니지?


SERPENT
난 널 사랑해, 오션. 진심이야.

서펜트의 눈동자에는 그 어느때보다 순수함이 물씬 일렁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오션을 놀리려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의 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


OCEAN
뭐, 뭔 헛소리야… 아브니르 보스랑 몸이나 섞는 개인걸 내가 모를까봐?


SERPENT
사실이긴하다만은… 이제 질렸어, 그 아줌마. 권력도 어느정도 약해졌고 요즘따라 새로 들어온 젊은 피한테 관심을 가지더라고.


SERPENT
헛장난감은 버려져야지, 안 그래?


OCEAN
그래서, 너네 보스한테 버림받으니까 이제는 뭐 나랑 키스라도 해보시겠다?


SERPENT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가 원치 않는거 같아서 일단 보류ㅎ


SERPENT
나랑 손 잡자, 오션. 내가 샤크 죽이는 것도 다 도와줄게.


OCEAN
미안하지만 난 이미 동료가 있어서.


OCEAN
남여주라고 똑부러진 개싸가지 있어ㅎ


SERPENT
걔는 보스를 위한 선물이었던거로 기억하는데


OCEAN
옘병할… 보스고 나발이고 내 옆에 끼고 있을거야. 우리가 협상을 좀 했거든.

오션은 나름 뿌듯해하며 서펜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키가 굉장히 컸으며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오션은 미세하게 풍기는 원두 냄새를 맡고는 비상계단을 나갔다.


OCEAN
니 제안은 조금 더 생각해볼게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