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또 다시,

쉰일곱. 불꽃처럼 아름다웠던.

짝사랑이라는거, 오랜만에 해본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결말.

애초에 치열하게 다가가서 뺏을 마음도 없었고, 그냥 그렇게 조용히- 행복하게 바라보다 접으려고 마음 먹었던.

그녀에게 내가 필요한 만큼만.

홉이가 못해주는 만큼만.

그냥 딱 그만큼만 욕심냈던 마음.

같이 있으면 좋고.

보고 있어도 좋고.

일방통행이어도 좋았다.

이 마음이 더 커져서 아프기 전에 그만두자.

더 초라해지기 전에 그만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미련이 남아서.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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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와~~~놀이공원 진짜 오랜만이예요!

신나는 음악과 반짝거리는 조명에 여주가 들떠서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윤기가 뿌듯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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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런데는 홉이랑 쉽게 못올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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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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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뭐 부터 탈까요?? 바이킹?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혀서 천장에 닿을듯이 올라가는 바이킹을 보는 여주에 윤기가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잡고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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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런것도 홉이랑은 평생 탈 일 없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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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무서운거 못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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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홉이 무서운거 못타잖아요.

둘이 마주보며 동시에 말하고는 웃었다.

바이킹에 올라타서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자 윤기가 은근슬쩍 여주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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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런거 해줘야죠. 만세~~~~~~

올라가는 순간 잡은 손을 들어올리자 여주는 꺄르르 비명을 지르며 웃었다.

손, 잡아봤다.

홉이랑은 절대 못올 것 같은 놀이공원도 왔고.

홉이랑은 절대 못탈 무서운 것들 잔뜩 타야지.

그냥, 오기인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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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여주씨, 여기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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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우와- 감사합니다-

앙, 한입 베어먹는것도 귀엽다.

그 모습을 눈에. 머리에. 잘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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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 솔직히 조금 놀랐네요. 거절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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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음.....좀 고민했죠 사실. 그래도 윤기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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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흐음....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깐 의자에 앉았다.

여주는 윤기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정쩡하게 웃어보이고는 시선을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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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요새는 나한테만 털어놓을 비밀같은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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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음......

여주의 시선이 놀이기구들 너머 어딘가를 향했다. 야간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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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저 사고 났을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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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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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다시 예전 세상을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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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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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과거도 봤는데요. 영화처럼 이렇게 눈 앞에서 필름이 돌아가듯이.

여주가 두 팔을 벌려 네모를 그리며 스크린을 만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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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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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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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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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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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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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어떻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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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여주씨 말이니까 믿어요.

히죽 웃는 윤기를 보며 여주도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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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이래서 단솔손님이 많은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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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어~? 나 이거 진심인데. 영업용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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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그니까요. 진심으로 들어주는 의사선생님이 몇 없거든요.

여주를 바라보는 윤기가 가만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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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이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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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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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이건 윤기씨한테만 말하는거예요. 제이홉씨한테는 말 못하니까. 정호석이라면 질색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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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다행이네. 나한테만 털어놓을 비밀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것도 홉이는 해줄수 없는거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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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근데 진짜 신기한게- 원래 살던 세상보다, 여기가 더 그리운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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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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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제이홉씨. 남준씨. 윤기씨. 석진씨. 우리아빠, 여기에- 더 소중한 사람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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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그래서 빨리 오고싶었어요. 여기. 이 세계.

여주를 바라보던 윤기도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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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만약에 나도 다른 세계를 가볼수 있다고 한다면요.

몇번을 상상해봤던 이야기를, 나도 당신에게만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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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도착하자마자 난 여주씨를 찾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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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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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럼 혹시 바꿀수 있을까해서. 운명.

돌아보는 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스러움으로 요동치는 그녀의 눈빛을 윤기는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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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윤기씨. 나는......

그의 입술이, 살포시 닿았다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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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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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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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제 접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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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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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러니까 여주씨는, 지금처럼. 그냥 직진하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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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윤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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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돌아보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고. 나 괜찮으니까.

응.

난 괜찮으니까.

폭죽이 터졌다.

야간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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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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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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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고마워요. 오늘 같이 시간 보내줘서.

불꽃놀이가 끝날때까지 말이 없던 여주다.

그저 가만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던 윤기는 불꽃놀이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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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가요. 데려다줄께요.

짝사랑이 끝났다.

찬란하고 화려하게.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그냥. 그뿐이다.

[작가의 말] 서브남이었는데. 처음부터 일편단심이었던 여주가 흔들릴틈이 없었어요😅 꼭 격정적이지 않아도. 조용히 타올랐다 꺼버려야 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 마음을 인정하는것도. 표현하는것도. 또 접기로 마음먹는것도. 다 용기가 필요한일이 아닐까해요

수고했어요. 우리 슈가-(톡톡) 다음엔 주인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