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38. 악몽,환상 그 이상의 현실

※이번화도 여주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김여주

"ㅇ,안돼.....안돼!!!!!!!"

자동차가 스키드 마크를 새기며 끼익하고 도로를 빙글돌았다. 소름끼치는 소리에 내 온몸은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그런 나를 꾸준히 응시하면서도 붉은 핏방울로 웅덩이를 그려내고 있는 건 다름아닌 태형이었다

너무 놀라 떨리는 몸으로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대었고

꿈, 그것도 지독한 악몽이었다.

김여주

"...하아.....하아...."

놀람의 반동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5시였다

몇 시간 전 떠나간 태형때문에 잠 못들고 헤매다가 어떻게 든 잠인데 이렇게 또 깨버리고 말았다.

김여주

"아.....진짜..."

공허한 머리가 자아낸 불안함은 꿈까지 손아귀에서 쥐고 흔들며 날 괴롭히고 있었다

이미 달아나버린 잠이었고 다시 누워봤자 헤매일 것이 뻔했기에 물이라도 마시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띠링~!'

이제 막 나가려 방문을 여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메세지가 온 듯 했다

김여주

"뭐야...이 시간에.."

이른 새벽부터 문자가 올리가 없는데하며 내려다본 문자의 내용은 과연 문자가 도착한 시간만큼이나 놀라울 따름이었고 난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2시까지 아미카페 뒷골목에서 봐-

문자를 보낸 사람은 태형이었고 그는 심지어 그렇게 떠나버리고는 다시 만나자는 내용을 보냈다

김여주

".....!!!!"

악몽에 헉헉대느라 입안이 바싹 말라있었지만 물을 마시려 가던 내 발길을 돌려 얼른 화장실로 향했다. 물이고 나발이고 목마른 것 따윈 지금 내 안중에 없었다. 태형이 만나자고 했고 약속시간에 비해 이른시간이었지만 난 준비해야했다.

김여주

"ㅈ,준비해야해!!!!"

넋을 놓은 채로, 정말 정신이 나간 사람 마냥 화장실로 달려가 무작정 씻은 후에 후다닥 튀어나왔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화장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말이야 생각이지 사실 어제 그 망상의 연속이었다.

혹시나 태형이 다시 날 안아주지는 않을까, 왜 아미카페 안이 아닌 그 뒷골목에서 만나자는 걸까, 문자가 딱딱해보였는데 정말 이별을 말하는 걸까 머릿속에서 나만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09:00 AM

김여주

"뭐야...시간 왜 이렇게 안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계바늘을 쏘아보며 괜히 그 속도를 탓했고 아직도 9시 약속시간까지는 꽤 남아있었다

이미 다 입은 옷의 구석구석을 매만지기도하고 멍때리기도 하다가 문득 내 방에 가득한 라벤더 꽃들이 눈에 띄었다. 기억을 잃기전의 나는 꽃중에서도 라벤더를 가장 좋아했던 것인지 가구 하나 건너 하나로 라벤더가 꽂힌 화병이 놓여있었다

김여주

"라벤더라...딱히 지금은 안끌리는데..이상하네..."

지금은 아무리봐도 향도, 그 생김새도 그닥 맘에들정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양을 둘 정도로 애착이 가지 않은 걸 보면 뭔가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머리가 살살 아파왔고 심장에 자물쇠를 채워놓은 것 처럼 답답했다

그러고보면 온통 내 주위엔 의문점들로 가득했다. 기억을 잃었으니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깨름직했다

지금이야 활짝열려있지만 그 주위엔 온통 못으로 가득한 창문가, 엄청난 양의 라벤더, 자물쇠가 반쯤 열린 상태로 잠긴 맨 아래층 책상서랍 등 내 방은 말할 것도 없었고

뭔지 몰라도 자꾸만 숨기려했던 태형에, 아무말 없이 내 주위를 돌고도는 그 박지민이라는 사람까지 이미 의문점은 차고 넘쳤다

김여주

"뭐지...뭘까....."

조금이나마 실마리가 보일까 진작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 방 뒤지기를 하고 있었던 찰나에 알람이 울렸다

'지잉!지잉!'

01:50 PM

김여주

"어...가야겠다"

혹시라도 늦을까 약속시간 10분전에 맞춰 놓았던 알람이었다

김여주

"하아....하아..."

느긋하게 걸어가도 늦지 않을 거리였지만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 처럼 미친듯이 그에게로 향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호흡이 딸려 힘겨웠지만 이대로 태형을 만나지 못하면 오늘밤도 악몽은 다음편이 예약이 되어있었기에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힘껏 달리다 아미카페가 눈에 들어왔고 주저없이 코너를 돌아 뒷골목으로 향했다

김여주

"헉...헉....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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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왔구나"

왔구나라니,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고작 왔구나가 끝인거라니.. 나만 이 만남을 기다렸고, 나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한 주먹 푹 패였지만 그래도 꾹 참았다.

김여주

"왜...부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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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그만하자고"

김여주

"아니잖아..너 그 말 하려고 부른 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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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맞아. 애초에 너랑 나랑 사귄 적도 없는거고 니 남친이었던 적도 없는건데...그래도 그만하자"

김여주

"....."

김여주

"너.....흐으...."

태형은 또 혼자만 아는 소리를 지껄였다. 순간적으로 뜨거운 눈물이 눈 위로 차올랐고 눈 끝이 아려옴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덜미를 잡힌 듯 말문이 막혀버렸다

김여주

"너...진짜....흐으..."

김여주

"....이기적이야....이기적인 새끼야..너"

김여주

"이기적이라고!!!!!!"

예쁘게 옷을 입고 정성스럽게 화장을 할 때만해도 난 태형이의 앞에서 다시 웃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난 그의 앞에서 감정에 무너진 채로 소리쳤고 그를 이기적이라 함부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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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아...다 알고. 그러니까...그래서...그만하자."

그는 내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얘기했다. 나는 그런 그의 작은 시선이라도 받아내려 주먹으로 세게 그의 어깨를 내리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꼴이 우스웠다. 혼자 망상을 펼치며 그려냈던 드라마의 결말은 그의 머릿속에서 이별로 이미 정해져있었다

김여주

"너..그동안...날 좋아하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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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여주, 그만해"

김여주

"그래 그만할께.....근데...이왕 끝낼 거 다 털어낼려고 묻는거야...흐으..그러니까 말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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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김여주."

김여주

"묻잖아..!!!!!!...끄흐..흐윽....흡...."

멍청한 김여주. 또 운다. 자존심도 바닥으로 내팽개친 주제에 뭐가 남았다고 질질 짜고 있는 건지 나 자신이 한심했지만 정말 아파서 그 바보같은 눈물을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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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아...너. 네가 진실을 알면..그래도 이렇게 나 때문에 울 것 같아..?"

김여주

"어!!!!...난 그때도 울 거야...니가 날 떠난다고....슬프다고..!!!! 그때도...끄윽...흑...울거야!!!!"

정신없이 울고 난리치는 상황에서도 가지말라고 그의 손을 잡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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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그럴리 없어. 그러니까 이거 놓고 이제 가!!!"

그가 내 손을 뿌리쳤다. 아주 거칠고 차갑게.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사이렌 소리들이 내가 뒷골목을 애워싸는 것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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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씨발...내가 진짜 빨리 가라고했잖아!!!!!!"

김여주

"ㅁ,뭐...!?"

엄청난 사이렌 소리에 그는 예민하게 반응했고 결국 그의 입에서 험악한 욕까지 내뱉는 걸 듣고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놔주었다

김여주

"ㄱ,김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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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조용히해. 지금부터 나한테 가까이 오지도, 잡지도, 말하지도 마"

윤 순경

"꼼짝 마!!!! 손들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허튼 수작 부릴 생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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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사이렌 소리가 어느새 잠잠하다 싶을때 갑자기 경찰 수십명이 골목을 포위했고 그들이 노리는 건 태형이었다. 너무 놀라 얼음이 되어버린 나와 달리 그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해보였다

김여주

"......!!!!ㅇ,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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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허..!!씨발.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인데 김태형. 박지민 그 개새끼는 어디다 빼돌리고 직접 나서기까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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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랄말고 빨리 꺼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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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 어디 아프냐? 난 지금 연쇄살인범 체포하러 온 거고 너의 그 소중한 박지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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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씨발!!!!!!닥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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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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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은 말로 할때 아가리 닫으라고!!!! 니가 그렇게 잡으려던 연쇄살인범 너랑 말하고 있는거 안보이냐고!!!!!"

김여주

"....!!ㅌ, 태형아..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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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아...김여주 제발. 제발 오른쪽 골목으로 나가..."

김여주

"ㅎ,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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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라고!!!!!"

연쇄살인범에 이미 아는사이인 것 처럼 보이는 경찰들과 익숙한 듯 소리치며 나누는 대화까지 내 머릿속은 또 한번 발칵뒤집혀 혼란스럽게 섞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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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좋은 말로 할때 그 새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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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 있잖아!!! 니가 말하는 그 새끼!!!"

태형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더 이상의 실랑이는 하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경찰에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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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ㄱ,그걸 왜 네가!!!!!!!"

경찰들은 꽤나 당황한 것 같았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험상궂은 표정으로 태형이의 손에 거칠게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김여주

"ㅇ,안돼...안돼...안된다고!!!!!!!"

그 모습에 반쯤 풀려버린 정신이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 같았다. 꿈을 꾸며 질러대었던 소리 그대로 이곳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고 악몽은 내용만 다를 뿐 현실판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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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씨발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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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시끄럽다 이제 가자 좀"

그는 지겹다며 한마딜 내뱉고 마지막인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떨어뜨리긴 싫었는지 애써 참으며 미소를 띄우고는 나에게 조용히 입모양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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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박지민 오른쪽 골목에 있어. 이제 돌려놓을테니까 돌아가줘, 김여주"

김여주

"으흑....흑...태형아..끄으...끕....김태형!!!!!!!!!!!"

김여주

"너가..그럴리가 업잖아...응!?..으흑...흡...무슨 소리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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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맞아. 나 연쇄살인범 맞아. 오늘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어"

자꾸만 자신의 양팔을 부여잡은 경찰들의 팔을 뿌리쳐대면서도 여전히 그는 나에게 웃어주며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해댔다

도저히...지금의 나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벅차고 힘들었다

힘겨웠던 악몽과 행복했던 환상들이 쓸고 지나간 자리엔, 그 빈자리엔 이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찬 현실이 날 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