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장

프롤로그 2 ; 령삠도령





By. 령삠도령















가을이 시작됐다.

붉게 물든 낙엽은 멕아리 없이 바람에 흩날려졌다.

여름과 겨울 그 사이 경계인 가을은 더운 날씨와 추운 날씨 사이에서 변덕을 부리며 오락가락했다.

덕분에 감기를 달고 살아야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는 아니다 보니,

그래도 나름 쓰잘데기 없는 변명 지꺼리도 가능하니.



가로등 아래에 잠시 서보면 낡은 프렌치 코트 속으로 찬 바람이 불어왔다.

달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구름은 밝게 빛났다.

이젠 재개발 지역이 되어버린 높은 언덕 위에 주택가들은 허름했다.

가로등은 이미 맛이 간지 오래였다.

누런 전등이 깜빡였다.

아무 생각 없이 가로등을 멍하니 보면 눈이 아려왔다.



언덕 위에서 보는 하늘은 한없이 매서워보였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봐도 그 넓은 하늘은 끝이 없었다.

이 하늘의 끝은 어딜까.




길고양이들은 배가 고픈지 시끄럽게 울어댔다.

울음소리는 언덕을 둘러싼 주택에 부딪혀 울렸다.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려는데 뒤에서 저를 불러왔다.




“참 서글프게도 울어댄다. 넌 네 밥도 챙겨먹기 힘들 것 같아 보이는데 동물 새끼들한테 먹을 걸 갖다 바치냐.”



여름과 겨울의 애매모호한 경계선,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