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세븐틴]ANGEL Of Guard.003

 창고로 보이는 어두운 공간에 환풍기 소리만 울렸다. 5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설후를 둘러싸고 서있었다. 오른 얼굴만 가리는 옅은 회색 가면을 쓴 소년이 설후를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정신 차리신 것 같은데, 협조 좀 해주시죠. 사브레(SABRE) 알파팀 팀장 초설후 씨." 

 강하지는 않지만 적의가 담긴 목소리에 설후가 눈을 떴다. 놀란 기색을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이었지만 정신이 들기는 한 모양이었다. 눈앞이 흐린 모양인지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흔히, 오페라의 유령 가면이라 하는 모양의 검은 가면을 쓴 이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의 일부분만 가려져있으니 남은 부분은 보일 법도 한데 어두워서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질문 잘 듣고 성의껏 대답해. 뭐,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좋을 거야. 대답 보고 돌려보내 줄지, 영영 보내줄지 고민해볼 테니까." 

"날 납치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긴 한가? 나한테는 그럴싸한 정보가 없어서 뜯어낼 돈도 없을 텐데."

"하, 우리가 돈이 필요해서 납치한 줄 아나 본데, 잘 들어. 우리도 돈 많, 악." 

"입 좀 다물어, 논엘." 

 오프가 논엘의 뒤통수를 치고는 입을 다물라는 말로 일갈했다. 

"널 납치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긴 왜 없어? 가드 내부 사정이나, 잘하면 정부에서 내린 명령도 알 수 있겠지." 

"아, 말 안 할 생각은 접어둬. 말할 때까지 기다릴 거니까. 점심도 못 먹고 나왔을 텐데, 빨리 말하고 가서 뭐라도 먹는 게 좋지 않겠어?" 

 켈과 논엘루의 말을 듣고도 설후는 미간을 좁히는데서 표정 변화를 그쳤다. 눈부분만 가리는, 하늘색의 나비모양 가면을 쓴 남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어, 빨리, 질문하눈 고시 죠켔댜. 방금, 어, 니온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료땨." 

"아, 야, 프린시. 내가 언제? 언제 그랬는데?" 

"제발… 너희끼리 싸우지 마…."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붉은색 가면을 쓴, 니온이 당황스러운 듯 대답했고, 여우 가면을 쓴 소년이 한숨을 쉬며 둘을 말렸다. 얇은 천안대로 눈을 가린 소년이, 눈에 띄게 표정이 일그러진 설후에게 질문했다.

"저쪽은 무시하고, 저부터 질문하죠. 제가 들은 것이 맞다면, 가드의 특수팀인 ANGELS에 대해 안다고 하던데요. 그 팀에 대해 아는 것 모두 말해주시면 됩니다. 숨기지 않는게 좋을 거에요."

  설후는 인상을 펼 생각이 없는 듯 오히려 표정을 더 찡그린 채로 대답했다.

"총 10명이 소속되고, 다른 부서에서 맡지 않는 특수 임무를 담당한다는 것 정도만 안다. 아, 그쪽 팀장이 청장님 다음으로 정보 열람 권한이 높다고 들었는데."

"좋아, 그럼 이번 질문은 나야. 엔젤스라고 하고, 에이라고 부르면 돼!"

 상황에 맞지 않는 에이의 활발함에 설후의 표정도 약간 풀렸다. 짙은 회색의 우는 가면을 쓴 그가 쾌활한 목소리로 질문을 이었다.

"지금 ANGELS는 전부 공석이라고 들었어. 그러면 은퇴 사원 목록과 비교해서 누가 있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을텐데, 모르는 거야? 혹시, 현재 청장님 다음으로 정보 열람 권한이 높은 알파팀 팀장님이 은퇴 사원 목록을 확인 못한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알기로, 은퇴 사원 목록은 일반 사원들도 볼 수 있거든. 뭐, 정보의 격은 다르겠지만."

"…두달 전 은퇴한 사원 목록은 청장님을 제외하고는 접근이 제한되어있다. 왜인지는 나도 몰라."

"이번에는 내가 질문할게."

 어두운 공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하얀색의 웃는 가면을 쓴 사람이 무리의 뒤쪽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그가 지나가자 자연스럽게 인파가 갈라졌다.

"BLACK 5팀의 윤정한도 이번에 은퇴했다고 들었어.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전부 말해주길 바랄게."

"싫다면?"

"논엘루가 말한대로지. 물론 우리는 뭐라도 먹으면서 기다릴테지만."

"…."

"재수없다고 생각한 거지, 방금."

"…."

"짜증내지 마. 대답만 잘 하면 보내줄 거니까."

"…."

 설후의 표정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독심술이라도 쓰는 마냥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나온다는 거지. 오프, 총에 M-Pt탄 장전해."

"좋아요."

 그러나 그의 입에서 M-Pt탄이라는 말이 나오자 설후는 드물게 당혹감을 표정에 드러냈다. 어디서 난 건지 모를 권총을, 오프가 설후를 향해 겨눴다.

"뭐, 그걸 쏘기라도 하게?"

 아무렇지 않은 체 담담하게 말했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감추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격발할 듯 방아쇠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는 오프를 향해 계속 눈치를 보내는 설후는 겁먹은 듯 보였다.

"프로토타입이라 지속시간은 짧지만 손가락 한마디 정도는 간단히 날릴 수 있지. 뭐, 대답만 해주면 안 쏠게."

"…질문 하나만 할게."

"해봐.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전부 대답해줄테니까."

"그 사람이 뭐길래 그렇게 궁금해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거지."

"…."

"질문에 대답 해줬으니 너도 대답해."

"…윤정한 씨는 BLACK부서를 넘어서 가드 전체가 알아주는…."

"알아주는?"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 지는 모르겠지만 가드 사이에서는 '미친개'로 통했다. 현장에 투입되는 부서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윤정한 씨와 현장에 내보내는 게 암묵적인 환영식이었지. 가드 설립 때부터 일했다고 들었지만 정확히는 모르겠고. 전 팀장님이셨던 최승철 씨는 ANGELS의 팀장 세라핌이 아마 윤정한 씨일거라고 했다. 이것도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은퇴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더군. 이 외에는 잘…."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은 설후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눈치를 살폈다. 오프는 대답을 듣고 겨눴던 총을 내린 후 안전 장치를 채웠다. 설후가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살피고 있다는 것을, 설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던 논엘루도 느꼈으나 흰 가면을 쓴 그는 말 없이 설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 그러면, 가드에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소리 아냐? 은퇴한 사람이 누군지, 왜 은퇴했는지 알지도 못하게 하는 것만 봐도 그렇지. 게다가, 가드 설립시기부터 있었다는 사람이 갑자기 은퇴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그정도 했으면 꽤 잘 맞는 일이었던 것같은데."

"가드에 대해 뭘 그렇게 잘 안다고 그렇게 지껄이는 거지?"

"적어도 너보다는 많은 걸 알고있지. 과거에도, 지금도, 어쩌면 미래에도."

 가면의 눈구멍 사이로 서늘한 시선이 내비쳤다. 가면의 웃는 눈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시선이었다.

"내가 한가지 조언하나 해줄게. 가드는 정부 산하 기관이고, 어쩔 수 없이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되어있어. 정부가 이 꼴인데, 과연 가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정말 가드를 완전히 믿어도 괜찮을까?"

 설후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침묵을 깬 장본인은 오른쪽 얼굴만 가리는, 옅은 회색의 가면을 쓴 소년이었다. 그늘이 져 윗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꽤 앳되어보였다. 소년이 입을 열었다. 적의가 담겨있던 그 목소리였다.

"우리 ANGEL은, 지금 당장은 초설후 팀장님께 위해를 끼칠 생각이 없지만, 현장에서는 또 모르죠. 다음에 뵙죠."

 처음에 비해서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적의가 담겨있었다. 그 때, 설후가 샛노란 데스마스크를 쓴 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설후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가면에는 그 어떤 구멍도 없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와 설후가 부딪혀 넘어지자 주변의 모습이 녹아내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열 몇명정도의,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만이 경계태세를 갖추고 설후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변한 풍경에 당황하던 설후가 정신을 차리고, 데스마스크를 쓴 사람을 인질 삼아 도망치려 그를 바라본 순간, 설후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

이름(나이)-최승철(28)
코드네임(가면)-논엘 Non-el (위 얼굴만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염수력(상태변화 O)

이름(나이)-윤정한(28)
코드네임(가면)-???[?] (새하얀 웃는 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홍지수(28)
코드네임(가면)-오파님[오프] Ofanim (왼얼굴을 가리는 옅은 회색 가면)
고유 능력-???(후방지원)

이름(나이)-문준휘(27)
코드네임(가면)-도미니온즈[니온] Dominions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붉은색 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권순영(27)
코드네임(가면)-프린시펄리티즈[프린시] Principalities (나비모양의 하늘색 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전원우(27)
코드네임(가면)-???[?] (여우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이지훈(27)
코드네임(가면)-논엘라 Non-Alla (검은색 오페라의 유령 가면)
고유능력-???(??)

이름(나이)-서명호(26)
코드네임(가면)-케루빔[켈] Cherubim (후드티 마스크)
고유 능력-외형 변형(모든 생물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름(나이)-김민규(26)
코드네임(가면)-엔젤스[에이] Angels (짙은 회색의 우는 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이석민(26)
코드네임(가면)-논엘루 Non-ellu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수면(상대를 잠재운다.)

이름(나이)-부승관(25)
코드네임(가면)-???[?] (오른쪽 얼굴만 가리는 옅은 회색 가면)
고유 능력-???(??)

이름(나이)-최한솔(25)
코드네임(가면)-버추즈[벨] Virtuese (짙은 보라색 베일)
고유 능력-환영(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이거나 들리게 한다.)

이름(나이)-이찬(24)
코드네임(가면)-???[?] (짙은 푸른색의 얇은 천 안대)
고유 능력-???(??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