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새끼 손가락에 나의 새끼 손가락을 끼고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하고 싶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교수님은 말이 너무 많고 아는 이는 하나 없다. 정말 타지에 남겨진 기분. 어제 만난 그 다니엘이라는 남자애만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뭐... 이름만 알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 ''
나는 곧 다니엘과 특별한 사이라고 느낀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다니엘이 달려왔다.
" 다, 다니엘? "
" 셰프!"
그는 반갑게 내게 손을 붕붕 흔들었다. 나는 그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살짝 고개를 까딱이며 다니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니엘은 옆에 있던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게 반갑게 달려왔다.
'' 너 친구들은? '' ((여주

'' 아... 내 꼬마 꼬마야. 우리 약속 잊은 거 아니지? '' ((연준
오, 내 작은 말괄양이씨. 나와의 약속을 잊은건 아니지?
'' 죄송하지만 한국분을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 ((여주
미안, 그치만 한국인을 만난게 너무 반가워서...
'' 이번에만 허락하지. '' ((연준
'' 압도적 감사 '' ((여주
내 말에 다니엘은 마음에 들었는지 아까보다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내가 그의 미소를 빤히 바라보자 황급히 입을 가렸다.
그리고 다시 그의 입이 보일때쯤 입꼬리는 본래의 자리에 위치했다.
'' 그래서... 저한테 할말 있으신가요? '' ((여주
그래서... 혹시 나에게 할말이 있니?
'' Nope '' ((연준
아니
그럼 왜 먼저 말을 걸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연준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 귀여운 톰보이를 보러 왔어요. '' ((연준
내 귀여운 말괄양이 아가씨를 보려고 왔지.
'' 뭐?? '' ((여주
나는 깜짝놀라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그런 나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더니 장난가득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 물론 농담이에요. 너무 반가워서 달려왔어요. '' ((연준
당연히 농담이지. 너가 너무 반가워서 달려왔어.
'' 친구들을 남겨두고 나에게로 올 수 있나요? '' ((여주
친구들 두고 나한테 와도 되는거야?
'' 글쎄요... 당신이 제게 더 중요하거든요. '' ((연준
으음... 나한텐 너가 더 중요해.
오해할 만한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훅 돌렸다. 볼에 옅은 열기가 느껴졌다.
'' 응, 역시 너가 더 중요한거 같아. '' ((연준
다니엘은 그렇게 말하더니 허리를 숙여 내 귀에 속삭였다.
'' 연준. 최연준 '' ((연준
'' 어...? '' ((여주

'' 내 한국이름이야.
혼자 있을 땐 그렇게 불러줘. 너한테만 그렇게 불리고 싶어 '' ((연준
부디 단 둘이서만 있을땐 그리 불러줘. 너에게만은 그렇게 불리고싶어
'' 좋아 연준아. '' ((여주
나는 그리 답하고 살풋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이제 너와 나만 남았으니 연준이라고 불러도 될까? '' ((여주
지금은 너랑 나 둘이서만 있으니까 연준이라고 불러도 되지?
'' 물론. ''
물론이지
'' 난 너가 날 연준이라고 불러줬으면 해. '' ((연준
" 영광이네 " ((여주
" 루나, 너니까 가능한거야 " ((연준
그는 내게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한국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생색을 냈다. 나는 그의 말에 적당히 호응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 그럼... " ((연준
연준이는 한참을 말하다가 갑자기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갑자기도 아니였을지 모른다. 그 전부터 내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항상 장난끼 가득했던 날티나는 얼굴은 어디갔는지 갓 성인이된 아직 소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 나도 알려주라... 너의 한국이름. " ((연준
" 내 한국식이름??? " ((여주

"그래... 나도 너한테 특별하고 싶어..." ((연준
응... 나도 너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싶거든....
" 여주... 여주야 내 이름 " ((여주
" 여주... 여주... " ((연준
연준이는 내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몇개월만에 들은 이름이라 그런지 조금은 낯선 감정이 느껴졌다.
긴장이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떨리고 울렁거렸다. 기분이 묘했다.
" 하하... 별로 안이쁘지? " ((여주
" 아니, 정말 이쁜 이름인거 같아. 너랑 정말로 잘 어울려. 정말. " ((연준
그는 손사리치며 정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진지한 그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연준이도 나를 따라 웃으며 농담처럼 말을 했다.

" 너도 누구한테 너의 한국식 이름 말해주지마. 이건 너와 나의 애칭이니까. " ((연준
" 질투하는거야? " ((여주
내가 쿡쿡 웃으며 연준이를 앞질러갔다. 그 덕에 그의 답은 듣지 못했다. 괜찮다. 어짜피 지켜지지 않을 약속.
나는 그에게 그저 지나가는 친구일 뿐이니까.
" 어... "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한곳이 한없이 아려왔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쿵.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쿵하고 심장이 가라앉는다. 주변이 조용하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느리게 들린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천천히 귀에 울린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내 심장만이 빠르게 움직인다.
쿵
쿵
쿵
정신은 점점 아득해져만 간다. 주변에 있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세계에 오로지 나와 연준이만 존재한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 여주, 나랑 약속해. 그 누구에게도 서로의 한국식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다고. 여기선 난 너의 연준이 되고 넌 나의 여주가 되겠다고. 약속해 " ((연준
그의 목소리가, 표정이, 말투가 너무나도 달콤하게 들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 달콤함을 느끼고 싶다. 상처받을 걸 알지만 그의 새끼 손가락에 나의 새끼 손가락을 끼고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하고 싶다.
" 좋아. 그러자. " ((여주
그가 나를 잊을지라도
비록 내가 물망초가 되어버릴지라도
나는 상처받을 이 어리석은 사랑을 품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