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진다
04. 연인과 선후배사이 그 어딘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머리가 빠게질듯한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전웅
으으

웅이는 머리를 짚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있는 수많은 맥주 캔이며 소주 병 그리고 와인 2병을 보니 어제 필름이 끊긴 이후로도 계속 마셨나보다


전웅
겁나 처먹었네


전웅
다음날 생각 안하고

그냥 이대로 다시 엎어져 자고싶었지만 지금 해장을 하지 않으면 속이 회까닥 뒤집어질게 분명하기에 웅이는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박우진
전우웅.....


박우진
나 물.....

어제 소리를 빽빽 질러서 그런지 우진이의 목이 갈라질 대로 갈라졌다. 우진이는 웅이가 답이 없자 손으로 더듬더듬거리며 물을 찾았고 잠결에 집은 병에는 우진이가 찾던 물 대신 소주가 들어있었다

그걸 알리없던 우진이는 소주를 그대로 들이부었고 곧바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박우진
우웁

가뜩이나 이미 멀쩡하지도 않은 속에 빈속으로 소주를 들이 부었으니 효과는 장난 아니였다

우진이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곤 화장실로 뛰어갔다


전웅
야 물.....

웅이는 화장실로 뛰어가는 우진이와 던지듯 내팽겨친 초록색 소주병을 보며 혀를 찼다


전웅
쯧쯧, 바보같긴

그리고 우진이가 간 방향으로 소리치며 말했다


전웅
라면 끓였다!

그러자 우진이가 소리를 쳤다


박우진
미쳤어???


박우진
그걸 왜 너가 끓여??


전웅
.......나쁜놈


전웅
끓여줘도 지랄이야

웅이는 궁시렁거리며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박우진
.........

우진이는 팅팅 불어버린 라면을 젓가락으로 휘휙 저었다


박우진
먹을 수는 있냐?

우진의 그 말에 웅이는 발끈해서 자리에 벌떡 일어났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못먹겠어서 도로 자리에 앉았다


박우진
제발 날 죽일 생각이 아니면 해장할때 요리하지마


박우진
아니 제발 주방에 발 들이지마


전웅
야.... 좀 설렜다?


박우진
닥치고 배달이나 시켜

웅이는 폰을 찾으며 우진이에게 물어보았다


전웅
뭐 시킬까?

웅이가 폰을 찾고 키는 순간 눈쌀을 확 찌푸렸다


박우진
왜? 누군데?

웅이는 부재중 전화와 문자, 카톡, 디엠이 뜬 창을 지우고 웃으며 말했다


전웅
아무것도 아니야


전웅
뜨끈한 국밥먹을까?


전웅
이게 속이 확 풀릴려면 뜨끈하고 얼큰한게 필요하지


전웅
주문한다?

웅이가 주문을 하려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웅이가 '그냥 차단할걸'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박우진
받아 전화


전웅
하......


전웅
그래야지


박우진
라면 끓일게


전웅
응

웅이는 자리에 일어나면서 우진이에게 물어보았다


전웅
담배있냐?


박우진
형님 노담이시다


박우진
너도 안피면서 왜 그러냐?

대화를 하는 동안 전화는 끊겼고 또 다시 울렸다


전웅
계속 이러겠지?


박우진
응 그럴거 같아

웅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웅이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전웅
📞여보세요


이은연
📞이제 받아?


전웅
📞우리가 이젠 전화할 사인 아닌거 같은데?


이은연
📞언젠 해도 되는 사이였고?


전웅
📞알고 사궜잖아요 나랑


이은연
📞어, 그랬지


전웅
📞그러게 내가 고백했을때 사귀지 그랬어


이은연
📞그러게


이은연
📞그럴걸 그랬다


이은연
📞근데 알잖아 니 소문 더러웠던거


전웅
📞그와중에 사실은 없었고


전웅
📞선배한테 정떨어진거 그날이었어요


이은연
📞내가 후회했던 것도 그날이었고


전웅
📞이제 끝난 사이잖아 그치?


이은연
📞응, 끝난 사이지


이은연
📞마지막으로 사랑했었던 사람이니깐 말은 해줘야겠어서


이은연
📞너가 누굴 만나던 더러운 소문은 따라다닐거고 벌레는 꼬일거라고


이은연
📞사람 각 제가면서 이용하는거 그만해


전웅
📞노력해볼게


이은연
📞노력은 개뿔


이은연
📞그리고 나중에 정말 마음먹고 할거면 같은 과 사람이랑 해


전웅
📞그럴려고


이은연
📞너가 남친으로써는 최악이었지만 후배로써는 최고였어


이은연
📞잘 지내라


전웅
📞......언제부터야?


이은연
📞뭐가?


전웅
📞선배도 나한테 마음 사라졌을때


이은연
📞연애하고 한달인가?


전웅
📞근데 왜 헤어지자고 안했어?


이은연
📞나도 너 이용했거든


이은연
📞너랑 똑같은 방법으로


이은연
📞그거 말해주려고 했어. 나도 너 이용했으니깐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전웅
📞고마워


이은연
📞ㅎ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끔 연락해라


이은연
📞자주하면 내 미래 남친도 너 미래 여친도 오해할거 아니야


이은연
📞너랑 난 서로에게 선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전웅
📞응, 그럴게


전웅
📞잘지내


이은연
📞응, 너도

웅이는 전화를 뚝 끊고 침대에 푹 누워 팔로 눈을 가렸다

그렇게 웅이의 연애는 끝이났다. 정말 이걸 연애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웅
내가 제대로된 연애를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어쩌면 어제 그 선배도 자신과 은연이의 사이를 알고 들이댄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웅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웅이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방을 나섰다


전웅
잔소리할줄 알았는데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