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02 ° 흑장미 살인사건 (1)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 경사님과 함께 사건현장에 도착 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가 이미 완전히 사망한 상태라서 피해자 시체가 그대로 현장에 보존 된 상태였는데 그 시체 상태를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몸 이곳저곳이 날카로운 흉기로 몇 번씩이나 찔렸는지 피에 물들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피해자의 손에는... 그러니까 오른손에는 흑장미 세 송이가 쥐어져있었다.

꽃집 문턱에 서서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처참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시체와, 익숙하게 김 경사님에게 건네받은 사건파일에 시체를 들춰보며 무언가를 적는 선배들의 모습과 현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선배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신건지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내 두 어깨를 잡는 박 경장님. 눈빛은 말해뭐해, 살벌하다 못해 날 죽이실 기세였다.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하 순경. 야 신입."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대답 안해?"

하여주 [28]

"네, 박 경장님..."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정신 차려. 살인사건 벌어진 현장이 뭐 좋다고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어."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팀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정신줄 잡는 게 좋을거야."

하여주 [28]

"네 죄송합니다... 정신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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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들어와서 피해자 상태 살펴."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좋은 머리 여기다가 써야지."

하여주 [28]

"...네."

겨우 몇 발자국을 떼어 시체 옆에 쭈그려앉아 장갑을 끼고 시체를 살펴봤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 끔찍한 몰골인 피투성이 시체. 우선... 흉기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은 시체 주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숨겨놨거나, 가져갔거나.

다음으로 흉기에 찔린 부위들을 찾으려고 옷을 들춰봤다. 비릿한 피냄새와 꽤 깊게 찔린 상처들에 놀라는 건 뒤로 하고 수사일지에 흉기에 찔린듯한 상처가 있는 부위들을 적기 시작했다.

하여주 [28]

"복부 세 번... 왼쪽 다리 한 번... 오른쪽 어깨 두 번..."

하여주 [28]

"...이 깨진 꽃병 조각들에 찔리셨나."

하여주 [28]

"그러기에는 상처가 너무 큰 것 같기도 하고."

아까부터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있던 깨진 꽃병 유리조각들이 거슬렸는데 혹시 이 조각들로 찔렸을까 싶어 조각을 들어 상처 부위들 크기와 대조 해보는데 갑자기 내 손에서 조각이 빠져나갔다.

당황하며 위를 올려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내 귀에 먼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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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다치면 어쩌려고 함부로 유리조각을 들어."

하여주 [28]

"아... 죄송합니다. 장갑 껴서 괜찮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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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흉기 이거 아니야."

하여주 [28]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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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상처는 약 5센치에서 7센치, 유리조각은 3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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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게다가, 그 어떠한 조각에도 피가 묻어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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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묻은 조각들도 다 피가 튀겨서 묻은 자국이고..."

하여주 [28]

"아•••."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상처 부위들은, 수사일지에 다 적었어?"

하여주 [28]

"아 네...! 총 여섯 곳 찔린 것으로 지금까지 확인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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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잘했어. 우리 애들이 사람 신체에 약해서 제일 못하는 수사가 시체 수색이거든."

하여주 [28]

"감사합니다."

차가운 외모와 목소리와는 달리 귀여운 구석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내 말에 멋쩍으신 지 뒷머리만 긁적이시다가 김 경감님이 부르시는 소리에 나한테서 뺏어가셨던 유리조각을 조심히 내려놓고 가는 민 경위님.

나도 모르게 살짝 웃고 있었는데 김 경사님이 뭐가 그렇게 재밌냐며 내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으시고는 수사일지를 들어 찬찬히 보신다.

내 머리를 쥐어박으실 때에 그 장난스럽던 표정이 사라지고 금세 표정이 진지해진 상태로 보시는 김 경사님에 나도 모르게 긴장한 상태로 김 경사님의 반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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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처음 치고는 깔끔하게 잘 쓰네. 더 노력하긴 해야겠지만 잘했어."

김남준 [30] image

김남준 [30]

"아까 박 경장한테 혼났지?"

하여주 [28]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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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박 경장도 참, 살인사건 처음이라서 긴장한 앨 너무 잡는다니까."

하여주 [28]

"아니에요, 제가 부족한 탓이죠. 더 노력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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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상처 받지 마. 잘하고 있으니까."

김남준 [30] image

김남준 [30]

"박 경장은 살인사건 현장 처음 왔을 때 무섭다고 울었어~ 너가 훨씬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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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야 김 경사, 지금 옛날 노가리나 깔 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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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정 경사, 이런 건 여유라고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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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국과수 연락처나 찍어. 잘하고 있는 애 건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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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국과수한테 벌써 연락하게? 아직 시체 수색도 안 끝났는데."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부검 의뢰 먼저 해놔야지. 딜레이 되면 끝도 없어•••"

정 경사님이 김 경사님을 데리고 가주신 덕분에 계속 시체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한참을 보고 나서야 다 본 것 같았는데 그때 발견한 피해자 머리에 무언가에 찔린 상처가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하여주 [28]

"피도 옆에 굳어있고... 상처도 되게 작네."

그것도 수사일지에 적으려다가 뭔가 주변이 조용해진 느낌에 고개를 들었더니,...

선배들이 나를 중심으로 둘러쌓여 날 빤히 보고들 계셨다.

하여주 [28]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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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막내야, 수사일지 다 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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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놀래켰다면 미안. 우리는 각자 할 일 다 끝내서 너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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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아 그래서 제가 그냥 밖에 있자 그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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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어어? 전 순경 이제는 나한테 소리도 막 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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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다 했어? 부검 해야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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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놀래키려고 한 건 아닌데, 미안."

하여주 [28]

"아, 아... 저 다 했습니다!"

똑같은 흉기로 찔린 것 같진 않으니 딱히 중요한 상처는 아닌 듯 보여서 그냥 얼버무리며 수사일지를 챙겨 선배들과 현장을 빠져나왔다. 들것으로 시체를 옮겨 가려는 국과수 분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 했다.

서로 돌아와서 회의실에 모여앉았다. 곧 김 경장님이 사건브리핑을 하시려고 내가 쓴 수사일지와 다른 두꺼운 서류들을 들고 모니터 앞에 서셨다. 해맑던 첫 만남과는 완전히 다른, 진중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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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사건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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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사건번호 2002도253, 사건명 흑장미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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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사건번호 2002도254입니다 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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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아니... 수사일지에 그렇게 쓰여있어서."

수사일지라는 소리에 수사일지를 작성한 내게 여섯 명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아니... 253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여주 [28]

"아 죄송합니다... 아까 그렇게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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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다음부터는, 정 경사님께 사건번호 여쭤보고 정확하게 작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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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수사 할 때 사건번호에 예민한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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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조심해라 가급적."

하여주 [28]

"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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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다들 왜 이렇게 군기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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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김 경장, 계속 진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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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네. 사건번호 2002도254, 사건명 흑장미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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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사건 발발 장소는 선유동에 위치한 꽃집 '블랙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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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최초 발견자는 37살 '블랙플라워' 꽃집 주인 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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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사건 발생 날 2002년 5월 9일, 22시 경에 꽃집을 마감하고 08:32에 출근해서 사망한 피해자 35살 김유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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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날카로운 흉기에 복부 세 번, 왼쪽 다리 한 번, 오른쪽 어깨 두 번으로 총 여섯 번 찔린 것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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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부검 되기 전에 사인은 과다출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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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혹시 사건현장에서 흉기로 추정 돼서 발견 된 것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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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꽃 진열장 뒤에서 발견 된 꽃 줄기를 자를 때 쓰는 가위로 추정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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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국과수에 가위에 묻은 물질과 DNA 조사 해달라고 의뢰 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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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알겠습니다. 오늘 알아낸 정보는 이것 뿐인가요?"

잠시 아까 본 머리에 상처가 무엇에 상처가 난건지 고민했다. 꽃 줄기 자를 때 쓰는 가위라... 다른 몸에 난 상처들은 저 가위와 길이라도 맞는데 그 상처는 다른 상처들보다 흉기가 들어간 깊이부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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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하 순경, 시체에서 발견된 거 또 없었어?"

하여주 [28]

"네? 아, 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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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확실해?"

하여주 [28]

"네... 더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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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알았어. 내일 부검 결과 나오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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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다들 사무실 가서 일들 봐."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나는 왜 강력 1팀에 배정 됐을까, 수백번을 생각하며 수사일지를 정리했다.

사건 맡고 있는 중이라서 서로 말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은 채 시끌시끌 한 복도를 거닐었다. 난 맨 뒤에서 쭈뼛쭈뼛 걷고 있었고 선배들은 복도를 걸으면서도 사건에 대해 생각하시는지 눈도 흔들리지가 않아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때 땅을 응시하며 걷던 전 순경님 머리에 누군가와 부딪혔는지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짧게 울려퍼지며 적막을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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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기 [30]

"아이고... 죄송합니다. 귀한 강력 1팀 가시는 길을 제가 방해 하다니."

누가봐도 비아냥대는 말투의 사람이 앞을 막아섰다. 갑자기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선배들... 아마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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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또 송 경장님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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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기 [30]

"또라니~ 완전 지겹다는 식의 말투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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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시비를 털려고 알짱거리나 얘기나 좀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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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33]

"뭐야,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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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강력 3팀 다 왔네 거슬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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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이번에 우리 살인사건 맡아서 바쁘니까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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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일 성과도 없어서 너희들한테 넘겨오는 사건 없는 거 티 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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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말이 좀 심하시네요 정 경사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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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얼굴과 안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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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저 새끼는 말버릇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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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은 [29]

"근데, 그 뒤에는 누구예요?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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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하 순경. 내 뒤로."

강력 3팀의 팀원들이 나에 대해 호기심 아닌 호기심을 가지자 김 경사님께서 내 손목을 잡으시고 등 뒤로 날 끌으셨다.

그때 강하게 휘어잡힌 김 경사님의 손목. 그와 동시에 나도 휘청거렸지만 옆에 서있던 김 경감님이 잡아주셔서 넘어지진 않았다. 김 경사님의 손목을 잡은 사람은 역시나 강력 3팀 팀원들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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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33]

"신입 얼굴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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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안 놔? 곱게 말할 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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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은 [29]

"귀한 신입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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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신입이라면 싸고 도는 게 여기 팀 룰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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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기 [30]

"서울경찰대 2001년 수석 졸업생 신입이 들어왔다더니, 쟨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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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33]

"상관 없어. 머리로 들어온 애잖아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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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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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점심 시간 다 놓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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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가자 애들아."

김 경감님의 말에 다들 기싸움을 멈추고 다시 가는 듯 했다. 우리를 아니꼬운 눈빛으로 주시하던 강력 3팀 팀원 중 한 명이 내 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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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33]

"미친놈들 사이에서 고생이 많네."

열이 뻗쳐서 대꾸라도 하려고 발걸음을 멈췄는데 전 순경님이 내 어깨를 잡고 무작정 끄는 바람에 그러진 못했다. 상대하지 말라는 말은 덤으로 딸려왔다.

사무실에 다 들어오고 문을 닫자마자 선배들은 들고 있던 파일들을 책상에 던지다시피 내려놓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꾹 참고 있던 분노들이 짧은 탄식에 조각조각 내려앉았다.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강력 3팀 저 새끼들은 도대체 저 열등감을 언제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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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냅둬. 몇 년 째 저러고 있는데 불쌍하잖아."

애써 침착한 듯 말하는 민 경위님도 속에서는 들끓어오르시는지 펜을 세게 쥐고 있는 손은 하얗게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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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하 순경."

하여주 [28]

"네 경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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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아까 봤던 쟤네 말이야... 너한테도 뭐라 하던 것 같던데."

하여주 [28]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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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강력 3팀이라고... 우리한테 유독 열등감 가지고 있는 새끼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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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그러니까 만나서 너한테 말 걸어도 상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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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무슨 일 있으면 무전 치고. 무전 치는 법 알지?"

하여주 [28]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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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너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어서 그래."

하여주 [28]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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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아니야."

이 말과 비슷한 맥락의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하며 생각해보니 아까 아침에 김 경사님이 했던 말과 비슷했다. 무언가를 알게 되는 순간, 나도 저희들처럼 변할거라고. 도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경감님. '블랙플라워' 꽃집 주인 한경숙씨가 저흴 찾아오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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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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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짚이는 점이 있으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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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심문실이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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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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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다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두 명 정도만 가자, 누가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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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일단 김 경장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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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적응도 할 겸 하 순경 보내시는 건 어떠세요?"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좋네. 범인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진술만 들으러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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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저도 좋아요. 하 순경은, 괜찮아?"

혼란스러운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갑자기 첫 업무라고 해야되나... 이번 사건이 발생한 꽃집 주인 한경숙씨를 심문하러 가자는 제안이 내려져왔다. 내가 감히 이런 중책을 맡아야 되나 생각할 틈도 없이 일단 무턱대고 대답했다.

하여주 [28]

"저도 좋습니다."

그리고 대답한 걸 후회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심문실이라는 곳이 꽤나 긴장감 있는 곳이었고 괜시리 부담감도 생겼다. 그리고 익숙하게 심문을 준비하는 김 경장님.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긴장하지 말고 앉아 하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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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별 거 아니야. 온 신경을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집중해."

하여주 [28]

"거의 첫 업무인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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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내가 널 데리고 온 이유는 딱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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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하여주 [28]

"제가...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응. 그래서..."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오늘 한경숙씨 심문, 너에게 맡겨보려고 해."

하여주 [28]

"네...?"

하여주 [28]

"하지만... 제가 어떻게."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내가 옆에 있을게. 그럼 됐지?"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질문지 여기 있고..."

하여주 [28]

"잠깐만요 경장님... 저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할 수 있어. 내가 널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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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한경숙씨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김유선씨의 죽음의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한경숙씨의 진술에서 천천히 캐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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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너 성격이라면 잘하고도 남을거야. 너 머리 하나는 잘 쓴다고 적어도 서에서는 소문 이미 쫙 퍼졌을걸?"

한껏 나를 치켜세워주던 김 경장님의 말을 꽤 오래 듣고 있었는데 심문실에 노크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러자 금세 표정이 굳고 시작하라며 자리에 앉으시는 김 경장님.

...일단 어떻게든 해보면 알겠지. 김 경장님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한경숙씨 들여보내겠습니다."

하여주 [28]

"...네_ 들어오세요."

심문실 문이 열리고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사건이 벌어진 장소 '블랙플라워' 꽃집 주인인 한경숙씨. 근데 생각 할수록 어안이 벙벙한 마음은 떨칠 수가 없었다. 오늘 출근한 내가 주심문자 자리에 앉아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한경숙 [37]

"안녕하세요..."

하여주 [28]

"이번 흑장미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블랙플라워' 꽃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한경숙씨."

하여주 [28]

"반갑습니다. 이번 한경숙씨 심문을 맡은 하여주 순경이라고 합니다."

예상보다 말은 수월하게 잘 나왔다. 그리고 옆에서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김 경장님의 시선이 옆통수에 분명히 따스운 시선이었지만 괜시리 따갑게 꽂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한경숙 [37]

"네 안녕하세요..."

하여주 [28]

"피해자 김유선씨와 어떤 사이셨나요?"

한경숙 [37]

"유선이와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였어요. 유선이가 저희 집의 오랜 단골이거든요."

하여주 [28]

"사건 당일에도 영업을 하셨겠네요?"

한경숙 [37]

"네... 하루하루가 빠듯한지라."

하여주 [28]

"사건 당일 영업 할 때, 혹은 외부에서 김유선씨를 보시거나 대화를 나누신 적이 있으신가요?"

한경숙 [37]

"네_ 마감 몇 분 전에 유선이가 찾아왔길래 잠깐 수다를 떨고 같이 꽃집을 나왔어요."

한경숙 [37]

"집 가는 방향이 달라서 꽃집 앞에서 헤어졌고요. 그렇게 오늘 아침에 다시 출근 했는데 유선이가 죽어있더라고요."

한경숙 [37]

"꽃집 문도 잠겨있어서... 많이 당혹스러웠어요."

하여주 [28]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말씀 해드리고 싶은 짚이시는 점이 있으시다던데."

하여주 [28]

"그게 무엇인가요?"

한경숙 [37]

"아... 사실 그게."

한경숙 [37]

"유선이가 요즘에 남편이랑 자주, 그리고 심하게 싸워서 이혼까지 논하고 있었거든요."

한경숙 [37]

"혹시 유선이 남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

하여주 [28]

"남편 분 성함이랑 나이 좀 알려주시겠어요?"

한경숙 [37]

"이한민, 38살이에요."

하여주 [28]

"네 감사합니다... 확인 해보도록 하죠."

한경숙 [37]

"감사합니다... 꼭, 유선이 죽인 범인 좀 잡아주세요..."

눈물 어린 호소라니, 꽤나 김유선씨와 친하게 지냈던 모양새였다. 하지만... 당신 또한 용의자 선상에서 배제 할 순 없어. 가까울수록 동기가 많아지니까.

하여주 [28]

"그럼요_ 약속 드리겠습니다."

한경숙 [37]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이제 심문은 끝나셨으니 집으로 귀가 하셔도 괜찮습니다."

한경숙 [37]

"네...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경숙 [37]

"그럼 이만..."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가는 한경숙씨의 모습이 사라지자 옅게 띄고 있던 미소를 잃으며 자리에 앉아 한숨만 깊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진술을 들으면서 꼼꼼하게 적긴 했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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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거봐. 내가 잘할 거라고 했지?"

하여주 [28]

"...모르겠어요. 완벽하게 절 속인건지, 사실만을 얘기 한건지, 섞어 말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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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게 이 업무의 매력이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수첩에 필기한 내용을 가볍게 훑어보는 김 경장님. 의심 할만한 키워드는 눈물호소, 사건 당일의 행적. 이 두 가지 뿐인 것 같았다.

잠깐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 업무는 나한테 맡길테니까 잘 해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심문실을 나가는 김 경장님에 벌써 눈 앞이 깜깜해졌다. 벌써 몇 번째 이러는건지...

흑장미 살인사건. 아무래도 올해 운은 경찰 붙은 것에 다 써버렸나 생각 할 정도로 복잡한 사건이다. 오늘 퇴근은 글른걸까, 나도 야근이라는 걸 해보는 걸까... 생각하며 심문실을 나갔다.

아무도 없으니 더 어둡게 깔린 분위기의 심문실이 내 미래를 의미하는 것 같아 씁쓸해서 황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_ 글자수 : 7918자 [분량이 언제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