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70 ° 강력 1팀, 그들에게 선포

정 경사가 결재 서류를 받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경행 1팀 팀장 박 경감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그들의 본사를 찾은 모양이었다. 역시… 박 경감 능력은 소문만큼 대단했다.

박성진 [33]

_ 안녕하세요. 경행 1팀 박성진 경감입니다. 강력 1팀 정 경사님 맞으시죠? ‘메드’ 조직 본사 찾았는데 잠깐 통화 되십니까.

지체할 시간이 없어 바로 전화를 거니 그쪽에서도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정 경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소를 물었지만 박 경감은 조금의 적막 끝에 입을 열었다.

정호석 [31]

- “주소… 알 수 있을까요.“

박성진 [33]

- ”…..정 경사님이라 하셨죠?“

박성진 [33]

- “일단 주소는 보내드리겠습니다. 근데…”

정호석 [31]

- “무슨 문제라도…”

박성진 [33]

- “여기를 정말 팀원 여섯 분만 들어가시겠다는 겁니까.“

박성진 [33]

- “얘네 병력이 장난 아닙니다. 다 죽고 나올 수도 있고…“

박성진 [33]

- “제약 회사라 소리 하나 안 새어나가게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박성진 [33]

- “조금 늦더라도 서에서 지원을 조금 받고 가는 게 어떠실지…”

정호석 [31]

- “…조금 늦었다가 우리 애들 죽으면요.”

정호석 [31]

- “저희 그 꼴 한 번 더 겪으면 못 살아갑니다.”

정호석 [31]

- “위쪽에서도 지원 별로 안해주는 마당에 믿을 구석은 오로지 우리들 뿐입니다.”

박성진 [33]

- “저 그거 모르는 거 아닙니다. 하 순경에게 대충 들었으니까요.“

박성진 [33]

- “그래도 지금은 조금 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박성진 [33]

- “한 번만 제 말을…”

정호석 [31]

- “이성만 있었다면, 팀 재개라는 이 미친 짓도 안했겠죠.”

정호석 [31]

- “이렇게 된 이상 저희의 목표는 그때의 불완전함을 바로잡고 팀원들이 온전함을 찾는 것입니다.“

정호석 [31]

- “…박 경감님, 주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석 [31]

- ”그치만… 이 선택을 존중해주십시요.“

박 경감의 대답도 안 듣고 제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정 경사는 손을 꽉 말아쥐며 그들의 주소를 팀원들 연락처로 보냈다. 그리고 자기도 출발할 채비를 하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정 경사가 온 곳은 서 내 의무실이었다.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하 순경 팔에는 수액을 놓기 위한 주삿바늘이 꽂혀있었다. 정 경사는 침대 옆 간이의자에 앉아 그 주삿바늘을 감싼 테이프들을 매만졌다. 이렇게 여린 애한테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김원필 [31]

“정 경사 왔어?”

정호석 [31]

“아… 네. 잠깐 들른 거고 곧 나가야 합니다.“

김원필 [31]

“편하게 있어. 하 순경 잠깐 안정 취하라고 수액 놔준 거니까.”

김원필 [31]

“몸에 이상은 없고 불안증세가 심해서 과호흡 온 거 같아.”

김원필 [31]

“애 뭐 약 먹는 거 없어?“

정호석 [31]

“…잘 모르겠습니다.”

정호석 [31]

“1년 전까지는 안 먹었는데, 혹시 모르죠.“

김원필 [31]

“이렇게 실신할 정도면 약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김원필 [31]

“내가 애 깨어나면 더 얘기해볼테니까 너는 얼른 가봐.“

김원필 [31]

“지금 급한 상황 아니야?”

정호석 [31]

“…맞습니다.”

김원필 [31]

“하이고… 너는 왜 울려고 해.”

김 경위를 보니 하 순경을 포함한 팀원들 앞에서는 꼭꼭 숨겨왔던 감정이 기어코 터진 정 경사였고 고개를 푹 숙이자 우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가까이 와 정 경사를 빈 틈 없이 안아주는 김 경위가 지금 순간에서는 정 경사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김원필 [31]

“괜찮아, 호석아. 잘할 수 있고 네 잘못 아니야.”

김원필 [31]

“일이 이미 벌어진 이상 이게 최선이잖아.“

김원필 [31]

“너도 알고 있지?“

정호석 [31]

“아는데…“

정호석 [31]

“우리가 왜 아직도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원필 [31]

“그치, 억울하고 짜증나지.“

김원필 [31]

“근데 아무리 더럽다해도 놓으면 안돼.”

김원필 [31]

“그래야 뭐라도 얻을 수 있어.“

김원필 [31]

“너네가 얻고자 하는 게 걔네 잡는 것만은 아니잖아.”

정 경사의 지금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김 경위는 한참을 다독여주며 정 경사를 일으켜줬다. 지금은 무너지면 안되는 때라는 걸 정 경사보다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원필 [31]

“좀 진정됐어?”

정호석 [31]

“…네. 감사합니다.”

정호석 [31]

“또… 죄송,”

김원필 [31]

“씁, 죄송해하지마.“

김원필 [31]

“얼른 가봐. 하 순경은 내가 잘 보고 있을게.”

정호석 [31]

“…감사합니다. 이따 다시 한 번 들를게요.”

김원필 [31]

“그래그래. 몸 조심하고.”

위태로워보이는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정 경사는 의무실을 나갔다. 김 경위는 그런 정 경사가 걱정 되기도 했지만, 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는 자신의 최선은 하 순경을 잘 돌보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김원필 [31]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그들에게 잡혀간 팀원들뿐만 아니라 팀원들을 구하러 간 또 다른 팀원들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와야만 했다. 강력 1팀은 아직 그들을 잡을 힘이 없었다. 아무리 분해도 본인들의 안전이 먼저임을 강력 1팀은 알고 있어야했다.

하늘은 어울리지 않게 파랗고, 햇빛이 따갑게 내려쬐는 날씨는 우리의 심정을 알 리 없었다. 평범해보이는 이 건물 안에 우리 팀원들이 끌려가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했다. 우리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김석진 [33]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자.”

김석진 [33]

“다들 장비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지?”

김남준 [31]

“확인했습니다.”

박지민 [30]

“혹시 작동 안 하면 제가 여분으로 넣어둔 호신용 장비도 있으니까 그거로 최대한 막으시고 인이어 꾹 누르세요.”

민윤기 [32]

“알겠습니다-“

김석진 [33]

“우리의 목표는… 이 조직 소탕이 아닌,”

김석진 [33]

“우리의 안전 보존과 팀원들 무사 구출이다.“

김석진 [33]

“모두들 그거 잊지 말고. 들어가자.”

물론 강력 1팀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는 이 조직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그럼에도 한 번 더 다짐하고 들어가는 건 우리 팀원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거에 대한 분노를 주체하기 위함이었다. 막상 그들의 낯짝을 보면 무색해질 수도 있기에.

처음 발견했던 건물의 규모보다 몇십 배는 더 커보이는 건물. 강력 1팀이 들어서자 막아서는 입구의 장정 대여섯. 이래서 언제 꼭대기층까지 진입을 할 수 있을지…

”함부로 출입하시면 안됩니다.“

김석진 [33]

“…아, 회장님과 얘기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누구시죠? 별도의 연락이 없으면 지인이라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얼굴이 팔린 것도 1년 전이니 우리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님 모른 척 하는 건가. 출신을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머리만 굴리고 있자 그들이 경계를 하며 테이저건을 꺼내려 들었다.

정문호 [45]

“내가 부른 손님이 맞다.”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이 조직의 회장이 맞는 듯 보였다. 그만큼의 포스와 이 장정들을 고개 숙이게 할 힘도 있었고. 우리를 막던 사람들은 테이저건 꺼내려던 걸 멈추고 정자세로 그 사람 앞에 각 맞춰 섰다.

“어쩐 일이십니까 회장님.”

정문호 [45]

“내가 부른 손님들이 맞다고.”

정문호 [45]

”바빠서 미리 얘기해둔다는 걸 까먹었네.“

근데… 우린 정말 연락 한 통 없이 온 거라 이 회장 입장에선 우리가 불청객이나 다름 없을텐데 이 태도는 뭐지. 마치…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이.

정문호 [45]

“저희 애들이 실례를 범했군요.”

정문호 [45]

“따라오시죠. 회장실은 꼭대기층입니다.”

당장은 찝찝하더라도 따라가는 게 맞았다. 이 사람만이 김 경장과 전 순경의 행방을 알고 있을테니.

그 회장이라는 사람은 우리를 소파까지 있는 규모가 큰 회장실로 친히 안내했고 문이 닫히자 돌변하기는커녕 평온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정문호 [45]

“BU경찰서 강력 1팀 분들, 맞으시죠?“

정문호 [45]

“반갑습니다. ‘메드’ 조직 회장 정문호라고 합니다.”

김석진 [33]

“…반갑습니다.”

정문호 [45]

“생각보다 본사 건물을 일찍 찾으셔서 놀랐습니다.”

정문호 [45]

“역시 강력 1팀 명성이네요.”

정호석 [31]

“…저희를 아시면서 왜 안으로 들인 건지 묻고 싶습니다.“

정문호 [45]

“뭐… 그거야 그냥.”

정문호 [45]

“재밌을 거 같아서요.”

민윤기 [32]

“…네?”

정문호 [45]

“목적 뻔히 아는데 들어오지도 못하게 지켜보고 있기만 하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정문호 [45]

“그래서 그냥… 이번만 이렇게 해드린 겁니다.“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 팀원들을 홀랑 데려가놓고 아무 죄의식 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모습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잠깐의 대화만으로 이 사람과 더 얘기하기보다 우리의 목적을 빨리 밝히는 게 우선이 되었다.

김석진 [33]

“오늘 저희 팀원 두 명이 메드의 또 다른 건물에 조사 겸 갔다가 긴급 신호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김석진 [33]

“그래서 본사 건물 주소를 찾았고… 팀원들 무사히 돌려받는 게 저희의 방문 연유입니다.“

김석진 [33]

“적어도 당장 이 조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정문호 [45]

“당신들의 일이 무엇입니까?”

정문호 [45]

“우리 잡자고 다시 뭉친 거 아닌가요?”

정문호 [45]

“생각보다 시시해져서 섭섭하네요.“

김남준 [31]

“…그만큼의 지원도 없고, 지금 당장은 사건들 수사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정문호 [45]

“사건 수사라… 그러고보니 소망유치원에서 우리와의 거래 서류와, 마약들…”

정문호 [45]

“뭐 그런 게 나왔다면서요?”

정문호 [45]

“거기 보내놨던 바지 회장이 얘기해주더만.”

정문호 [45]

“패기 넘치게 꼴랑 둘만 보내서 수사하려 했다고.”

박지민 [30]

“…그냥 심문 정도만 하라고 보냈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정문호 [45]

“본인들의 실수인 걸 인정하는군요.“

정문호 [45]

“좋습니다. 이번 한 번은 눈 감아드리죠.“

정문호 [45]

“대신…”

정문호 [45]

“좋은 본보기라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문호씨의 말이 끝나자 큰 회장실 한구석에 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자가 김 경장과 전 순경을 질질 끌고 나왔는데… 둘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피떡이 된 것도 모자라 의식이 아예 없는 거 같았다.

박지민 [30]

“이게 무슨…!”

정문호 [45]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하시란 말입니다.”

정문호 [45]

“마음 아프게 애들 꼴이 이게 뭡니까, 그쵸?”

분노에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짧은 비상 신호음 후 고작 몇 시간 동안 애들을 이렇게 만들다니. 그리고…

정문호 [45]

“이건 병원 가져가면 붙여주기야 할 겁니다.”

우리 앞에 툭 던져진 지퍼백 안에는 둘의 손가락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각각 검지손가락, 중지손가락이 하나씩 잘린 거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정문호 [45]

“반항도 반항인데 의리가 대단하더라고.”

정문호 [45]

“남은 팀원들 연락처 불으면 살려준다니까 입이나 꾹 쳐닫고 말이야.“

정문호 [45]

“덕분에 오랜만에 재미 좀 봤어요. 꼴아보는 눈들도 흥미로웠고.”

정문호 [45]

“그러니까 앞으로는… 여기 함부로 건들 생각하지 마세요.“

정문호 [45]

“고작 경찰 8명 데리고 영웅놀이 할 생각도 하지 말란 소립니다.”

정문호 [45]

“용현아. 주차장까지 모셔다드려.”

그쪽들이나 우리가 고작 영웅놀이나 하려고 경찰 시작한 거라는 생각은 갖다버렸으면 좋겠네. 우리 대하는 꼴 잘 봤으니까 똑같이 되돌려줄게. 지금 이 감정, 곧이곧대로 가져가서 너네 끝내는 데 쓸게.

한편으로는 고맙지. 한치의 망설임 없게 해줘서. 우리 모두 다 행복하고 안전하게 이 일 하자는 목표를 너희가 제대로 건드렸으니 더 이상 멈추지 않을거야.

우리 강력 1팀 우짜면 좋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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