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방울
15_작은 별 #작은 별


[예린시점]

별이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던 이 삭막한 나의 삶에, 나의 사막에

별이 생겨났다.

달도 없이 산도 없이 구름도 없이,

정말 딱 별만 떴다.

그것도 별 하나만 떴다.

근데도 이렇게 밝아질 수가 있던가

마치 하나의 가로등처럼 그 별은 나의 눈에 빛을 심어주었다.

참 예쁘게도 빛나더라, 그 별.

너무 예뻐서, 이런 초라한 사막을 비춰도 되나,

더 예쁜 곳으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내 사막에 비춰진 거니까

자격을 따지기보단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

별 많은 우주로 나아가면 저 별보다 밝은 별은 훨씬 많을 지도 몰라

하지만,

이 곳은 우주가 아니니까.

이 곳은 별이 잔뜩 보이는 천문대가 아니니까.

그저 어둡기만 하던 초라한 사막이니까,

그래서 이런 곳에 떠오른 저 별이 더욱 빛나보이고

더욱 예뻐보이고 더욱 소중한 걸지도.

삭막하던 내 삶에 나타난 한 방울의 오아시스이자

한 줄기의 빛이고

한 송이의 꽃이니까.

그 " 하나 "라는 게, " 처음 "이라는 게,

겨우 그 두 글자가 뭐라고,

그렇게 사람을 쥐었다 폈다 하더라.

어쩔 땐 기쁘게, 감사하게, 아름답게 해주다가도

어쩔 땐 슬프게, 비참하게, 미칠 것 같게 만들더라.

지금까지의 내 " 처음 "은 온통 비참과 처절로 가득했고

" 처음 "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 앨범을 피면

온통 어둑한 사진들 밖에 없었는데

" 처음 " 으로 앨범에 빛 하나가 장식되었다.

꼬이고 꼬인 매듭을 풀어줄 틈이,

다치고 또 다친 마음에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줄 사람이 생겼다.

내게 다가와서는, 먼저 자신을 털어놔주었다.

그 덕에 나는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나까지 마음을 열고 네게 날 털어놓자,

우린 비로소 서로에게 " 의미 " 가 되었고 " 의지 " 가 되었다.

네가 나에게 다가와 주었기에, 나는 너와 대화할때면 입가에 미소가 번질 수 있게 되었다.

너와 아픔을 나누고

너와 눈물을 나누고

너와 기쁨을 나누고

너와 웃음을 나눠서

너와 거의 모든 걸 나눌 수 있어서,

나는 내 것이 줄어들어도 행복하다.

가끔, 아주 가끔은 좀 무섭기도 했다.

너에게 나를 다 털어놨고 넌 내 깊숙히 들어왔는데

혹여 어느날 네가 갑자기 등 돌릴까봐,

아무 예고 없이 날 떠날까봐,

그 이유가 내가 뭔가를 했기 때문일까봐,

가끔 너무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그냥 지금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짜피 인간관계라는 게,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겨질 사람은 남겨지고

남아줄 사람은 남아주게 되어있더라.

운명이란게,

받는 상처와 주는 상처가, 아파하는 시간들이,

다 정해져있더라.

그래서 난 여태까지 운명을 싫어했다.

내가 받아온 상처들이, 아파해온 시간들이

운명. 그게 다 정해놓은 것 같아서.

그래서 원망스러웠다

근데 운명이란게,

항상 안 좋은 것만 정해놓은 건 아니더라.

바꿀 수 없는 운명에도 너라는 빛이 정해져있더라.

운명이 정해준 너라는 사람 덕에, 나는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거란 걸 알아서 여태 운명의 변수 따위 바라지 않았고

운명의 변수가 생긴다 해도 날 더욱 처절하게 짓밟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네가 나타남으로서

처음으로 운명에 감사했고

만약 네가 변수라면,

다른 변수가 어떤 것이든 너라는 변수 덕에 괜찮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리스
_(=인터넷 상 표시 기호)셀리야앙♡ 사랑해♡


셀레나(정예린)
_우웅 나두..ㅎㅎ

요즘따라 너무 힘들었다

그냥 다 지쳤다

아무리 인터넷 상이었지만 맘껏 아무렇지 않은 척 웃기 어려웠고,

상대는 아리였기에 나는 조금 티를 내 보았다.

한참동안 아리는 답변이 없었다.


아이리스
_비글(=비공개 글)로 좀 물어볼께


아이리스
_무슨 일 있어?

순간 울컥했다.

티를 냈다 해도 많이 낸 것도 아니고 '..'만 좀 붙인건데 바로 알아주다니.


셀레나(정예린)
_ㅎㅎ....그냥.. 좀 힘드네

그동안 내 속을 숨겨왔던 많은 사간 덕에 웃지 않고 털어놓는 게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아리니까, 내가 믿는 사람이니까 최대한으로 털어놓아보았다.


아이리스
_왜.. 말해줄 수 있어..?

이런 게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힘들다 하면 힘들어하지 말라며 힘내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내뱉지도 않고

왜 힘든데, 라며 갑자기 들어오지도 않고

조심스레 다가와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셀레나(정예린)
_그냥.... 난 아무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고 그래..ㅎ


셀레나(정예린)
_난 쓸모없는 것 같고 아무도 날 필요로 해주지 않는 것 같아


셀레나(정예린)
_이런 생각 하기도 싫고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아는데, 이렇게 약해져있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걸 어떡해..


셀레나(정예린)
_그럼 난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그 생각에 지배되어 버려..


셀레나(정예린)
_나 어떡하지...진짜 너무 힘든데..


셀레나(정예린)
_나 같은 게 뭐라고.. 이러면 안되는 거 아는데..

솔직히 털어놨다.

돌아올 아리의 답변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는 걱정과 두려움, 겁과 함께 후련함도 조금 들어있었다.


아이리스
_많이 힘들었지...


아이리스
_어떤 생각에 지배되는 건, 네가 그만큼 지치고 힘들어한다는 뜻과도 같아


아이리스
_많이 힘들면 털어놓지 그랬어.. 내가 있잖아..

" 내가 있잖아 "

겨우 한 마디인데, 다섯 글자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지.

너무 고마웠고, 너무 안심되었다.

너만큼은 정말 날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얕은 말로 얕은 위로를 해주는 게 아니라

깊이 공감하며 내게 필요했던 말들을 한 마디, 한 마디씩 뱉는 네가 너무 고마웠다.


아이리스
_넌 쓸모없지 않아. 모두가 널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아냐


아이리스
_딴 사람들 다 모르겠는데, 나만큼은 널 필요로 해.


아이리스
_나만큼은 널 너무 사랑하고 좋아해


아이리스
_네가 너무 소중하고 나 진짜 너없인 안될 것 같아


아이리스
_내가 말 안해서 넌 모르겠지만, 나 죽고싶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서 지금까지 버텨온거야


아이리스
_너 그만큼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고 내 희망이고 내 행복이야


아이리스
_솔직히 희망이랑 행복이란 거 뭔지 모르겠는데


아이리스
_너랑 얘기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생각해보면


아이리스
_그게 희망과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아이리스
_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 안 해줬음 해

정말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리는 내 행복이자 희망이자 내 삶의 가치고 의미다.

아리처럼 나도 희망이며 행복이며,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아리와 대화할 때의 내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느끼는 감정 또한 어느 때보다 예쁘다.

이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들 서로가 느끼고 있다.

아리가 내게 해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를 이런 삭막한 사막에서 버티게 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난 네가 속삭이는 말들에 편안해져 갔고

너는 그렇게 내 삶에 하나의 예쁘고 작은 별로 떠올랐다.

[15_작은 별 #작은 별] the end


밤 작가
그동안 폰압이 잦았어서 접속 자체가 드물었어요ㅠㅠ 대신 분량 꽉꽉 채워왔죠 히히


밤 작가
독자님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