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마지노선
46화]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 이번 화의 제목은 시인 백석의 '' 여승 '' 이라는 시에 나온 한 구절입니다.

* 보시는데 참고부탁드립니다.







텁텁하고 푸석한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숨이 턱 막힐듯한 더위와, 불쾌한 습기로 얼룩진 여름은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길기만 한데,


왜 여름은 항상 찬란하고 빛났던 한순간으로만 기억되는걸까,



덥기만 했던 그 여름에 무슨 감정이 남았길래,

찔끔찔끔 흘리던 땀에는 무슨 사연이 있었고,

차마 또 내뱉어지는 더운 숨에는 무슨 추억이 섞여있었기에,





쏴아아

쏴아아–




윤여주
........


윤여주
....((고개를 들고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다


얼굴 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그러려 하지 않아도 눈썹이 찔끔 움직인다.

두 팔로 감싸안은 다리에 몸을 더욱 작게 말아 웅크렸다.


나도 참 안쓰러운 인생이지,

자기 주제는 자기가 제일 잘 알면서, 기어코 그걸 숨기기 위해 세상 고고한 척, 고아한 척 다 했고

결국 또 그거에 혼자 앓는다면,





윤여주
.......


윤여주
....하하,..


웅크린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마치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나를 끌어내리는듯하다.

기꺼이 찬 물을 틀었음에도 공기는 여전히 습했고,

주제를 잃고 터져나온 진심은 언제나 부끄러웠다.


현실에 다다랐음에도 현실을 보지 않은 당신의 잘못일까,

현실을 직시했음에도 결국 덮어버린 나의 잘못일까,


아니, 누구의 잘못이라 명확히 할 무언가가 있기나 할까?



나라는 존재가 한 가정을 망쳤다는 죄책감,

누구들의 마음에 아마 큰 상처를 남겼다는 미안함,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에 대한 미시감,

그럼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오는 괴리감과 끔찍한 안도감.


그 모든것들이 나를 잘근잘근 갉아먹어 눈을 가린 체, 더 깊은 나락으로만 이끄는것같다.


단지 나의 착각과 허상일지라도.





더욱 무거워진 여름의 공기가 그곳에 또한 감돌았다.

기어이 입을 열지 않은 정국과, 그런 그를 여러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혜.


이 세상은 왜이리 병신같을까,




백시혜
...그래,


백시혜
끝까지 나가겠다는 말은 안하네


전정국
.......



백시혜
..정국아,


백시혜
....내가, ...어떤..기분인지 알아? 지금,



백시혜
현실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야


백시혜
내가 10년넘게 짝사랑해온 새끼가 고작 너여서,


백시혜
...너였다는거에,




백시혜
나는... 너를 진짜 많이 좋아했거든,


전정국
......


백시혜
..근데, 아니야 이제,



백시혜
가라고 해도 어차피 못간다고 했지? 그 사람한테,


백시혜
...지금와서 이렇게 뒷북치는것도 참 웃긴데..



백시혜
그럼 평생 그렇게 살아. 그냥...,



백시혜
시발 너는....,


백시혜
.....하,.. 그냥, 평생 그렇게 살아.


전정국
.......



한글자 한글자, 말투 하나하나까지

정국을 바라보며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가 뚝뚝 끊기듯 떨려왔다.


...그 속에 알량한 조소가 섞여있다는건, 아마 눈치챘을지도,





백시혜
정말 찌질해.


백시혜
..항상 미련했고, 겁이 너무 많아. 너는


전정국
......


전정국
응, ...


꾹 세게 쥔 그의 주먹이 파르르 떨려왔다.

긴 오해와 거짓말, 침묵 뒤에 들쳐낸 현실은 담담하고도 퍽 암담해서.




지이이잉

지이이잉_



백시혜
.....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그냥 꺼버린 시혜.

미련한건지, 아니면 정말 그까짓 미련이라도 남은건지.

아까 그 자리. 땀에 젖어 축축해진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려버린 체,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정국을 지나쳐간다.





백시혜
이 집은 내가 나갈거야. 그러니까 너는,


백시혜
.....


백시혜
...알아서 하던지,


기어코 잡고있던 줄을 놓아버린 기분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축 늘어진 줄의 끝을 놓아 바닥과 닿게해줬을 뿐이였는걸.

별것없는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챙기니 그제서야 울분이 몰려들었다.




백시혜
........


백시혜
....흐윽...


전정국
......


백시혜
흑....흐... 흐으, .....





스윽

스윽–


쾅))




전정국
....

세게 닫힌 문에서 파생된 진동이 귓가에 깔짝거렸다.



전정국
...((고개를 위로 젖히고 눈을 꾹 감는다


목 뒤가 퍽 뻐근하다.

그녀가 나간 집 안에는,

퍼석한 냄새와, 덥고 축축한, 차갑지만 건조했던 우리의 과거만이 남아있었다.





달칵

달칵–



백시혜
......


백시혜
....((아까 꺼버린 부재중전화를 확인한다.







백시혜
.....



백시혜
– 어, 아빠


백시혜
– 무슨일로 전화했어..?

시혜/부
– 김실장한테 전해들었다. 전서방 그새끼!! 바람폈다고 왜 얘기 안했어, 어?!


백시혜
– ........



백시혜
– 어차피, 곧 얘기하려고 했어.

시혜/부
– 역시 배운게 없는 새끼는,


백시혜
– 근데 아빠, ..어떻게 알았어

시혜/부
– 어떻게 알았냐니... 뭐, 그 사진?


백시혜
– ....

시혜/부
– 시혜야, 아비한테 말만 해라. 이 아비가 돈이없어 빽이없어. 기사 한줄이면 두 년놈들!! 사회에서,


백시혜
– ....됐어,

시혜/부
– 뭐가 돼!! 백시혜, 아비가.. 그것도 못해줄것같아? 요즘같은 사회에서 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시혜/부
– 딸, 아비는 항상 딸편이야. 어? 그런 썩어빠진 새끼들은 그냥 사ㅎ

끼이이익

끼이이익–



백시혜
– 됐다니까!!!

시혜/부
– ......




백시혜
– 됐다고, 내가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하지말라고,


백시혜
– ....그딴거 올리지 말라고.. 내가... ㄴ,나는...


백시혜
– ........



그딴 동정표가 나한테는 더 비참한걸 왜 모르냐고,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시험 끝나고.. 긴 휴..재 끝에 올리는 글이네요

작가
그래서 그런지 참 떨리기도 하고... 노파심이 불쑥불쑥 드네요.. 재미없을까ㅂ....

작가
😂😂😂


작가
여하튼... 아무쪼록 재밌에 감상해주셨기를 바랍니다.

작가
스토리는 쭉.. 아마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에요.

작가
작중 궁금하시거나 이해안가시는 내용 있으시면 댓글에 꼭 남겨주시고 작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작가
손팅... 제발 부디... 부탁드려요...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