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8화 | 알고싶지 않은 진실



전원이 꺼진 것처럼 여주의 반응이 없어졌다. 밀어내거나, 다그치는 여주의 행동이. 정국이는 혹시_ 너무 세게 껴안았나. 라는 생각에 멀어지는데.


전정국
……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이 평소와는 달랐다. 처음 본 눈빛에 선뜻 손을 뻗지도, 두지도 못한 채 마음을 졸이고 있던 중. 여주가 입을 뗐다.


김여주
…너랑 같이 지냈던 시간동안, 니가 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



김여주
지금은 조금, 니가 미워지려고 그래ㅎ…

그동안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던 여주였기에, 그의 얼굴 근육이 눈에 띄게 굳었다.


김여주
…왜, 그때도 지금도. 말을 안 해주는거야?.


김여주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왜 병원에 입원했는지. 어딜가다가 교통 사고가 난 건지!…”

내 인생에 가장 최악의 날이라고 할 수 있던 날.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있던 곳은 병실. 그리고, 곧 바로 들은건 부모님의 부고 소식.

머리 속을 정리 하기엔. 메모리 카드를 하나 잃어버린 것 처럼, 필름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만 같던 그때.

넌, 그때도 같은 말을 했다.


“…기억하지마. 아무것도.”






전정국
…니가 알아서 좋을게 없으니까.


김여주
내가 판단할 일이야. 니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국은 두 입술을 꾹_ 다물었다. 점퍼 주머니 안 속에서 손가락을 더듬거리던 행동이, 마치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김여주
말 해줘. 내가 모르는 거 전부 다.

간곡한 부탁에도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정국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기억이 주 목적이 아니라. 알면 안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전정국
……


김여주
끝까지, 말 안 하겠다는거네.

다왔으니까, 오늘은… 혼자 집에 들어갈게. 보통날 같으면 안된다며 붙잡았을 정국이였을 테지만, 오늘 만큼은 정국이는 여주를 붙잡지도, 해명하지도 않았다.

스쳐지나가 시야에서 사라져, 향수 냄새가 사라질 때 까지.





여주를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얘기해주겠단 정국이 소식이 없자, 집으로 향하던 지민.

저 멀리서 부터 반쯤, 나가버린 초점으로 터덜터덜- 내려오는 모습에, 지민은 정국이를 향해 발걸음을 망설임없이 내딛었다.


박지민
얘기 안 해주고 튈까봐. 직접 여기까지 왔어.

그의 앞을 완전히 가로막아서고 나서야, 정국의 눈의 초첨이 다시 돌아와 지민을 완전히 마주했다.


전정국
…나쁜 역 할 거면, 끝까지 해. 이제와서 아닌 척 하지말고.

어릴적 부터 울 것 같으면 늘상, 입술을 질끈 깨물던 모습이 떠올랐다. 붉어진 눈동자와, 질끈 깨문 입술.

집으로 데려다주던 길에, 무슨 일이 있었던게 틀림없었다.


박지민
전정국…


전정국
갔으면… 끝까지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전정국
이제서야 제대로 마음 잡고, 용기 내보려고 했는데. 왜 하필… 지금 나타나. 왜!.

원망하는 목소리가 길가에서 울려퍼졌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너와 내가 여주를 바라보던 감정이 같았던걸까.

대화를 나누긴 위해선 곧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정국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손을 뻗어 팔을 붙잡으려는데. 강한 손길이 손을 팍- 하고 내쳤다.



전정국
돌아온 이유가 뭐야?. 이제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전정국
그런 생각이라면 접어. 그러기엔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지나쳐 가려는 모습에, 지민은 단 한 마디로_ 정국이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박지민
내 의지로 떠난거 아니야.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염치가 없어서 말하지 못 했던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전정국
…뭐?.


박지민
내 의지로 떠난거 아니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마주한 채 서 있던 우리. 빼앗긴 정신을 되찾은 정국은, 거짓말을 하지마. 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전정국
니가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진 그날. 여주랑 나랑 직접 너희 집 찾아갔어.


전정국
근데,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더라. 미국으로 떠났다고. 니가 울면서 말했대. 한국에서 안 살고 싶다고.


박지민
…뭐?


전정국
우리랑도 안 만나고 싶다고 그랬잖아. 그래놓고, 이제와서 니 의지가 아니였다고?.



전정국
여주가 너 따라가다가 사고난 거 생각하면…

말 끝을 흐리는 정국에, 지민은 그에게 다가서서 팔을 붙잡고는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사고는 무슨 소리고. 아버지 말은 무슨 소리야?.


박지민
제대로 알아듣게 설명해!.


“떠난 그날… 여주가 너 따라가다가, 교통사고 났었어. 부모님이랑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