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에피소드: 26

어느 새 저에게 말을 놔버린 나지만, 그런 걸 신경쓸 여유도 없이 당황한 듯한 강다니엘이다. 물론 나도 그런 걸 신경쓸 여지없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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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뭔 얘기인진 몰라도, 여기까지 찾아온 거 보면 중요한 얘기일텐데 카페가서 얘기하죠."

고개를 끄덕이는 날 응시하다가도 고개를 돌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먼저 가보겠다고 인사하고는 내게 얼른 가자며 미소짓는 저다.

카페에 도착해 서로 맞은편에 앉았다.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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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얘기할 거 있다면서요. 얘기해봐요,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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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내가 물어보는게 뭐가 됐건 답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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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들어보고 결정할테니까 얘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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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가족없어요?"

내가 봐도 당황스러울 만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 4년이란 고통스럽던 시간을 이해라도 할 수 있을 법했기에 꼭 해야 하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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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이런 걸 물을 줄은 몰랐는데. 가족이 있건 말건, 그런 질문하는 거 실례란 생각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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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실례? 그건 그 쪽이 나한테 4년간 해온 걸 말하는 거죠. 아니, 그건 실례라고 하기도 뭐하네. 그냥 그 쪽이 나한테 잘못한 거라고 해야 맞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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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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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됐고, 싸우려고 온 거 아니니까 대답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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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이런 걸 물어서 형한테 득이 될 건 없을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뭐, 친한 형 말고는 각별한 사이가 없긴 해요. 가족이 없다기엔 좀 그렇고."

그 대답을 듣고 나니 조금 멍해진 나다. 박지훈이 말한게 사실이라는 건가. 저가 버림받았단 사실과 심한 집착이, 어쩌면 관련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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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래서, 그건 왜 물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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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이건 정말 실례될 말이라는 거 알지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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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만 물어봐요. 뭐 물어볼지 아는데, 그건 진짜 형 말대로 많이 실례에요. 답할 생각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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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그래, 너무 무례한 질문이었네요. 그럼 지난 4년동안 나한테 했던 짓들에 대해 이유라도 말해봐요. 용서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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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내가 감히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변명하기보단 백 번 천 번 사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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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모든 일엔 이유가 있잖아요, 얘기해봐요. 어차피 이유를 듣건 말건 용서는 안 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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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말하자면 꽤 긴데, 들어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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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들어줄테니까 얘기해요."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을 위해 희생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하루하루를 알바해가며 돈을 벌어 부모님께 다 드렸었어요.

부모님은 저를 미워하셨지만, 저 때문에 드는 비용이 꽤 있으니 당연한 거라며 이해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충격적인 대화를 들었어요.

부모님

"여보, 저거 진짜 버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제 곧 고등학교가서 공부하느라 알바도 안 할텐데, 돈되는 것도 없을 거 아니에요."

부모님께서 저를 미워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그저 알바하니까 돈되는 애로 생각하신다니 꽤 충격이었죠. 어린 나이에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부모님

"아직 알바하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먹을 돈은 먹고 버려야지. 저거 알바 그만두면 그 때 버려."

날 버린다는 그 말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알바를 절대 그만두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힘든 와중에 알바를 더 하기 시작했죠.

부모님

"여보, 강의건 저거 요즘에 너무 돈을 잘 버는 것 같지 않아요? 하루에 알바 네 개씩 하는 것 같던데, 조금 더 하게 해볼까요?"

부모님이 돈을 더 바라신다는 걸 알고, 알바를 더 뛰기 시작했죠. 힘들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버려지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

"이제 저게 번 돈도 꽤 모였는데 버리고 이사나 갈까? 우리가 모은 돈까지 합치면 꽤 되잖아."

부모님

"그럴까? 좀 아쉽긴 하네, 우리 일 안 할 때엔 유일한 돈줄이었는데."

돈줄이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고, 이제 버려질 거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무서웠어요. 곁에 아무도 없는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두려웠죠.

"쾅-", 문을 열어버린 채 울면서 부모님께 애원했어요. 제발 버리지 말라고, 돈 더 벌테니까 버리지만 말라고요.

부모님

"개새끼, 태어난게 죄인지도 모르고 바라는게 많아. 여보, 나가자. 짐은 다 싼 거지?"

부모님

"네, 다 싸놨어요. 그럼 나가요, 저거 꼴보기 더럽고 싫으니까."

그렇게 버려진 나는, 너무 비참하고 더러웠어요. 조금 더 돈을 잘 벌었으면 안 버려졌을 거라며 후회하고 좌절하다가 우울증도 걸렸죠.

우울증이 낫지 않으니 정신병원이라도 가봤던 나는, 어쩌다가 면접을 보고 간호사가 되었어요. 돈을 벌면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으로 일했죠.

하지만 우울증 때문에 점점 지쳐갔고, 그 지쳐가는 와중에도 이제 더는 버림받기 싫다며 친해지는 사람 모두에게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더 잘 해주고 못 버리게 하면 버림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 집착은 날이 갈 수록 심해져갔고, 결국 사람들은 다 날 떠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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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저기, 안녕하세요. 신입 간호사 윤지성입니다."

어느 순간 나타난 밝은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어요. 우울증은 한없이 심해져있고 관계에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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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이름이 뭔데요? 나이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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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허억, 죄송합니다. 제가 밥이라도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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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에이, 친해지면 좋잖아요! 말 놓을게요, 괜찮죠? 나한테도 형이라고 불러줘요, 헤."

자꾸만 다가오는 그 형을 밀쳐내기엔 이미 내게 약같은 존재가 되었더라고요. 곁에 없으면 힘든, 그런 존재가 된 거죠.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요. 버림받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려면, 계속해 다가가야 되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아주 잘못된 방법으로 실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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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렇게 실천한게, 형에게 4년간 한 짓이죠. 처음엔 나도 그 형을 거부했으니까, 형이 날 거부하는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그 미친 짓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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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렇게 하는게 관계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거라 생각했고, 형이 금방 날 좋아해줄 줄 알았어요. 지금은 당연히 너무 후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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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후회하고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거 아니까, 잠시 가라앉았던 우울증은 또 심해졌죠. 형을 이렇게 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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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나도 그 일로 인해서 너무 힘들었지만, 네 사정이 많이 딱하다는 건 알겠다. 그런 짓하지 마,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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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당연하죠, 안 할 거에요. 앞으로 평생 후회하고 미안해하면서 살게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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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너도 그런 일들 겪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거 알아. 하지만 4년동안 그런 짓을 당했으니,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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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알아요, 내가 잘못한 일인데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죠. 애초에 사연없는 사람없다던데, 내가 너무 나 혼자 힘든 마냥 궁상떠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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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사연없는 사람없다는 건, 살면서 안 힘든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힘든게 당연한 거야. 궁상떤다니, 그럴 만한 일이 있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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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고생했다, 강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