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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6.



민윤기
코 막아라, 냄새 좀 날거야.


김여주
으...

윤기는 어디선가 기름통을 들고 오더니 싸늘하게 식은 남자의 시체에 부었다. 그런 뒤 곧바로 라이터로 불을 붙여 시체를 태웠다. 지독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김석진
그냥 태워도 괜찮은거야? 불 안 나?


민윤기
적당량 부어서 괜찮아요. 다 탔을때 천쪼가리 덮어주면 남은 불씨도 알아서 꺼지니까.


김석진
많이 태워봤나봐?


민윤기
일도 아니죠 이런건.


민윤기
참, 것보다...


김여주
...?

갑자기 뜸을 들이더니 악동처럼 씩- 웃음을 지어보이는 민윤기. 무슨 말을 하려고?


"우리 가야 할 곳이 좀 생긴 것 같은데?"


정호석
어딜요?


민윤기
어디긴 어디야.


민윤기
이 새X 소속 조직이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박지민
와~ 차 좋네? 지원 받은건가?


김태형
확실히 정부 직속이라 다르긴 달라?


전정국
......

이런 실행력 빠른 사람들을 봤나... 설마 가자는 게 그 조직 치러가자는 거였을 줄이야. 그와중에 죽어도 안 올 것 같던 전정국까지 어떻게 꼬셔서 데리고 왔담?


김남준
각자 무기 다 챙겼지?


김태형
응. 출발하면 돼. 승차감 대박이네 이거.


김여주
참, 근데 목적지는 알고 가는거야? 적진 본부가 어딘지도 모르잖아.


정호석
넌 우릴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김여주
뭐?


정호석
이래 봬도 해커라고, 우리. 국내 서버나 위치 추적은 거의 다 할 수 있어.

아... 맞다. 김남준, 정호석 이 사람들은 해커였다.심지어 뚫기 어렵다고 소문난, 이 뒷 세계의 모든 자료가 오고가며 거래되는 에드밀 서버를 한 시간 만에 뚫어버렸던 적도 있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실력자.


김여주
그럼 위치를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정호석
아니? 이제부터 알아야지.


김여주
뭐?!!


정호석
걱정마. 이런거 3분이면 다 나오니까. 첫 싸움이니까 네 몸이나 잘 챙기시고~


김여주
...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할 말을 잃었다고 해야겠지.

나와 대화를 하는 그 짧은 순간도 그의 손은 거침없이 처음보는 영어 글귀가 가득한 패드 화면을 터치 몇 번으로 단번에 뚫어버린 뒤였으니까.


정호석
보자... 형, 주소 찍어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림동 가현로 39.


김석진
뭐야 산이 아니고 중심구야?


정호석
그런가 본데요? 위장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김석진
일단 알았어. 밟을테니까 다들 꽉 잡아!!


끼이이익-

네비게이션 안내가 끝났고, 그와 동시에 굴러가던 자동차 바퀴도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완전히 멈추었다. 창밖에는 흩날리는 나뭇잎들만 봐도 싸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김석진
다들 무기 챙겨서 내리자. 남준이랑 호석이는 건물 안 CCTV 체크하는거 잊지 말고.


김남준
네.


정호석
알았어요.


김여주
흠...

그런데 아까부터...


김여주
암묵적인 팀장인가봐? 김석진 저 사람.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머리도 제법 굴릴 줄 아는 데다 이 사람들이 믿고 또 따르는걸 보니 조직계에 고작 몇 년 머무른게 아닌 모양인데.


박지민
어. 네가 해외에 있어서 잘 모르던 모양인데, 이래 봬도 국내쪽은 우리 중에선 저 형이 제일 발이 넓어.


박지민
애초에 태어날때 부터 집안이 이쪽이랑 연관되어 있었다나 뭐라나. 아버지는 정재계 대부고 어머니는 조직 애들 연결하고 일 시켜주는 브로커들 다루는 큰 손이래.


김여주
아...

어쩐지... 비교적 순둥이처럼 생겼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그런 인물이었을 줄이야. 과거사가 꽤 재미나네?


김태형
그래도 저 형이 빽으로만 머물렀으면 진작에 퇴출이었겠지. 그런데 지금까지 여기 쪽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겠어?


김태형
존X 세니까. 그것 뿐이야.


김여주
...

부정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우리들이니까.

양육강식의 세계, 강한자 만이 살아남는 세계, 나약한 자는 퇴출이다 못해 한순간에 표적 혹은 먹잇감이 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고야 마는 세계. 그런 세계를 우리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겪어 왔으니까.


김여주
흠...

그나저나 포지션은 육탄전이던데... 개싸움은 안 할 것 같은데 대체 뭘 하길래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겨선 이런 위상을...?

한국에 온 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호기심,

오늘은 유난히 김석진, 저 사람이 궁금해진다.



김석진
뒤에서들 뭐 해? 시간 없으니까 얼른 따라와.


박지민
갑니다 가요~


어느새 우리는 꽤 큰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겉으론 깨끗해 보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복도에서는 꿉꿉하기 그지없는 습기가 숨통을 조여왔다. 역겨운 곰팡이향과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는 덤이었다.


김남준
호석아, 거기 찍었어?


정호석
응. 비상구쪽엔 별로 없어.

남준과 호석은 복도에 설치된 CCTV 모델명을 알아보기 위해 연신 카메라 화면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댔고, 나머지는 코를 막은채 한 층 한 층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민윤기
으... 대체 뭐하는 놈들인거야?

못 견디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윤기가 말하자, 석진은 뭔가를 발견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서 뭔가를 촥- 떼어냈다. 전단지 같은 작은 종이였다.


김태형
그게 뭐예요?


김석진
...고금리 대출 광고 전단지.

석진의 말에 모두가 머리를 들이밀어 전단지를 보았다. 하지만 딱히 특별할 게 없는 그냥 대출 광고지 같았다.


김남준
그럼 이쪽이겠죠?


박지민
네. 맞는 것 같아요.


김여주
...뭐?


김석진
가짜 홍보용 맞지?


민윤기
대체 왜 이렇게 뻔한 수법으로 장난질들 이실까...


김여주
아, 아니 잠깐... 뭐야? 이게 뭔데?


김여주
나만 모르는거야...?


정호석
...아.


김태형
얘는...


김여주
...?

그렇다. 나는 미국에 있었던 몸.

거기에서도 테러를 전담했기에 대놓고 보이는 놈들만 쳤을 뿐, 한국처럼 고묘한 꼼수따위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었기에 이런 식상한 수법에도 나는 넘어갈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김석진
...넌 그냥, 우리만 주구장창 따라다녀.


김여주
......


김석진
혼자 있으면 너 분명 어디 끌려가서 장기고 사지고 하나쯤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미국에 있다가 온 걸 생각을 못 했네.

...이해해줘서 고맙긴 한데... 꼬맹이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강아지 마냥 뒤꽁무늬만 졸졸 따라다니라니... 그런건 내 스타일 아닌데.


김여주
응...

하지만 내가 반발해봤자 좋을 건 없으니, 당분간만 굽히고 들어가야지. 익숙해질 때까지.


김석진
자세한건 이따 돌아가면서 얘기해줄테니, 너는 오늘 내가 하라는 애들만 적당히 안 죽을 정도로 제압해놔. 여기서 얘기하기엔 시간 너무 오래 걸리니까.


김여주
알았어. 얼른 가기나 하자고.


몇 층 더 계단을 오른 뒤, 대출을 해준다는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벽면이 온통 페인트로 뒤덮여진 깔끔하지 못 한 외관이 거슬렸다.


김석진
우선 나랑 윤기, 남준이, 지민이만 들어갈게. 방음이 잘 되는 곳은 아닌 것 같으니까 소리치면 바로 지원해. 알았지?


박지민
뭘 어떻게 하려구요?


김석진
대출 해준다고 하니까 대출 하러 왔다고 해야지. 그리고 뭐 내가 대충 서류 쓰는 동안 남준이는 CCTV 찍어서 호석이한테 넘기고, 윤기는 사무실 안 좀 둘러보고. 지민이는 상황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시야 가려줘.


김남준
수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김석진
애초에 자기들부터가 무지하게 수상한데 뭐.


김석진
그럼, 간다.

끼이이익-


석진은 그 말을 끝으로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한껏 녹이 슬어 열기 어려운 문을 억지로 제껴낸 뒤 우리의 눈에 보였던 것은,

생각도 못 했던 꽤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글자 수 미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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