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 49화



_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고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은 현우는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채현우
···아ㅎ


채현우
대충 이런 질문을 하실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채현우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네요_

_그런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다는 듯, 여주는 현우를 계속해서 유심히 쳐다보고.


채현우
······.

_대답 못 하겠다는 의미를 침묵으로 돌려서 전하는 현우.


박여주
···알아요, 이 정도 예상은 하고 왔죠. 저도.


채현우
미안합니다. 저도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박여주
···김한진이랑 손 잡으신 건가요?



채현우
네?


박여주
기자님 기사 지분율에는 김한진 관련한 내용이 가장 많잖아요_


박여주
그런 정보 입수하려면, 당사자와 협의를 보지 않는 이상 어려웠을 것 같은데.


채현우
손을 잡았다는 게···.


박여주
뇌물을 받으셨냐는 의미죠.


박여주
김한진 미담만 골라내서 보도하시는 분이잖아요.


박여주
다른 기자와 달리 특종에는 욕심이 없으신 분인 것 같던데.


채현우
······.


채현우
글쎄요, 팀장님이 무슨 상상을 하든 간에 그건 다 아닐걸요.


박여주
···그럴까요, 과연.



채현우
그러면 제가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박여주
얼마든지요.


채현우
팀장님께서는_ 김한진에 대해 알아내려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박여주
이유···.


박여주
의도한 바와 다르게 김한진이라는 사람의 비리를 알아버려서요.


박여주
알긴 아는데… 사람들에게 밝히려고 하니,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없어요.

_그때, 언제 주문한 건지-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해온 지민이가 조용히 여주 앞에 잔을 놓는다.


채현우
···김한진 비리는 어떻게 아셨는데요?



박여주
그걸 제가 말해야 할 이유는 없죠.

_말 끝에 인조적인 미소를 띤 여주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댄다.


박여주
그거 아세요, 기자님?

_그리고 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은 여주가 천천히 삼키며 하는 말.


박여주
방금 대답해 주셨어요, 김한진 비리 알고 있다고.


채현우
······.

_여주의 말에, 아까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보는 현우.


박여주
김한진 비리는 어떻게 알았냐고 질문하셨잖아요.


박여주
이미 알고 계시다는 거죠?


채현우
···생각보다 예리하신 분이네요ㅎ

_최대한 당황했음을 숨기려 미소만 지어 보이는 현우를 보며, 다시금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다 대는 여주.


박여주
이렇게 되면_


박여주
혹여나 김한진 비리가 밝혀지는 날이 왔을 때, 기자님도 공범으로 같은 처벌 받게 될 거예요.

_커피잔을 내려놓고서, 테이블에 놓여있던 티슈로 입가를 닦아내며 말을 잇는다.


박여주
마지막 기회죠.


박여주
기자님이 살아남을 기회.


채현우
······.


박여주
알아요. 김한진에게서 받는 돈의 액수가 보통 큰 게 아니라서 포기하기 힘들다는 걸요.


박여주
쉽지는 않으시겠지만, 잘 선택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_허공만을 응시하는 현우의 앞으로 자신의 명함을 내미는 여주.


박여주
마음 바뀌면 언제든 명함 번호로 연락 주세요.

_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겠다고 판단된 여주는, 지민에게 고갯짓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_가볍게 고개만 숙인 인사를 끝으로 이곳을 나서려 했을까.


채현우
확신할 수 있으세요?

_나지막이 들려오는 현우의 목소리에, 다시 뒤를 돌게 된 여주다.


박여주
뭘··· 말씀하시는 거죠?


채현우
김한진 비리 세상에 알리고 싶으시다면서요.


채현우
정말로 김한진 비리 모두 다 밝힐 자신 있으시냐는 뜻입니다.

_그의 '모두 다'라는 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박여주
···그럴려고 노력은 할 계획입니다만···,


박여주
확신은 못 드려요.


박여주
저 또한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몰라서.


채현우
···그러시군요.

_현우는 대화가 끝나자, 창가 쪽으로 고갤 돌렸다.

_그런 그를 한동안 제자리서 지켜보던 여주는, 이내 뒤돌아 이곳을 나섰고.




박여주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일찍 끝났네.

_손목시계를 보던 여주는 지민에게 말하지.


박여주
다음 기자 만나러 가기 전에 점심이나 먹을까?


박지민
그래, 그러자.


박여주
보자··· 이 근처 맛집이_


박지민
···그런데, 누나.


박여주
응?


박지민
저 기자 있잖아, 혹시나...


박지민
김한진이랑 짜고 여길 나온 건 아닐까.



박지민
누나 말대로 김한진한테 뇌물까지 받아왔을 정도면,


박지민
이번 약속도 김한진이 채현우한테 부탁했을 확률이 높잖아.

_조금 뜸을 들이던 여주는 대답한다.


박여주
그래, 네 말이 맞긴 하지-.


박여주
···그렇긴 한데_


박여주
채현우는 아닌 것 같아.



박지민
뭐가··· 아닌데?


박여주
김한진이랑 사전에 협의 보고 이 자릴 온 것 같지는 않아.


박지민
어째서?


박여주
네 누나의 촉이랄까나-ㅎ


박지민
아, 뭐야-.


박지민
지금 이런 상황에 농담이 나와- 누나는?


박여주
미안-.


박여주
네가 하도 진지해 보여서 분위기 풀려고 그런 건데_


박여주
오히려··· 내가 안 좋게 만든 건가?


박지민
응.


박여주
그렇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면- 나도 좀 서운한데-.

_여주의 반응에 피식, 웃는 지민.


박지민
나도 농담이었어_ㅎ


박여주
아 뭐야-.


박지민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박여주
그래,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근데 정말로 채현우는 김한진이랑 협의 본 것 같진 않아."

"됐어-ㅎ 이제 그만해- 누나."

"정말이라니까?"

"그래, 이유는 들어볼게."

"정말이야. 당황한 표정부터, 눈동자도 미세하게 떨렸던 것 같고_ 시선 처리도 못 하더라니까."

"연기일 수도 있지."

"그래, 물론 연기일 수도 있지. 그게 정말 만약에 연기라면-"

"연기라면?"

"그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배우를 했어야 해. 이건 진짜야. 내가 살다 살다 그렇게 당황한 티를 온몸으로 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니까."

"아ㅎ 진짜 이 누나가 뭐라는 거야-"

"진짜야. 이건. 정말로. 내 말 믿어야 한다, 너?"



···

++ 두 사람 귀엽네요 (흐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