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주오

에피소드 7

식사를 마친 후 백은 집으로 돌아갔고 아주머니는 큰 통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낯선 분위기에 아이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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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달래야~ 쑥아~ 옷 벗고 둘다 이리로 들어오너라~

아주머니가 시키는대로 아이들은 따랐다 통안에 들어가자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씻기기 시작했다

깨끗해진 아이들에게 색동옷은 아니지만 새 옷 한벌씩 입히고 얽힌 머리카락도 참빗으로 빗어 예쁜 댕기머리로 땋아주었다 그 때 상처투성이인 아이들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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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두 아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에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한게야........ 이제부터는 아줌마가 너희들 배는 곯지 않게 할테니 우리끼리 재미나게 잘 살아보자 알았지?

아주머니의 웃음에 달래와 쑥이가 방긋 웃었다 웃음이 너무나도 예쁜아이들이었다

아주머니에겐 미소가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다.......

웃는 얼굴이 매우 어여쁜...... 사랑스러운 내 딸....... 그 미소를 닮은 아이들이 눈 앞에 있으니 딸 생각이 났다 아주머니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달래가 아주머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죽고 싶은 생각에 가게 문도 닫고 멍하니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백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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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 내 부탁이 있어....... 내 아지매테 맡기고 싶은 두 아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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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아이를 맡기는 대신 내 약속하나 할께~ 대한이 독립되는 것을 볼 수 있게 할께. 그 아이들만큼은 꽃이 되지 않게 한다.... 내 약속해

아주머니에겐 삶의 의지가 없었다 삶의 의지였던 딸아이가 죽었다

너무나 소중한 딸아이였다 혼자의 몸으로 밤 낮없이 국밥을 팔아 키운 어여쁜 내딸.......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 딸 만큼이나 나도 원했던 나라의 독립이기에 딸아이의 뜻을 따랐다

3.1 운동이 있던 그 날 아주머니의 눈 앞에서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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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 아악!!!!!!!

딸아이를 안고 흔들고 흔들고 흔들었다

딸아이가 다시 움직이길...... 제발 살릴 수 있길....... 아무리 흔들어도 딸아이의 팔이 계속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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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땅이 떨어지는 딸의 팔을 잡아 들며)아!!!! 아아.......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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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의 입을 막으며) 아지매..... 딸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싶으면 조용히 있어.........

백의 도움으로 딸아이의 시신은 건질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시신은 일본군이 한대 모아 구덩이에 던져넣어 기름을 붓고 태워버렸다 누군가의 딸인지..... 아들인지...... 누구의 가족인지 알아 볼 수 없도록.......

백의 도움으로 다행히 딸아이의 장례를 치루어 줄 수 있었지만 아주머니는 삶의 의지가 없었다. 그저 딸아이를 따라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저 멍하니....... 딸아이를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날 백이 삶의 의지를 주었고 몇일 째 꺼져있던 국밥집 아궁이에 장작이 타오르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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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달래야..... 쑥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미소를 따라 눈물이 흘러내려 눈물을 닦아주려던 달래의 손을 타고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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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 주인

(눈물을 훔치며) 아이고..... 아줌마가 주책이다~ 피곤하지?? 이제 자자~

달래가 아주머니의 왼팔을 안았다 쑥이도 오른팔을 안았다 아주머니도 두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4년전.......

상해 산속에 뺨을 때리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뺨을 맞는 사람은 겸이였고 겸은 뺨을 맞으며 신음소리한번 내지 않았고 연이가 부들부들 손을 떨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연이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고였고 연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자 누군가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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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그딴 눈물도 참아내지 못해 어찌 나라의 독립을 이루겠다는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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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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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쉬었다 다시하겠다!!!

스승님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 연이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고 울면서 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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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오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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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연아. 오빤 괜찮아. 차차 익숙해 지겠지

겸이는 연이를 위해 웃었다 연이는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잘하고 싶었지만 오빠가 맞는 그 상황에서 눈물을 참는것이 쉽지 않았다 겸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다

연이가 물에 적신 수건을 겸이의 볼에 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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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이번엔 반대인데 잘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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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응! 참을 수 있어!!

잠시후 스승이 나타났고 아까와 반대로 연이가 맞는 것을 겸이가 바라봐야 했다

찰싹! 찰싹!

연이의 뺨이 부르트고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의자에 앉아있던 연이가 의자에서 떨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겸은 한번도 동요하지 않았고 연이도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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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연이도 이번엔 잘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마! 내일 일찍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총술연습을 할테니 푹 쉬어 두거라!

위 훈련은 두사람이 함께 움직이기 위해서 감내해야하는 훈련이었다 어느 한사람이 잡혀도 동요하지 않고 성공적인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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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연아..... 고생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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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ㅎㅎㅎㅎ 오빠가...... 잘 참아준 덕분에 짧게 끝....났네 ㅎㅎ

연이의 입안이 터져 입안에서 피가 흘러내려 겸이가 피를 닦아주며 울상이 되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으려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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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천막을 걷어내며)누구십니까??

겸이가 나가자 발밑에 상처에 좋은 풀더미가 있었고 저멀리 스승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겸이는 스승님의 뒷모습에 인사를 드리고 풀을 짓이겨 연이의 볼에 발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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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스승님이 내색 안하셔도 마음이 아프셨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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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 더 열심히 해야겠다...........

효가 눈을 뜨자 품안에 겸이 있었고 등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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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훈련이 효과가 있네요........

그 때 누군가 효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문 앞에 음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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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를 내밀며) 이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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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 고마워요 들어와서 같이 차한잔 하지 않을래요??

효의 웃는 얼굴을 보자 음도 마음이 놓였다

과자봉지를 열자 건이 사다주었던 양과자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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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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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마을을 돌아볼 때 건이 이야기 하던게 생각나서 사왔어요..... 별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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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좀전에 건의 꿈을 꾸었는데 내가 모두에게 걱정을 끼쳤네요...... 음아 걱정끼쳐서 미안.....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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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주어서 고마워요......

두사람은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양과자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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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감에게 받아온 꽃을 키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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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감이 씨앗을 주어서 심었는데 드디어 꽃이 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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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무슨 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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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요..... ㅎㅎ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전엔 길에 널린게 무궁화였는데 요즘은 무궁화 볼 일이 없어졌 잖아요........

무궁화는 꽃이 지고 떨어져도 새로운 꽃이 다시 피어나 이름도 무궁화이다 아무리 꺽고 지더라고 다시 피어나는 대한국민의 기개를 닮아 한집 건너 마다 무궁화꽃을 심어 자주 볼 수 있는 꽃이었다

무궁화 꽃을 보며 독립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일본은 무궁화는 벌레가 많이 꼬인다..... 무궁화를 보면 눈이 먼다는 등의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소문을 들은 무지한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무궁화 꽃을 모두 꺽어 버리거나 한대모아 불태워 지금의 대한제국 내에서 무궁화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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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담장에도 심어두었었는데......ㅎ 나도 보고싶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여줘요.....ㅎ

그 때 오후 12시를 알리는 괘종소리가 효의 방안에 울려 퍼졌고

건물 밖에서 대한독립을 외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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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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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와 음이 건물 밖으로 나가보니 수십명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대한독립을 위한 그들의 외침은 경성시내에 울려퍼졌고 하늘을 흔들었다

잠시후.......

일본 순사 수백명이 나타나 장검을 휘둘렀다

몇몇은 순사를 보고 피했지만 몇몇은 그들이 휘두르는 장검에도 대한독립을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이는 칼에 찔렸음에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어떤이는 손이 잘려나갔음에도 태극기를 흔들었다

경성 시내는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고 효와 음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리를 피했다

음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좀전에 마주한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이 너무나도 분했지만 이악물고 참았다

효가 음의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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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참았어요.....

거지 1 : 아휴~ 저 바보들~ 밥 먹고 할짓들 없어서 대한독립을 외쳐??

거지 2 : 그러게나 말이야~ 그냥 일본이 하는 말만 잘 들어도 이렇게나 편한데 말이야~

거지 1 : 아..... 뜨끈한 고기국 먹고 싶은데 어디 독립운동하는 것들 없나??

거지 2 : 지난번에 학생들 공부하는데 알려주고 먹은 국밥도 맛있었지??

거지 1 : 아..... 그런데 요즘 점점 주는 밥이 시원찮단말이야....... 고기라도 좀 뜯으려면 숨어있는 독립운동가를 잡아야할텐데 말이야.....

거지 2 : 고기국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아무나 이야기 하고 나물밥이라도 얻어먹는건 어때??

거지들이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서자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 끈으로 목을 조여들었다

거지 1과 2는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숨이 꺼져 몸이 축 늘어졌다

늦은 오후....

사람들이 저녁을 먹기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입을 가리고 모자를 쓴 한 사람이 수레를 끌고 경시청 앞에 수레를 내려두었다 경시청 앞에 놓인 수레를 본 사람들이 궁금함에 모여들었고 수레를 가져온 사람은 인파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순사 : 아니 뭔데 밖이 이리 소란스러워??

순사들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고 수레를 발견했다

수레에서는 기름냄새가 고약하게 풍겼고 수레에 덮힌 돗자리를 걷어내자 두 거지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일본 순사 : 아니?!!! 이것들은?!!!

거지의 가슴에 한글로 '너희들이 뿌린 피의 대가를 받을 시간' 이라고 적혀 있었다

글을 읽은 일본순사는 길길이 날뛰었다

일본 순사 : 아니!!!!! 어떤 놈이 이딴 짓을 한거야!!!! (칼을 빼들며) 당장 나오지 못해!!!!! 어?!!!!

일본 순사의 칼부림에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수레에 맞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수레에 묻어있던 기름으로 인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고 그 앞에 서있던 일본 순사들에게도 불이 붙어 괴로워 했다

일본 순사 : 아아아아악!!!!!!

수레는 계속해서 불타올랐고 일본 순사들에게 옮겨 붙은 불을 끄느라 경시청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순사의 몸에 붙은 불은 껐지만 화상입은 피부에 옷이 녹이들어 끔찍한 모습이었고 순사는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다

경시청 주변에서는 살타는 냄새가 진동했다